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김수환 추기경 16일 선종 1주기] 이해인 수녀, 김 추기경에게 드리는 편지 블로그담기

“항암치료? 대단하다 수녀” 그 말씀 아픈 이에게 흉내내곤 합니다
‘마더 테레사 효과’같은 ‘아버지 김수환 효과’보고 있답니다
[중앙일보]2010.02.09 03:55 입력 / 2010.02.09 06:00 수정
이해인 수녀

지금은 슬픔도 고통도 부끄러움도 없는 나라에서 편히 쉬고 계실 테지요? 일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네요. 추기경님께서 남기신 사랑의 나눔정신은 더 크고 넓게 확산돼 갑니다. 추기경님을 본받아 저도 장기기증서(2005년 심장 기증 서약)를 소중히 보관해 두고 있답니다.


제가 추기경님을 처음 뵌 것은 1965년 부산 분도병원 약국에서 꼬마 예비수녀로 있을 때였습니다.

특별히 아끼시던 약국장 김지상 수녀님을 만나러 오셨습니다. 그 무렵 추기경님께선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 재직하셨어요. 검은 구두를 벗어 들고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난해 명동성당에서 유난히 크게 보였던 그 구두를 보며 문득 옛 생각이 났었지요. 49년 7월 11일 지금은 대부분 고인이 되신 우리 수녀원 초창기 수녀님들을 부산까지 안내하던 신학생이 바로 추기경님이셨다는 기록을 보니 새삼 반가웠습니다. 이런저런 특별한 인연에서인지 먼 길에도 우리 집 큰 행사에는 꼭 참석하셨던 추기경님이셨어요.

저 역시 추기경님을 종종 사석에서, 공석에서 뵐 수 있었어요. 2008년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좀 더 인간적으로 가까이 뵐 수 있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문병을 가고 싶어도 자제하고 있던 저를 어느 날 추기경님이 병실로 불러주셨어요. 그 후 미사에도 참여하고 간식도 같이 먹는 영광을 누렸지요. 늘 즐겁게 해 드리고 싶어 왈가닥처럼 행동하는 저를 보며 빙그레 웃어주시던 모습도 그립습니다.

병실에 어쩌다 잘 모르는 이가 있으면 누구냐고, 어디서 왔느냐고, 못 알아봐 미안하다며 자신이 불편한 중에도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잊지 않으시는 모습에서 저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성인의 덕목은 친절함, 한결같음, 남을 편하게 해 주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것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저더러 항암치료 받느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하니 연민의 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래? 대단하다 수녀!” 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힘든 치료를 하는 이들에게 종종 “대단하세요, 정말!” 하며 추기경님의 그 표현을 흉내 내어 보기도 합니다.

1994년 수녀원 잔디밭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이해인 수녀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막상 먼 길 떠나시고 나니 방해가 돼도 좀 더 자주 찾아 뵐 걸, 같이 사진도 찍고 추기경님의 그림이 있는 달력에 사인도 받아두고 덕담도 녹음해 둘 걸 등등, 욕심에서 오는 인간적인 아쉬움이 가득하지 뭐예요. ‘마더 테레사 효과’가 있듯이 저는 요즘 종종 ‘아버지 김수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답니다. 마치 희망과 기쁨의 게임을 하듯이 필요할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하는 것이지요. 사실 처음부터 부른 것은 아니고 하도 다급하니까 어느 날 저절로 부르게 되었고 왠지 잘 도와주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팔이 아프고 허리가 아플 적에도 병원 가기 전에 일단 통증을 조금만 멎게 해 달라고 전구(傳求·성모님 혹은 성인에게 주님께 대신 기도해달라고 구하는 것)를 하면 거짓말같이 괜찮아지곤 했답니다. 급히 찾아야 하는 물건이 있을 적에도 ‘제발 좀 도와주세요!’ 하거든요. 오늘도 창고에 보관해둔 수많은 사진 중에서 딱 두 장만 추기경님과 같이 찍은 것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니 신기하게도 5분 안에 금방 찾아지는 거였어요.

지인들에겐 일일이 친필로 글을 적으신 다정함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진정 당신의 일생은 세상과 인간을 향해 깨어있는 ‘사랑의 인사’였습니다. ‘모든 이의 모든 것’ 되신 둥글고 따뜻한 사랑의 영성, 받은 사랑 과분하고 베푼 사랑 부족했다 하신 겸손의 영성, 남모르는 고독 속의 아픔과 인내로 빚어내신 평화의 영성,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고 고마운 일부터 찾아내신 감사의 영성, 날마다 새롭게 삶 속에 가슴속에 되새기며 사는 이 땅의 우리를 축복하소서.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댓글
2010.02.12 16:09:37 (*.186.21.11)
청풍명월

시인 이시며 수녀이신 이해인  김수환 추기경님께

드리는 편지 를보고 감동 했습니다

수녀님은 투병중에 게시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데

대단하신분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번호
제목
글쓴이
500 아빠의 눈물~ 1
데보라
2010-07-13 3569
499 ♣ 청보리 / 시 조용순 1
niyee
2010-07-13 4206
49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3
바람과해
2010-07-11 3888
497 천천히 가자 5
데보라
2010-07-09 3715
496 빨간주머니와 노란주머니 5
데보라
2010-07-08 4148
495 월드컵 출전중인 아빠 허정무 감독에게 딸이 보내는 편지 3
데보라
2010-06-29 2884
494 3천원이 가저다 준 행복 7 file
바람과해
2010-06-28 2866
493 ♣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지요...♣ 2 file
데보라
2010-06-24 4073
492 쥔것을 놓아라 2
데보라
2010-06-22 3815
491 바보 마누라~ 2
데보라
2010-06-20 3646
490 가슴저린이야기 (서울대학교 합격자 생활수기) 6 file
청풍명월
2010-06-16 3154
489 아내의 만찬 5 file
청풍명월
2010-06-15 3318
488 당신의 말이 행복을 만든다.. 2
바람과해
2010-06-15 3763
487 나는 미운 돌멩이... 3
데보라
2010-06-12 3232
486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 입니다
데보라
2010-06-12 3001
485 붕어빵 아주머니와 거지아이 2
바람과해
2010-06-11 2848
484 ♣ 풀잎 이슬방울 하나 / 장성우
niyee
2010-06-11 4035
483 세상에서 젤루 모찐 나의신랑 생일이랍니당~ㅎ 23 file
고운초롱
2010-06-10 6082
482 사랑의 유산~ 2
데보라
2010-06-08 3583
481 진드기..신부 입장 1
데보라
2010-06-08 3635
480 어느아빠의 감동적인 스토리 8 file
청풍명월
2010-06-04 3582
479 ♣ 1000 억짜리의 강의 ♣ 4
데보라
2010-06-02 3000
478 ♣ 부모님의 깊은 뜻을 그 자식이 알까요 ?♣
데보라
2010-06-02 3023
477 아내의 사랑 1
데보라
2010-06-01 3002
476 아침 편지 - 사랑의 수고 6
데보라
2010-05-28 4309
475 희망이라 는 약 3
바람과해
2010-05-26 4261
474 나폴레옹과 사과파는 할머니 2
바람과해
2010-05-19 4202
473 ♬♪^ 코^ 아가야는 디금 2
코^ 주부
2010-05-18 4381
472 인생의 계단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4
데보라
2010-05-14 3872
471 모래위의 발자국~ 2 file
데보라
2010-05-14 11121
470 두 少年의 아름다운 友情이야기 4
바람과해
2010-05-07 3430
469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 Running Through The Grass 1
琛 淵
2010-04-27 3734
468 가장 행복한 날, 가장 행복한 시간 外 / Edgar Allan Poe
琛 淵
2010-04-25 3778
467 천천히 걸어도.빨리 달려도 / 조광선 1
바람과해
2010-04-24 3183
466 ♬♪^. 쉿` 1급비밀 7
코^ 주부
2010-04-22 3825
465 ♬♪^ . 꿈의 넓이 11
코^ 주부
2010-04-20 4115
464 물레방아.들국화 [♬ waterbone tibet / river of souls]
琛 淵
2010-04-16 2929
463 ♣ 들꽃의 교훈 / 박광호 2
niyee
2010-04-14 3630
462 인 생 [ ♬ Asha / 앨범 - Mystic Heart ♬ ] 6
琛 淵
2010-04-11 3199
461 친구를 돕는 것도 지혜롭게 해야 한다 2
바람과해
2010-04-05 3079
460 어느 대학교 졸업 식장에서 6
바람과해
2010-04-02 3098
459 또 아픕니다 3 file
오작교
2010-04-02 2846
458 좋은 사람 2
바람과해
2010-04-01 3099
457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1
바람과해
2010-03-28 2669
456 소중한 벗에게 띄우는 편지 4
바람과해
2010-03-23 2808
455 ♣ 꽃바람 -詩 김설하 1
niyee
2010-03-21 2464
454 선생님께 사랑을 보냅니다 (To Sir with Love) 4
보리피리
2010-03-19 2929
453 ♠ 좋은글 좋은생각♠ 3 file
청풍명월
2010-03-19 5586
452 ☆ 신부님과 과부 이야기☆ 3
청풍명월
2010-03-17 2769
451 초롱이 아들 수형이의 첫월급을 받는 날이랍니다.^^ 23 file
고운초롱
2010-03-16 3673
450 ♧ 제화공의 아들 링컨 대통령의명답♧ 3
청풍명월
2010-03-16 4884
449 행복 십계명 1
바람과해
2010-03-15 3130
448 반기문 총장의 성공 비결 19계명 1
바람과해
2010-03-14 2575
447 百壽의 秘訣은勞力 4
청풍명월
2010-03-14 2383
446 ♡ 단한번 주어진 특별한 하루♡ 7 file
청풍명월
2010-03-11 2661
445 ♬♪^ . 섬안의 섬 8
코^ 주부
2010-03-10 2277
444 *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마을 - [오미야콘](OYMYAKON) 5
Ador
2010-03-09 4134
443 ♧ 당신을 위해 이글을 바칩니다♧ 2
청풍명월
2010-03-06 2519
442 내게온 아름다운 인연 2
바람과해
2010-03-06 2947
441 ♣ 봄을 재촉하는 비 / 하늘빛 최수월 1
niyee
2010-03-06 2414
440 아! 어머니 / 신달자 2
niyee
2010-03-06 2529
439 은은한 난향의 세계로,,,(제16회 대한민국 난 전시회) 2
슬기난
2010-03-06 2555
438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1
바람과해
2010-03-06 2550
437 내人生에 가을이 오면 2 file
청풍명월
2010-03-03 2523
436 잃은 것, 남은 것 1
바람과해
2010-03-03 2416
435 빨간 벙어리 장갑 5
청풍명월
2010-03-02 2246
434 친구야 나의 친구야! 1
데보라
2010-03-01 2647
433 행복 요리법 1
데보라
2010-03-01 2313
432 ♣ 가정을 살리는 생명의 씨 4가지♣ 2
청풍명월
2010-03-01 2135
431 나이가 가져다 준 선물 4
데보라
2010-02-28 2712
430 참 좋은 일입니다 2
바람과해
2010-02-28 2385
429 ♧정말 소중한 것이란 무엇일까요♧ 2 file
청풍명월
2010-02-27 2029
428 호롱불 같은 사람이 되려무나 2 file
데보라
2010-02-26 2766
427 아줌마는 하나님 부인이세요? 3
바람과해
2010-02-25 2054
426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어 보세요. 3
바람과해
2010-02-24 2253
425 남자도 그리움에 눈물 흘립니다 6
데보라
2010-02-18 2242
424 내인생에 가을이오면 윤동주 6 file
청풍명월
2010-02-17 2315
423 당신곁에 내리고 싶습니다 3
장길산
2010-02-16 2136
422 옹달샘 같은 친구 2
바람과해
2010-02-15 1990
421 소망성취 하세요...... 3 file
별빛사이
2010-02-13 2576
이해인수녀 김수환추기경에 드리는 편지 1
청풍명월
2010-02-10 2377
419 ♣2만5천원의 友情 4
바람과해
2010-02-09 2154
418 ...내 삶에 휴식이 되어주는 이야기 3
데보라
2010-02-09 1860
417 어느95세 어른의수기 4
청풍명월
2010-02-07 2871
416 내 영혼의 반쪽/.. 소울메이트
데보라
2010-02-06 2200
415 재치있는 이발사의 말솜씨 3
데보라
2010-02-06 2217
414 무능한 중 外 / 샤를르 보들레르
琛 淵
2010-02-04 1951
413 이별 동경 / Johann Wolfgang von Goethe 1
琛 淵
2010-02-01 1906
412 어머니의 사랑 2
데보라
2010-01-28 1955
411 ♡ 어느 의사가 말하는 감동 이야기(실화) ♡ 9
데보라
2010-01-24 2050
410 ♡ 겨울나무 편지♡ 2
청풍명월
2010-01-24 1794
409 나는 내가 아닙니다/...어느 40대의 고백 4
데보라
2010-01-21 2088
408 ♡ ...여보게 친구 ...♡ 3
데보라
2010-01-19 2238
407 술 이 란 ? 4 file
청풍명월
2010-01-19 1972
406 늙은 아버지의 질문... 6
데보라
2010-01-18 2063
405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 15
데보라
2010-01-11 2175
404 ♣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 향일화 3
niyee
2010-01-11 2197
403 ♡ 말은 씨앗과 같습니다 ♡ 6
데보라
2010-01-10 1911
402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 7 file
청풍명월
2010-01-10 1698
401 부부란 이런 거래요.. 1
데보라
2010-01-08 291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