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꽃들에게 희망을 Hope For the Flowers - Trina Paulus
옛날에 줄무늬를 한 애벌레 한 마리가 오랫동안 자신의 보금자리였던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세상아, 안녕!" 하고 애벌레는 말했습니다. "햇빛이 비치는 이 세상은 참 찬란도 하구나."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자 애벌레는 곧바로 나뭇잎을 갉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또 다른 잎을 먹어 치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잎을... 또 다른 잎을... 그리하여 점점 더 크게... 더욱 크게... 더욱 더 크게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애벌레는 먹는 것을 중단하고 생각했습니다.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는 것 외에 그 이상의 것이 틀림없이 있을 거야." "점점 지루한 느낌이 든단 말야." 그리하여 줄무늬애벌레는 자기에게 시원한 그늘과 양식을 제공해 주던 그토록 다정한 나무에게서 기어 내려왔습니다. 애벌레는 그 이상의 것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땅에는 온갖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풀이며, 흙이며, 땅속의 구멍들이며, 그리고 작은 벌레들 - 이 모든 것들이 그들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그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처럼 기어 다니는 다른 애벌레들을 만나자 그는 몹시 들떴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먹는 일에만 바빠서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자신이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삶에 대해서 나보다 더 아는 것이 없구나." 하고 그는 한숨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줄무늬애벌레는 안간힘을 쓰고 기어가는 다른 애벌레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목적지가 대체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자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기둥이 하나 보였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그들 틈에 끼어 기어가다가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 기둥은 꿈틀거리며, 서로 밀치는 애벌레들의 더미라는 사실을 - 그것은 애벌레들로 이루어진 기둥이었던 것입니다. 애벌레들은 그 꼭대기에 오르려고 애쓰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꼭대기는 구름 속에 가리워 져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줄무늬애벌레는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는 마치 봄철에 솟아 오르는 수액모양으로 새로운 흥분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것을 찾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줄무늬애벌레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른 애벌레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니?" "나도 지금 막 도착했는걸. 아무도 말해 줄 만한 시간이 없나봐. 저 꼭대기에 오르려고 이렇게들 바빠 야단들이니 말야." 하고 그는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저 꼭대기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줄무늬애벌레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건 아무도 모르지. 그렇지만 모두들 그 곳으로서 둘러 가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매우 훌륭한 것이 있을 거야. 안녕! 나도 시간이 없어서 그래." 하고는 그도 그 더미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새로운 충동으로 머리가 터지는 듯 했습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쉴새없이 다른 애벌레들이 그의 옆을 지나 그 기둥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할 일이 한 가지밖에 없구나." 하면서 그도 밀치고 들어갔습니다.
처음 뛰어든 얼마 동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사방으로부터 밀리고 채이고 밝히곤 했습니다. 밟고 올라서느냐 밟혀 떨어 지느냐였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밟고 올라 섰습니다. 그 더미속에서는 이제 친구란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다만 위협이고 장애물일 따름이며, 그들을 발판으로 삼아 올라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로지 꼭대기에 올라가야 한다는 한가지 마음 때문이어서 였는지 줄무늬애벌레는 상당한 높이에까지 다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만족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꼭대기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으며,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속삭이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몹시 화가 치밀어 오른 줄무늬애벌레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소리쳤습니다. "도대체 알 수가 없구나. 생각해 볼 짬도 없고!" 그런데 그가 밝고 서 있던 자그마한 노랑 애벌레가 숨을 할딱이며 물었습니다. "너 지금 뭐라고 그랬지?" "난 혼자말을 하고 있었어. 별로 중요한 건 아냐.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쏭달쏭하단 말야." 하고 줄무늬애벌레는 얼버무렸습니다. "실은 나도 그것이 궁금하던 참이었어. 하지만 그걸 알아 낼 도리도 없고 해서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단정해 버렸어." 하고 노랑애벌레는 말했습니다.
"아무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곳은 틀림없이 좋은 곳일 거야." 하고는 다시 그녀는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 꼭대기까지 가려면 얼마나 남았을까?" 줄무늬애벌레는 엄숙하게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이 바닥도 아니고 꼭대기도 아니니까, 중간쯤에 있는 것일 거야." "그렇겠구나." 히고 노랑 애벌레가 말했습니다. 그들은 다시 기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줄무늬 애벌레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었습니다. 꼭대기에 올라 가겠다는 생각을 던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지금 나와 이야기를 나눈 친구를 어떻게 밝고 올라설 수가 있단 말인가?" 줄무늬애벌레는 될 수 있는 대로 노랑애벌레를 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올라가는 데 하나밖에 없는 통로를 막고 있는 그녀와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자기를 바라보는 노랑애벌레의 시선에서 그는 자신이 끔찍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자기가 밝고 있던 노랑애벌레로부터 내려와서 속삭였습니다. "미안하게 됐어." 그러자 노랑애벌레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혼잣말을 하고 있던 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저 위에 무엇이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이 생활을 견딜 수가 있었어.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난 다음부터는 그런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지. 줄무늬애벌레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 기둥은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단다." 하고 그가 속삭였습니다.
그래서 줄무늬애벌레가 "노랑애벌레야, 우리가 아마 꼭대기에 거의 왔는 지도 모르는 일이야. 서로 돕는다면 바로 그 곳에 도착하게 될 거야." 하고 말하자,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그녀는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내려가자." 하고 노랑애벌레가 말했습니다. "좋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그들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 꼭 껴안았습니다.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그들은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의 눈이나 배를 밟지 못하도록 그들은 큰 공처럼 둥글게 하였습니다. 그들은 한참 동안을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들은 갑자기 아무도 그들을 밟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서로 몸을 풀고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애벌레기둥 옆에 와 있었습니다. "야, 줄무늬야." 하고 노랑애벌레가 불렀습니다. "야, 노랑애벌레야." 하고 줄무늬도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푸른 풀밭으로 기어가서 풀을 먹고 낮잠을 잤습니다. 잠들기 바로 전에 줄무늬애벌레는 노랑애벌레를 껴안았습니다.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그 무리 속에서 짓밟혀 있는 것과 정말 다르구나!" "정말이야!"
이렇게 해서 노랑애벌레와 줄무늬애벌레는 풀밭에서 장난치며 풀을 먹고 점점 살이 쪄 갔습니다.
한동안 그것은 천국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 껴안는 것조차도 진저리가 났습니다. 그들은 서로 털끝 하나까지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줄무늬애벌레는 이런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데는 틀림없이 이 이상의 것이 있을 거야." 노랑애벌레는 그가 갈팡질팡 하는 것을 보고 그로 하여금 더욱 즐겁고 평안하게 해 주려고 애썼습니다. "우리가 떠나온 그 지긋지긋한 혼란보다 지금 상태가 훨씬 더 낫다는 걸 생각해 봐." 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모르잖아. 우리가 내려온 것이 잘못인지도 몰라. 우리는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까 그 꼭대기에 올라 갈 수 있을 꺼야." 하고 그는 대답했습니다. "줄무늬애벌레야, 제발 그런 생각은 말아 다오." 하고 그녀는 애걸했습니다. "우리는 좋은 집을 가지고 있고 또 서로 사랑하고 있어. 그러면 됐지 뭐. 외롭게 기어오르는 저 모든 애벌레들의 생활보다는 우리가 훨씬 더 낮지."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고 줄무늬애벌레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기어오르는 생활에 대한 미련이 날로 심해져 갔습니다. 그 기둥의 모습이 그의 머리에서 맴돌았습니다. 이제 그는 기둥으로 기어가서 위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버릇이 생길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꼭대기는 여전히 구름에 가리워 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기둥 근처에서 세 번이나 쿵 하는 소리에 줄무늬애벌레는 깜짝 놀랐습니다. 세 마리의 커다란 애벌레가 어디서 떨어졌는지 쭉 뻗어 있었습니다. 두 마리는 죽은 것 같았으나 한 마리는 아직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내가 도와줄까?" 하고 줄무늬애벌레가 속삭였습니다. "저 꼭대기... 나비들만이 그것을 보게 될 거야..." 이렇게 몇 마디밖에 내뱉지 못하고 그도 죽어 버렸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집으로 돌아와서 노랑애벌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엄숙해졌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이상야릇한 이야기는 무슨 뜻을 지녔을까? 그 애벌레들은 맨 꼭대기에서 떨어졌단 말인가? 마침내 줄무늬애벌레가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알아내야겠어. 내가 가서 그 꼭대기의 비밀을 밝혀내고 말거야." 그리고 그는 다정하게 물었습니다. "같이 가서 날 도와줄 수 없겠니?" 노랑애벌레는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녀는 줄무늬애벌레를 사랑하였고 그와 함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녀가 그가 성공하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또한 함께 갈 수 없다는 이유를, 그에게 납득이 갈 만한 적절한 말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바보가 된 느낌이었고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설명할 수도, 증명할 해 보일 수도 없었지만 - 그리고 그녀의 진실된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줄무늬애벌레를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기어 올라가는 것만이 반드시 높은 곳에 다다른다는 것이 아님을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난 안 가겠어." 하고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하면서도 잘라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줄무늬애벌레는 그녀를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줄무늬애벌레가 없는 지금 노랑애벌레는 외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매일같이 그를 만나러 그 기둥을 찾아갔다가 밤이면 슬픈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내가 진정 이 세상에서 자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그녀는 한숨을 지었습니다. "매 순간마다 그것이 다르게 보인단 말야. 하지만 틀림없이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꺼야." 마침내 그녀는 멍하게 되었고 그녀와 친숙했던 모든 것들로부터도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늙은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놀랐습니다. 그는 무슨 실같은 것으로 묶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변을 당하신 모양인데, 제가 도와 드릴까요?" 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변을 당한 게 아니란다. 한 마리의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단다." 그녀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나비 - 바로 그 말." 하고 그녀는 생각해 냈습니다. "나비가 무엇인지 얘기 좀 해 주시겠어요?" "그것은 네가 되어야 하는 바로 그것을 뜻하는 거란다. 그것은 아름다운 날개로 하늘을 날며, 하늘과 땅을 이어주기도 하지. 그것은 꽃에서 나오는 달콤한 꿀만을 마시면서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운반해 주기도 한단다."
"나비가 없어지면 따라서 꽃도 자취를 감추게 된단다."
"그럴 수가 있나요!" 하고 노랑애벌레는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며 말했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한낱 솜털 투성이의 벌레뿐인데, 당신이나 내 속에 나비가 들어 있다고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나비가 될 수 있단 말인가요?" 하고 그녀는 생각에 잠긴 채 물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벌레의 상태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간절히 날기를 소원해야 한다." "생명을 표기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하고 노랑애벌레는 하늘에서 떨어진 그 세 마리의 애벌레를 생각하면서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 너의 겉모습은 죽게 되지만, 너의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 남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생활에 변화가 일어난 셈이지.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나비가 한번되어 보지도 못하고 죽어 버리는 다른 애벌레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니?" 하고 그는 대답했습니다.
한편 줄무늬애벌레는 전보다 훨씬 빨리 올라갔습니다. 그는 한동안 푹 쉬었기 때문에 몸집도 커졌고 힘도 더욱 세졌습니다. 애당초 그는 꼭대기에 올라가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입니다.
줄무늬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들이 보기에 그저 마음을 단단히 먹은 정도가 아니라 무자비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애벌레들에 비해서 그는 유별났습니다.
"네가 먼저 못 올라갔다고 해서 나를 욕하지는 마. 우리의 생활이 치열한 경쟁이니까. 오로지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목적지 가까운 곳에까지 도달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여기까지는 무난히 도착했지만, 마침내 꼭대기에서 햇빛이 스며들어오는 지점에까지 왔을 때는 기진맥진해 있었습니다. 이 높이에서는 거의 아무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저것들을 없애버리지 않고서는 누구도 더 높이 올라갈 수가 없겠는걸." 이 말을 듣고 얼마 안가서, 그는 굉장한 압력과 진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비명 소리와 함께 몇 마리의 애벌레들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침묵이 흘렸습니다. 빛은 더욱 밝게 비쳤고 위에서 누르는 힘은 더욱 약해졌습니다.
"제기랄, 꼭대기에 아무 것도 없잖아!" 그러자 꼭대기에 있던 다른 애벌레가 대꾸했습니다. "바보야, 조용히 해! 저 밑에 있는 친구들이 듣잖아. 그들이 올라오고 싶어하고 있는 곳에 우리가 와 있는 거야. 여기가 바로 그곳이야!" 줄무늬애벌레는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높이 올라왔는데, 아무 것도 없다니! 밑에서 볼 때만 좋게 보였던 것입니다. 다시 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기 좀 봐 - 이런 기둥이 또 있잖아. 저쪽에도 또 - 아니, 온통 기둥 아냐!" 줄무늬애벌레는 실망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 기둥이 수많은 기둥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니! 이 수많은 애벌레들이 기어오르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니! 뭔가 잘못되어 있지만... 그러나 무엇이 있단 말인가?" 하고 그는 한탄했습니다.
"노랑애벌레야!"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너는 무언가 알고 있겠지. 기다림이 바로 용기였단 말인가? 아마 그녀가 옳았는지도 모르지. 그녀와 같이 있고 싶어지는구나. 내려갈 수 있겠지.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여기 상태보다야 낫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줄무늬애벌레는 곁에 있는 애벌레들이 갑자기 꿈틀거리는 바람에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들 꼭대기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밀면 밀수록 꼭대기에서는 더욱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한 애벌레가 헐떡거리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지 않으면 꼭대기에 올라갈 수 없을 거야. 그러니 우리 모두 일제히 힘껏 한번 밀어붙이면, 그들도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을 거야!" 그러나 그들이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밖에서 함성이 들려왔고 또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왜들 그러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가장자리로 헤치고 나갔습니다. 노란 날개를 가진 한 마리의 찬란한 생명체가 자유롭게 기둥 주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기어 오르지도 않고 이처럼 높이 올라올 수가 있단 말인가! 줄무늬애벌레가 머리를 내밀자 그 생명체는 자기를 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길게 다리를 뻗쳐 자기를 움켜 쥐려는 것이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그 더미에서 끌려 나가기 직전에 몸을 움츠렸습니다. 그 찬란한 생명체는 그를 놓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을 슬픈 듯이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오로지 나비들만이." "이것이 바로 나비란 말인가?" 그리고 또 무슨 말이었던가? "저 꼭대기... 그들만이 보게 될 거야..."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고 아직도 확실치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노랑애벌레의 눈길을 한 저 눈 들 하며.
그 생명체의 두 눈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 그는 거기에서 무한한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방향을 바꾸어 기둥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제 몸을 웅크리지도 않았습니다. 온 몸을 쭉 펴고 모든 애벌레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꼭대기에 가 봤어. 그런데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어."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올라가는 데만 정신이 팔렸던 것입니다. "거짓말 마. 꼭대기에 가 보지도 못했으면서." 하고 말하는 애벌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중 몇 마리는 충격을 받았고 그의 말을 좀더 자세히 들으려고 올라가던 길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그 줄 한 마리는 고뇌에 찬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달리 어쩔 도리가 없잖아?" "우리는 날 수가 있어! 나비가 될 수 있단 말이야! 그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신경쓸 필요가 없어!"
줄무늬애벌레의 대답은 모두에게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까지도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곧이 들을 수 있니? 우리의 생활은 땅에서 기어오르는 길밖에 없어. 우리의 꼴을 아무리 살펴본들 그 속에서 나비가 보이지 안잖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애벌레의 생활을 즐기는 수밖에 없어!" 그러자 줄무늬애벌레는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의 말이 옳을 지도 모르지. 내 말에는 아무 근거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필요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란 말인가?" 그는 아픈 마음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줄 만한 친구를 찾으면서 쉬지 않고 내려갔습니다. "나는 나비를 보았어 - 삶에는 보다 나은 것이 있을 거야." 어느 날 그는 마침내 밑에까지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지치고 슬픈 마음을 안고 지난 날 노랑애벌레와 함께 뛰놀던 그 옛 장소로 기어갔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진맥진하여 더 이상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웅크린 채 잠이 들었습니다.
"혹 꿈이 아닌가?" 그는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행동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사랑에 넘쳐흐르는 눈길이, 나비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믿도록 해 준 것입니다.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갔다가 다시 날아왔습니다. 그에게 따라오라는 듯 몇번을 그렇게 되풀이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도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찢어진 두 개의 고치가 매달린 어느 나뭇가지에 이르렀습니다. 나비는 그 고치 중의 하나에다가 그녀의 머리를, 다음에는 그녀의 꼬리를 계속해서 들이밀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로 날아와서 그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녀의 더듬이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마침내 그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줄무늬애벌레는 또 다시 기어오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그는 무서워졌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랑나비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THE END
꽃들에게 희망을 Hope for the flowers
트리나 포올러스| 김명우 역| 분도출판사| 1975
이 세상은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김새도 제각각이고 하고 있는 일들도 다르지만,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건 모두 똑같을 거예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도움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낸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꿈을 찾아 나서는 우리 애벌레들처럼 용기를 낸다면, 여러분의 꿈도 반드시 이뤄질 거예요. 나비가된 애벌레를 보고 꽃들이
행복해하듯, 여러분의 꿈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 될 수도 있답니다. 여러분은 떠날 준비가 됐나요? 그럼, 우리 용감한 애벌레들과 함께 꿈을 향해
출발!
너는 누군가의“희망”이 될 수 있는 존재니?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리는 [꽃들에게 희망을] 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단순히 먹고 자라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애벌레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눈앞의 것만을 좇는 다른 많은 애벌레들을 따라가 보지만, 그들은 인생의 진정한 목적을 잃은
채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 꿈을 찾는 애벌레들의 아름다운 여정 속에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사랑과, 스스로를 이기고 깨우치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확신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용기, 그리고 나의 성장이 다른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감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목이'애벌레들에게 희망을'이 아니라'꽃들에게 희망을'인 이유… 타인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 입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참 모습을 찾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한 마리의 애벌레의 이야기이다. 그 애벌레는 나 자신을,
우리들 모두를 닮았다. 삶에 관한, 혁명에 관한, 무엇보다 희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고 노랑 애벌레가 주저하며 물었습니다.
서로를 짓밟고 짓밟히며 어디론가 끊임없이 기어오르는 애벌레들. 그 애벌레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한 것은 다름아닌
나비였습니다. 작은 줄무늬 애벌레 또한 그 대열에 끼어 무의미한 나날을 보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깨닫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고전입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난 호랑 애벌레는 '삶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시작합니다. 수많은 애벌레가 올라가려는 기둥 너머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줄무늬 애벌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라갑니다.
도중에 만난 노랑 애벌레를 만나 사랑에 빠져 다시 땅으로 내려오지만 기둥 너머의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정상에
오를 것을 다짐하고 여행을 떠납니다. 노랑 애벌레는 호랑 애벌레가 없어, 삶의 희망을 잃어가던 중 나비가 되면 새로운 삶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나비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던 책으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비유로 표현했습니다.
저자 | 트리나 포올러스 Trina Paulus
트리나 플러스는 작가이자 조각가, 운동가. 1972년 처음 출간된 뒤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포르투칼,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린 『꽃들에게 희망을』의 작가이다. 국제여성운동단체인 '그레일(The Grail)'의
회원으로, 공동농장에서 14년 동안 직접 우유를 짜고 채소를 재배했다. 성경 구절을 쓰고 성가를 불렀을 뿐만 아니라, 조각가인 만큼 자신의
조각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는 데 쓰기도 했다. 그레일에서 하는 국제적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집트의 아흐밈에 여성
자수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일을 도왔고, 그외에도 뉴욕에서 대리석을 조각하고 프랑스, 포르투칼에서 일하기도 했다. 콜로라도의 산에서 6개월간 영구
경작법을 배웠으며,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다. 지금은 뉴저지 주에 있는 집에서 황제나비와 식량, 소망을 키우고 있다. 이 집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소규모의 환경 센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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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목표와 우정과 노력과 인내를...
많은 인고끝에야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것처럼 우리네 삶도 똑같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