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샘터

메마른 삶에 한 주걱 맑은 물이 되기를
CCamu 2009.08.12. 13:30
수의 비극 / 이어령

수를 세는 버릇 때문에 때때로 엉뚱한 싸움이 벌어진다.
‘많다’ ‘적다’ 이러한 말들이 숫자로 표현되는 순간 우리는 작은 차이에 집착하게 되는 까닭이다.
말하자면 우리 형제에게 주시는 어머니의 과자 분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작은 별사탕들을 한 움큼씩 집어 주셨다.
그러면 형과 나는 분배받은 별사탕을 방바닥에 늘어놓고 자기 몫을 세었다.
내 몫이 형보다 적으면 어머니가 나를 그만큼 덜 사랑하신다고 생각했다.
셈이 끝나면 싸움이 벌어진다.
“형은 몇 개?” “서른 넷.” “난 서른하나. 형이 세 개 많으니까 두 개만 내놔.” 이러다 주먹이 오간다.

어머니는 그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가 보다.
그 뒤 별사탕을 똑같은 수로 나눠 주셨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가 붉은색 별사탕을 더 많이 가졌느냐로 시비가 붙었다.
형제는 또 멱살을 잡다 결국 어머니에게 매를 맞았다.
그러나 누군가 말리는 틈을 타서 도망쳤다.

인적이 끊긴 밤길.. 무서웠다.
“개구리가 운다. 그치?” 형이 속삭였다.
하지만 울음 소리를 세지 않았다.
어떻게 들으면 한 놈이 우는 것 같고, 또 어떻게 들으면 수만 마리가 우는 것 같은 소리.
사실 그것을 누가 셀 수 있겠는가.

그날 밤, 형과 나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서로 용서했다.
나는 그때 숫자의 비극 같은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다시는 숫자를 세지 않으리라.’
서로 움켜잡은 두 손에서 내 손과 형 손을 식별하기조차 어려운 밤.
따스한 것만이, 어렴풋한 것만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中 -

음악이 어렴풋한 기억을 깨우는 듯,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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