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 저녁을 먹으라고 우리를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는 아픈 어깨에 붙여진 파스처럼 시큰하다. 내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있는 한 외롭다고 말해선 안 된다.

--------------------------------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그는 아주 작은 소리를 들었다. 조금씩 커지더니 마침내 또렷하게 들렸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동생도, 그리고 절친한 친구들도 침대 곁에 서서 그의 이름을 간절하게 부르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마취가 풀리면서 몰려온 통증 때문인지, 그가 깨어나기를 애타게 기다려준 마음이 뭉클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몸이 힘들고 마음이 우울하던 며칠, 방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그는 그 때를 생각했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던 그 순간을. 산다는 것은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나가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된다는 시처럼 사치스러운 마음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살아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운 일이다.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다칠 때 그는 생각한다. 어린 시절, 저녁을 먹으라고 그의 이름을 크게 외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유난히 정 깊게 그의 이름을 부르던 친구의 목소리를. 그 목소리들은 아픈 어깨에 붙여진 파스처럼 시큰하다.

 

출석부를 들고 이름을 부르시던 담입선생님처럼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외롭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살아갈 힘을 내야 한다.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

?
  • ?
    바람과해 2014.06.17 09:45

    지금도 내 이름을 불러주느

    가까운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줄때 정다운 모습

    그 사람이 있는한

    늘 즐겁고 행복할꺼에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
    하은 2014.06.19 03:50

    곁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것 같이 행복한것은 없는것 같아요.

    살면서 나의 이름이 참 많이 변했지만 그 나름대로 정겹고 행복해요.


마음의 샘터

메마른 가슴에 샘물같은 글들...

  1. 이 공간을 열면서......

  2.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3. No Image 29Aug
    by 오작교
    2014/08/29 by 오작교
    Views 3847 

    서로를 배려하는 길이 되어서

  4. 세월이 갈수록 멀리해야 할 것들

  5. 마중 나가는 길

  6. 7월의 행복이 배달왔습니다.

  7. 분리되는 존재에 박수를

  8. No Image 01Jul
    by 오작교
    2014/07/01 by 오작교
    Views 4455 

    삶을 측량하는 새로운 단위

  9. No Image 01Jul
    by 오작교
    2014/07/01 by 오작교
    Views 4389 

    신뢰

  10. 사랑한다고 말했다가 거절당한 딸에게

  11. 마음 스위치

  12. 이름을 부른다는 것

  13. No Image 16Jun
    by 오작교
    2014/06/16 by 오작교
    Views 4206 

    진심으로 갖고 싶은 능력

  14. 훌륭한 사람이 곧 좋은 사람은 아니다

  15. No Image 31May
    by 오작교
    2014/05/31 by 오작교
    Views 3865 

    S.O.S.

  16. No Image 31May
    by 오작교
    2014/05/31 by 오작교
    Views 4107 

    일교차가 큰 날

  17. No Image 31May
    by 오작교
    2014/05/31 by 오작교
    Views 4073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

  18. 순식간에 / 김용철

  19. 그를 용서하세요. 나를 위해서 - 2

  20. No Image 18Apr
    by 오작교
    2014/04/18 by 오작교
    Views 4005 

    그를 용서하세요. 나를 위해서 - 1

  21. No Image 18Apr
    by 오작교
    2014/04/18 by 오작교
    Views 3963 

    지금 나는 왜 바쁜가 - 5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26 Next
/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