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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류시화

풍경소리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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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류시화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M/ Seiun/ Kit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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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2005.07.29. 17:53
억겁의 소리인 양
물 방울 소리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고운 영상을 한 참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물 방울의 소리 또한 시원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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