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말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 와도,

거기 내 마음와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 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장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 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 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순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글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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