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16.08.26 16:46:40 (*.109.157.112)
4759

어느 가을 해질 무렵,
그녀는 남편과 다툰 후,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 마당으로 나왔다.

아직 채 마르지않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스치자 소름이 돋을 만큼
한기가 느껴졌다.


그때 남편이 드라이기를
들고 나오며 말했다.
"그만 화 풀고 이리와!"
남편은 못 들은 척하는 그녀를
억지로 의자에 앉히고는
머리를 말려주었다.


정원 가득 핀 꽃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남편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는 동안
그녀는 그와 다툰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남편은
이해심과 포용력이 많은 사람이었고,
다툼이 있을 때마다 이런식으로
그녀를 달래주곤 했다.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이런 남편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후, 남편이 말했다.
"언젠가는 당신 혼자 이 자리에 앉아서
오늘 이 순간을 회상하는 날이 오겠지."


남편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묻어 있었다.
뜻밖의 말에 당황한 그녀는
남편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당신은요?"


남편은 드라이기의 작동을 멈추고
그녀를 안심시키 듯 싱긋 웃어보이고는
다시 그녀의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침묵 속에서 드라이기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남편은 한참만에 대답했다.
"글쎄 .....,아마 당신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가 있지 않을까?"


순간 그녀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남편 없이 혼자 남겨질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어째서 나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에
그토록 쉽게 생체기를 내는 것일까?
남편은 내가 어떤 잘못을 해도
매번 나를 용서해줄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


하지만,
그것때문에 지금까지 남편을 남보다 못하게
대해왔잖아. 바보같이 .......,


불교에서는 5백년을 수행해야 한 배를 타고,
다시 천년을 수행해야
같은 잠자리에 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럼 2천년을 수행하면 죽는 날도
함께할 수 있을까?"


그녀는 앉은 체로 몸을 돌려
남편의 허리를 꼭 끌어 안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행동에 놀랐지만,
이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남편을 좀더 힘껏 껴안으며 다짐했다.
세상의 단 한 사람, 소중한 남편의 마음을 다시는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세요.
헝클어진 그녀의 마음을 다정하게 보듬어주세요.

옮겨온글

BandPhoto_2016_08_05_23_16_29[3].jpg

댓글
2016.08.26 21:57:15 (*.158.189.71)
고이민현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가 아니라

젖으 머리 마를때까지라도 같이 있으라구요.....ㅎㅎㅎ

時乎時乎不再來요 歲月不我延아라.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말이 싫어하는 사람 (4)
고이민현
2014.01.01
조회 수 3090
♣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자 ♣ (6)
고이민현
2013.12.26
조회 수 3271
♣ 클럽 하우스 락커 룸 ♣ (6)
고이민현
2013.11.14
조회 수 3167
조회 수 3312
인생의 마지막 5분간(分間) (2)
오작교
2013.11.05
조회 수 3086
스님과 어머니 (3)
바람과해
2013.11.01
조회 수 3014
♣ 아내의 눈썹 ♣ (3)
데보라
2013.10.31
조회 수 3019
어느 어머님의 일기 (1)
시몬
2013.10.30
조회 수 2884
철이 든 형님 (2)
데보라
2013.10.27
조회 수 2842
참친절 (1)
시몬
2013.10.26
조회 수 2615
감동 이야기 (10)
바람과해
2013.10.25
조회 수 2754
나이 70은 從心이라 부른다 (3)
청풍명월
2013.10.15
조회 수 3560
길 떠나는 인생 (4)
고이민현
2013.10.12
조회 수 3010
스스로 아프게 하지 말아요 (1)
시몬
2013.10.03
조회 수 2644
약속의 유효기간 (1)
시몬
2013.10.02
조회 수 2668
인간 관계 (1)
시몬
2013.09.30
조회 수 2725
오직 한사람... (1)
시몬
2013.09.12
조회 수 2764
마주 보는 법 (1)
시몬
2013.09.10
조회 수 2675
♠ 충청도 장모 vs 서울 사위 ♠ (4)
고이민현
2013.09.05
조회 수 3395
가을 편지 / 외외 이재옥 (1)
niyee
2013.09.04
조회 수 2651
가슴 따뜻한 이야기.. (2)
시몬
2013.09.02
조회 수 2661
조회 수 2719
어느 며느리의 편지 (6)
시몬
2013.08.31
조회 수 2923
꽃무릇(상사화)/김돈영 (1)
niyee
2013.08.30
조회 수 2595
코끼리에게도..... (1)
시몬
2013.08.28
조회 수 2427
조회 수 2576
성은 참이요,이름은 이슬 (6)
고이민현
2013.08.24
조회 수 2737
노년에 관해.. (3)
시몬
2013.08.23
조회 수 2713
조회 수 2561
인순이... (2)
시몬
2013.08.20
조회 수 2389
그 남자 그 여자 (1)
시몬
2013.08.19
조회 수 2501
어느 사랑이야기 (1)
시몬
2013.08.18
조회 수 2563
조회 수 2570
조회 수 5143
미소(微笑)예찬 / 주응규 (3)
niyee
2013.08.14
조회 수 2449
조회 수 2847
녹슨 삶을 두려워하라 (1)
시몬
2013.08.13
조회 수 2479
조회 수 2461
피는 물보다 진하다. (4)
조지아불독
2013.08.10
조회 수 2554
먼길을 다해..
시몬
2013.08.03
조회 수 2569
천천히 걷기를... (1)
시몬
2013.07.31
조회 수 2496
낙조 (1)
niyee
2013.07.30
조회 수 2365
일본은 끝났다 (5)
시몬
2013.07.29
조회 수 2479
왜 사느냐고..?
시몬
2013.07.26
조회 수 2341
내가 산다는 것.. (2)
시몬
2013.07.20
조회 수 2423
배우는 자의 행복한 기도 ... (3)
데보라
2013.07.20
조회 수 2503
조회 수 2502
말 돼네 (6)
고이민현
2013.07.13
조회 수 2980
내 아들들 에게 쓰는 편지 . (1)
시몬
2013.07.10
조회 수 2504
시원하게 한번 보세요~~~ (2)
시몬
2013.06.30
조회 수 2513
변호사와 전화 (2)
시몬
2013.06.27
조회 수 2488
조회 수 2465
빨간도깨비...
시몬
2013.06.24
조회 수 2878
인간은 만남을 통해 살아간다 (1)
고등어
2013.06.19
조회 수 2522
인생의 향기 (1)
시몬
2013.06.19
조회 수 2430
말에 관한 충고 (3)
시몬
2013.06.11
조회 수 2594
떠날 수 있다는건..
시몬
2013.06.10
조회 수 2394
불안도 쓸모 있다
시몬
2013.06.07
조회 수 2502
세월아 술한잔 하자 (6)
고이민현
2013.06.06
조회 수 2978
관심..
시몬
2013.06.05
조회 수 2439
청 춘.. (2)
시몬
2013.06.02
조회 수 2397
조회 수 2344
조회 수 2596
독도는?! (13)
바람이된별
2013.05.25
조회 수 2856
대숲에 들면 -박광호 (1)
niyee
2013.05.18
조회 수 2569
조회 수 3040
조회 수 2858
중년이라는 나이 (4)
오작교
2013.04.02
조회 수 3748
내가 알고 있는것 (1)
尹敏淑
2013.03.28
조회 수 2741
조회 수 2613
창밖에 걸린 봄 /오은서 (1)
niyee
2013.03.27
조회 수 2733
★ 어느 선술집벽 낙서 ★ (2)
고이민현
2013.03.22
조회 수 3243
조회 수 2806
어머니의 웃음! (1)
데보라
2013.03.02
조회 수 2742
메일이 맺어준 사랑이야기(寓話) (2)
고이민현
2013.02.22
조회 수 2833
어느 노부부의 외출 (6)
오작교
2013.02.16
조회 수 2947
당신은 애무나 잘 하셔! (10)
고이민현
2013.02.11
조회 수 4801
메아리.... (6)
데보라
2013.02.10
조회 수 2861
조회 수 2846
조회 수 2836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네 가지 (6)
오작교
2013.01.22
조회 수 3269
'나' 와 '우리'의 갈림길/.... (1)
데보라
2013.01.21
조회 수 2599
태화강 연가Ⅱ / 송호준 (1)
niyee
2013.01.21
조회 수 2766
조회 수 2658
조회 수 270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7)
Jango
2012.12.21
조회 수 2854
눈물어린 등불~.... (5)
데보라
2012.12.20
조회 수 2670
조회 수 2667
설화 / 송호준 (1)
niyee
2012.12.17
조회 수 2602
에미 맘~.... (7)
데보라
2012.12.07
조회 수 2600
꿈과 소망으로 아름다운 하루 (1)
고등어
2012.12.05
조회 수 2627
겨울 장미/ 외외 이재옥 (2)
niyee
2012.11.30
조회 수 2663
가을 엘레지 -詩 김설하 (3)
niyee
2012.11.29
조회 수 2702
♠ 어느 실버의 간절한 소망 ♠ (5)
고이민현
2012.11.28
조회 수 2591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