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10.06.04 14:53:04 (*.186.21.11)
3621

 울었다.jpg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곁을 떠난지 어언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는 크기만 합니다
어느날 출장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한채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그날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에 양복 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습니다...

그순간 뭔가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발이 이불에 퍼질러진것이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에 있었던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단지며 엉덩이며 마구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하며 때린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빠가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된다는말,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데어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릴려고 식을까 봐 이불속에 넣어둔 것이라고.

 

가슴이 메어왔습니다..아들앞에서 눈물보이기 싫어 화장실에 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었습니다.

일년전에 그일이있고난 후 저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갈 나이죠.

얼마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는데 회사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 조퇴를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를 찾았죠.
동네를 이잡듯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화가나서 마구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차례의 변명도 하지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부모님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날이라고 했습니다.

그일이 있고 며칠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종일 자기방에서 꼼짝도 하지않은 채

글을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차례 사고를 첬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날. 일을마치고 퇴근을 하려고하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아이가 주소도 쓰지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채

편지 300여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에 우체국 업무가 지장을 끼친다고 온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또 일저질렀다는 생각에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마디 변명도 하지않은 채 잘못 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가서 편지를 받아 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짓을 했냐고 하니

아이는 울먹이며 엄마한테 쓴 편지라고.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게 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내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키가 닿지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 보니깐 손이 닿아서 다시돌아와

그동안 써논거 다들고 갔다고.

아이에게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나라에 있다고 다음부턴 적어서 태워버리면 엄마가 볼수있다고

밖으로 편지를 들고나간 뒤 라이타 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하나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보고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주에 우리유치원에서 재롱잔치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생각 날까 봐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소리에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척 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때렸는데

애기하면 아빠가 울까 봐 절대로 얘기 안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생각 하면서 우는것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 생각 안나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나

보고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자면

그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꿈에 한번만 나타나

그렇게 해줄수있지? 약속해야 해

 

편지를 보고 또 한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우리 아이는 사랑 받기위해 태어났는데, 엄마사랑을 못받아 마음이 아픔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혁수야 아빠야

우리혁수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아빠는 그런것도 모르고

엄마의 빈자리 아빠가

다 채워줄 수는 없는거니?

남자끼린 통한다고 하잖아..

혁수야 너 요즘에도 엄마한테 편지쓰지

아빠 너 하늘로 편지 보내는 거 많이 봤다

엄마가 하늘에서 그편지 받으면

즐거워하고 때론 슬퍼서

울기도 하겠지

혁수야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

 

그걸 잊지마 아빠가 널 때린다고

엄마가 혁수를 놔두고 갔다고

섭섭해 하지마 알겠지..?

끝으로 사랑한다 내아들아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아들 사랑해

 

아빠가ㅡ


- 이 글의 주인공들은

실존인물이고 실화라네요-

-퍼온 글입니다 -

댓글
2010.06.04 23:27:52 (*.184.73.20)
바닷가

엄마의 자리는 아무도 채울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
2010.06.05 07:33:30 (*.137.28.37)
데보라
(추천 수: 1 / 0)
profile

아이의 깊은 마음이 감동입니다

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조으네요

우리 아빠들 화이팅하세용~.....*.*

댓글
2010.06.05 09:17:43 (*.27.82.115)
감나무
(추천 수: 1 / 0)

청풍 명월님

오랫만에 오셔서 가슴이 뭉클한 글을 올려셨네요,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아이가 명석한 애 늙은이네요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댓글
2010.06.05 10:48:34 (*.186.21.11)
청풍명월

바닷가님 데보라님 감나무님 찾아 주시여

감명 깊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2010.06.10 13:06:37 (*.204.44.5)
오작교

청풍명월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정모 때 모습을 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뵙지 못해서 서운했었습니다.

 

게시글을 제가 약간 수정을 했습니다.

글씨가 너무 크고 사이가 벌어져 보기가 싫어서요.

댓글
2010.06.10 16:18:52 (*.186.21.11)
청풍명월

오작교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부족한점 있으면 많은 충고와

조언을 부탁드리고  열심히 하겟습니다

다음 정모에는 꼭 참석 할것을 약속

드립니다

댓글
2010.06.12 10:34:33 (*.159.49.31)
바람과해

청풍명월님 이글을 읽고나니

제가슴이 아품니다.

엄마의 자리는 아무도 채울수 없겠지요.

감명 깊게 잘 보았습니다.

더운날 건강하세요..

 

댓글
2010.06.12 11:22:28 (*.186.21.11)
청풍명월

바람과해님 감명깊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등산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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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내 영혼의 반쪽/.. 소울메이트
데보라
2231   2010-02-06 2010-02-14 13:32
 
415 재치있는 이발사의 말솜씨 3
데보라
2249   2010-02-06 2010-02-07 10:41
 
414 무능한 중 外 / 샤를르 보들레르
琛 淵
1991   2010-02-04 2010-02-04 16:57
 
413 이별 동경 / Johann Wolfgang von Goethe 1
琛 淵
1948   2010-02-01 2010-02-02 11:59
 
412 어머니의 사랑 2
데보라
1992   2010-01-28 2010-02-02 19:51
 
411 ♡ 어느 의사가 말하는 감동 이야기(실화) ♡ 9
데보라
2085   2010-01-24 2010-02-08 18:57
 
410 ♡ 겨울나무 편지♡ 2
청풍명월
1830   2010-01-24 2010-01-24 15:42
 
409 나는 내가 아닙니다/...어느 40대의 고백 4
데보라
2134   2010-01-21 2010-02-03 10:54
 
408 ♡ ...여보게 친구 ...♡ 3
데보라
2277   2010-01-19 2010-02-02 12:16
 
407 술 이 란 ? 4 file
청풍명월
2009   2010-01-19 2010-02-06 23:30
 
406 늙은 아버지의 질문... 6
데보라
2096   2010-01-18 2010-02-01 17:54
 
405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 15
데보라
2211   2010-01-11 2010-01-27 13:10
 
404 ♣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 향일화 3
niyee
2233   2010-01-11 2010-01-17 22:25
 
403 ♡ 말은 씨앗과 같습니다 ♡ 6
데보라
1948   2010-01-10 2010-01-13 21:48
 
402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 7 file
청풍명월
1734   2010-01-10 2010-02-12 01:44
 
401 부부란 이런 거래요.. 1
데보라
2952   2010-01-08 2014-09-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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