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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으로 노력해야 할 것

오작교 2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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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아름다운 외모나 좋은 집, 고급차, 명품 옷이나 가방을 갖기 위해 많은 금전적, 시간적 투자를 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문에 보이는 것이 아닌, 정작 자신의 행복의 근간을 이루는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얼마나 투자를 하나요?

 

  사실 우리가 사는 게 조금 힘들더라도 내 주변에서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애정 어린 관심으로 응원해주면,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행복과 삶의 용기를 얻습니다.

 

  그와 반대로 아무리 물질적으로 좋은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있어도 인간관계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아주 고통스러워하고 우울증에도 걸리며, 때론 너무나 힘든 나머지 자살까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아름다운 외모나 좋은 집과 고급차, 명품 가방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이에 못지않게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역시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아무런 노력 없이 좋은 인간관계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오랫동안 맺어갈 수 있을까요?

 

  제가 이십대 때 정말로 친한 도반 스님과 같이 계()를 받고 보름 정도 배낭여행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정말 사이가 좋은 관계인지라 별 걱정 없이 여행을 시작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그렇게 좋은 스님인데도 같이 다니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서로 따로 여행을 다니다 저녁에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제 마음을 눈치 챈 도반 스님 역시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따로 여행을 하니 심리적으로도 편안해지고, 낮에 혼자 다니면서 둘이 다니는 것의 장점들도 다시 상기하게 되고, 오늘 하루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저녁 먹으며 이야기하니 외롭지 않아 좋았습니다.

 

  이후 깨달았습니다. 관계의 기본 마음가짐은 첫째로, 사람 한 명 한 명을 난로 다루듯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난로에 너무 가까이 가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 잘못하면 큰 화상을 입게 됩니다. 반대로 또 너무 멀리하면 난로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될뿐더러 아주 쌀쌀하고 춥게 됩니다.

 

  즉, 아무리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무 오랫동안 바싹 옆에 붙어 있으면 꼭 탈이 납니다. 처음에는 참 좋았는데 밀착되는 관계가 오래될수록 점점 좋은 줄도 모르게 될 뿐만 아니라 지겨운 느낌과 구속받는 느낌이 생깁니다. 이럴 경우, 서로 간의 심리적 공간을 주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이는 절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 사이에도 해당됩니다.

 

  둘째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금 힘든 순간을 겪고 있다고 생각되면 이 말을 기억하십시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

 

  이 말은 조선 초 맹사성(孟思誠)에게 한 고승이 준 가르침입니다. 열아홉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군수에 오른, 뛰어난 학식의 맹사성은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 자만심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맹사성은 그 고을에서 유명하다는 선사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그러자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차나 한 자 하고 가라면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는 맹사성에게 스님을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을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부끄러웠던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을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살면서 나를 어렵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사실 많은 경우 내가 나를 낮추면 어렵지 않게 일이 해결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절대로 지려 하지 않고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자존심 대결을 벌입니다. 나를 좀 낮추면 금방 해결되는 일에도 그렇게 다투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마음고생, 몸 고생, 시간 낭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시시비비를 가리는 동안 여러 사람을 싸움 속으로 끌어들이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 또한 어지럽게 하고 다치게 만듭니다.

 

  일례로, 저 같은 경우 누군가 저에게 다가와 누구 종교가 과연 옳은지 나와 논쟁을 한번 해봅시다.”라고 하면 저는 그분의 말씀을 경청한 후 , 제가 잘 몰랐던 부분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러면 논쟁은 길어지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디 한번 따져보자는 마음으로 논쟁에 가담한다면, 설사 이긴다 하더라도 결국 내 마음이 힘들어지고 상대방도 자존심이 다쳐 제 종교에 대한 이해보다는 미움만 더 커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관계를 잘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떤 도움이나 선물, 칭찬 등을 받았다면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은혜를 꼭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은 어떻게 보면 끊임없는 주고받음의 연속입니다. 일반적으로 도움이라고 생각하는 금전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말로, 마음으로, 행동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삽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었는데 그것에 대한 고맙다는 회답조차 받지 못하면 상대에게 왠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래서 관계가 더 이상 깊어지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반대로, 무언가를 주었는데 상대가 매우 고마워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우리는 다음에 또 뭐라도 도와줄 것이 없을까하는 마음을 냅니다.

 

  이러한 주고받음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관계는 돈독해지고 정이 깊어집니다. 무엇을 주고받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 간에 오고 간 것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관계는 아주 특별해지고 따뜻해집니다.

 

  우리 개개인은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고 정서와 생각도 다 다릅니다. 그런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외적 조건에 투자를 하고 가꾸어 가듯, 인간관계라는 행복의 필수 조건을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보왕삼매경에도 남이 내 뜻에 따라 순종해주길 기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늘 하루, 당신을 힘들 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

 

 

글 출처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 샘앤파커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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