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바람이 술술 드는 허술한 방문처럼 산 느낌입니다. 저는 한 번도 야무지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날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삶을 살고 싶지만 현실 속의 저는 비가 새는 지붕 같고 바람이 새어드는 방문 같습니다.
마치자와 시즈오라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쓴 책 <마흔의 의미>를 읽으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 책 속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성숙한 성인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려 한다.'
성숙한 어른은 자신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이 대목을 읽었을 때 마음에 등불 하나가 켜지는 것 같았습니다.
허술한 나를 인정하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자세라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어른은 허술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암시를 받으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또한 완벽에 가깝다 하더라도 그 완벽함이 장점이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에서 완벽에 가까운 주부 브리가 어느날 가족들로부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던 것처럼.
이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마음의 일기장을 펴서 이렇게 적습니다.
비'가 새고 바람이 들더라도 그 허술함과 빈틈을 사랑하자. 허술하기 때문에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자.'
글 출처 : 나를 격려하는 하루(김미라, 나무생각)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