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여름이 나에게 주는 선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밝고도 뜨거운 햇볕, 몸에서 흐르는 땀, 자주 내리는 비,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주는 그늘과 시원한 바람 한 줄기 그리고 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마서 정원을 거닐다가 꽃이 진 자리마다 더 무성해진 초록의 잎사귀들을 유심히 보며 나의 시 한 편을 같이 걷던 동료에게 읊어 주었다.
“지난봄부터 초여름에 이르기까지 늘상 꽃들에게만 눈길을 주고 꽃 예찬만 한 것이 왠지 마음에 걸리네요!” 라는 나의 말에 친구는 “글쎄 말이에요. 잎사귀들을 좀 더 서세하게 관찰하면 그런 실수는 안 했을 텐데······. 어떤 수녀는 글쎄 살구 열매가 매실인 줄 알고 모두 따다가 술을 담갔다잖아. 파랗게 익어 가는 모습이 조금 비슷하긴 해요. 그쵸?” 하길래 우리는 함께 유쾌하게 웃었다.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웬만한 일은 사랑으로 참아 넘기고,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마침내는 이해와 용서로 받아 안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서로의 다름을 비방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이렇게 다를 수도 있음이 놀랍고 신기하네?!’하고 오히려 감사하고 감탄하면서 말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못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다름을 머리로는 ‘축복으로 생각해야지.’ 결심하지만 실제의 행동으로는 ‘정말 피하고 싶은 짐이네.’ 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갈등도 그만큼 심화되는 것이리라.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 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얼굴과 말씨, 표정과 웃음, 걸음걸이와 취미, 생활습관과 인생관 그리고 살아온 환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맞추며 사는 수도원이라는 숲에서 나는 오늘도 다양한 나무들로 걸어오는 동료들을 새롭게 만나고 새롭게 적응하며 살고 있다. 나의 우유부단함은 동료의 맺고 끊는 성품으로 길들이고, 나의 덜렁댐은 동료의 빈틈없는 섬서함으로 길들인다. 나의 날카롭고 경직된 부분들은 동료의 부드러운 친절과 유머로 길들이고, 나의 감정이 넘쳐서 곤란할 적엔 이성적인 동료의 도움을 받는다. 나의 나태함은 동료의 부지런함에 자극을 받고, 나의 얕은 믿음은 동료의 깊은 믿음에 영향을 받으면서 나는 조금씩 더 착해지고 넓어지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에 감사한다.
1991년 가을, 수녀회 설립 60주면 기념식수로 우리가 성당 앞에 심었던 느티나무 묘목이 이제는 커다란 그늘을 드리울 만큼 둘레를 넓히며 뿌리 깊은 모습으로 서 있다. 초록빛 잎사귀들을 흔들면서 오늘은 느티나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기에 그대로 적어 두며 고마운 마음으로 실천하고자 한다.
글출처 :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이해인 산문집 : 샘터) 中에서......
“지난봄부터 초여름에 이르기까지 늘상 꽃들에게만 눈길을 주고 꽃 예찬만 한 것이 왠지 마음에 걸리네요!” 라는 나의 말에 친구는 “글쎄 말이에요. 잎사귀들을 좀 더 서세하게 관찰하면 그런 실수는 안 했을 텐데······. 어떤 수녀는 글쎄 살구 열매가 매실인 줄 알고 모두 따다가 술을 담갔다잖아. 파랗게 익어 가는 모습이 조금 비슷하긴 해요. 그쵸?” 하길래 우리는 함께 유쾌하게 웃었다.
꽃이 지고 나면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게 보인다.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러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우에 무성하다
- 이해인. <잎사귀 명상> 전문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웬만한 일은 사랑으로 참아 넘기고,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마침내는 이해와 용서로 받아 안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서로의 다름을 비방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이렇게 다를 수도 있음이 놀랍고 신기하네?!’하고 오히려 감사하고 감탄하면서 말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못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다름을 머리로는 ‘축복으로 생각해야지.’ 결심하지만 실제의 행동으로는 ‘정말 피하고 싶은 짐이네.’ 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갈등도 그만큼 심화되는 것이리라.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 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얼굴과 말씨, 표정과 웃음, 걸음걸이와 취미, 생활습관과 인생관 그리고 살아온 환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맞추며 사는 수도원이라는 숲에서 나는 오늘도 다양한 나무들로 걸어오는 동료들을 새롭게 만나고 새롭게 적응하며 살고 있다. 나의 우유부단함은 동료의 맺고 끊는 성품으로 길들이고, 나의 덜렁댐은 동료의 빈틈없는 섬서함으로 길들인다. 나의 날카롭고 경직된 부분들은 동료의 부드러운 친절과 유머로 길들이고, 나의 감정이 넘쳐서 곤란할 적엔 이성적인 동료의 도움을 받는다. 나의 나태함은 동료의 부지런함에 자극을 받고, 나의 얕은 믿음은 동료의 깊은 믿음에 영향을 받으면서 나는 조금씩 더 착해지고 넓어지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에 감사한다.
1991년 가을, 수녀회 설립 60주면 기념식수로 우리가 성당 앞에 심었던 느티나무 묘목이 이제는 커다란 그늘을 드리울 만큼 둘레를 넓히며 뿌리 깊은 모습으로 서 있다. 초록빛 잎사귀들을 흔들면서 오늘은 느티나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기에 그대로 적어 두며 고마운 마음으로 실천하고자 한다.
마음을 맑게 더 맑게, 샘물처럼!한꺼번에 실천하기엔 주문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부담되지만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날 나도 멋진 잎사귀를 흔드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있으리라. 이렇게 기대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서 새소리가 들려오는 행복한 여름이다.
웃음을 밝게 더 밝게, 햇님처럼!
눈길을 순하게 더 순하게, 호수처럼!
사랑을 넓게 더 넓게, 바다처럼!
기도를 깊게 더 깊게, 산처럼!
말씨를 곱게 더 곱게, 꽃처럼!
(부산일보) 2007. 7. 9
글출처 :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이해인 산문집 : 샘터) 中에서......
고운초롱 2011.07.01. 18:01
쪼로케
선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일 수록
사랑을 받는 그릇이 겁나게 크다고 하니깐
정말이지
꼬옥 실천하도록 노력을 해야징 ㅎ
안구레둥
체험학습으로 아이들과
씨름을 하고 있었는데
이케 맘..
차분해지는 아름다운 글 만나게 해주셔서 넘 고맙고 감사해욤^^
사랑합니다~
고운초롱~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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