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야달남
2008.12.10 13:12:42 (*.57.153.106)
1692
11 / 0

 

    1006개의 동전 예상은 하고 갔지만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얼굴 한쪽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코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 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온 이유를 생각해내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회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요. 어서들어오세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 뿐인 방에서 훅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 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 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언제 다치셨습니까?" 그 한 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이 읊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 남았어요." 그때 생긴 화상으로 온 몸이 흉하게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헌날 술만 드셨고 절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거의 저와 같이 흉터 투성이였죠.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집을 뛰쳐 나왔어요."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온 아주머니는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 년간을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을 거기서 만났어요. 이 몸으로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느냐고요?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죠." 그와 함께 살 때 지금의 딸도 낳았고... 그때가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걸하는 일 뿐... 말하는 게 힘들었는지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성형 수술을 했지만 여러 번의 수술로도 그녀의 얼굴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나요. 원래 이런 얼굴.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수술만 하면 얼굴이 좋아져 웬만한 일자리는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곧 절망으로 뒤바뀌고 말았단다. 부엌을 둘러보니 라면 하나, 쌀 한 톨 있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쌀은 바로 올라올 거구요. 보조금도 나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며 막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녀가 장롱 깊숙이에서 뭔가를 꺼내 내 손에 주는 게 아닌가? "이게 뭐예요?" 검은 비닐 봉지에 들어서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나는 것이 무슨 쇳덩이 같기도 했다. 봉지를 풀어보니 그 속 안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 가득 들어 있는게 아닌가?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이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요. 구걸하면서 1000원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만 시력을 잃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분들을 위해 드리기로요. 좋은 데 써 주세요." 내가 꼭 가져 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와서 세어 보니 모두 1006개의 동전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그 돈을 세는 동안 내 열 손가락은 모두 더러워졌지만 감히 그 거룩한 더러움을 씻어 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한밤을 뜬 눈으로 지새고 말았다. - 옮긴 글 -

    댓글
    2008.12.10 14:12:42 (*.126.67.177)
    尹敏淑
    목이 메입니다.
    그리구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풀잎에 맺친 물방울 처럼/ 詩: 신해 (1)
    ♣해바라기
    2009.03.15
    조회 수 1800
    ♬♪^ 멋 (6)
    코^ 주부
    2009.03.13
    조회 수 2152
    밤새 내려준 봄비 / 詩:바위와구름 (2)
    ♣해바라기
    2009.03.12
    조회 수 1776
    조회 수 1733
    별 / 詩:이정하 (3)
    ♣해바라기
    2009.03.09
    조회 수 1687
    조회 수 2569
    ♬♪^. 꽃각씨 할머니 (4)
    코^ 주부
    2009.03.07
    조회 수 1944
    절제된 아름다움 (15)
    尹敏淑
    2009.03.06
    조회 수 1882
    밀려드는 그리움 / 詩:용혜원 (1)
    ♣해바라기
    2009.03.06
    조회 수 1689
    내가 당신에게 행복이길 (5)
    장길산
    2009.03.04
    조회 수 1900
    ★^ 쪽팔리는 고백.↓ (3)
    코^ 주부
    2009.03.03
    조회 수 1867
    나무처럼 살고 싶다 (7)
    尹敏淑
    2009.03.03
    조회 수 1864
    조회 수 1622
    *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7)
    Ador
    2009.02.28
    조회 수 1780
    조회 수 1705
    마음의 감옥 (15)
    尹敏淑
    2009.02.25
    조회 수 2004
    당신을 마음으로 만나고 (4)
    장길산
    2009.02.25
    조회 수 1904
    조회 수 1611
    조회 수 1859
    걸어나오기를......<펌> (5)
    별빛사이
    2009.02.21
    조회 수 1734
    ♬♪^ . 써방느마 울지 마르라. (9)
    코^ 주부
    2009.02.19
    조회 수 1897
    소금 (15)
    尹敏淑
    2009.02.19
    조회 수 1809
    * 소금같은 말을 하는 사람 (10)
    별빛사이
    2009.02.18
    조회 수 1692
    ♬♪^ . 꽃망울 터뜨리는 계절에 (4)
    코^ 주부
    2009.02.17
    조회 수 1832
    행복은 마음속에서,, (6)
    은하수
    2009.02.17
    조회 수 1762
    (9)
    尹敏淑
    2009.02.15
    조회 수 1757
    조회 수 3924
    때로 낯설게, 때로 서툴게
    오작교
    2009.02.11
    조회 수 1632
    아름다운 마무리 / 법정스님 (1)
    오작교
    2009.02.09
    조회 수 1728
    왜 이렇게 그대가 그리운지요 (3)
    장길산
    2009.02.05
    조회 수 1718
    여자들은 모르지! (8)
    데보라
    2009.02.05
    조회 수 1689
    조회 수 1885
    사랑이라는 돌 (3)
    데보라
    2009.02.03
    조회 수 1700
    조회 수 1613
    고마운일 (9)
    尹敏淑
    2009.01.23
    조회 수 2179
    조회 수 2027
    눈발 / 정호승 (7)
    尹敏淑
    2009.01.12
    조회 수 2023
    조회 수 1889
    조회 수 1968
    생동감으로 행복을 주는 사람 (3)
    보름달
    2009.01.08
    조회 수 1729
    좋은 만남.... (7)
    데보라
    2009.01.08
    조회 수 2534
    아침강에서..... (11)
    尹敏淑
    2009.01.07
    조회 수 2052
    조회 수 1862
    조회 수 1831
    새해의 기도! (6)
    슬기난
    2009.01.01
    조회 수 1972
    조회 수 1666
    아듀~"2008"- 희망~"2009" (3)
    데보라
    2008.12.31
    조회 수 1745
    빈 손의 의미 (5)
    장길산
    2008.12.29
    조회 수 1828
    홈 가족 여러분께 늘 감사하며..... (17)
    별빛사이
    2008.12.25
    조회 수 2000
    즐거운 성탄~*^.^*~축복합니다 (6)
    데보라
    2008.12.25
    조회 수 1821
    ♣ Merry Christmas..!! (2)
    niyee
    2008.12.24
    조회 수 1649
    "911"운동?? (15)
    고운초롱
    2008.12.24
    조회 수 1874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10)
    은하수
    2008.12.23
    조회 수 3109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2)
    보름달
    2008.12.22
    조회 수 2019
    오늘 만큼은..... (3)
    야달남
    2008.12.22
    조회 수 1881
    조회 수 2030
    그리움을 붙들고 사는 이유 (4)
    보름달
    2008.12.19
    조회 수 1831
    활짝 펴십시오
    보름달
    2008.12.17
    조회 수 1744
    조회 수 1758
    인생난로 (12)
    별빛사이
    2008.12.15
    조회 수 1891
    나 혼자만 아픈 줄 알았습니다 (4)
    보름달
    2008.12.14
    조회 수 1987
    조회 수 1917
    조회 수 1925
    "사랑해" 라는 말 (3)
    장길산
    2008.12.11
    조회 수 1985
    조회 수 1935
    1006개의 동전 (1)
    야달남
    2008.12.10
    조회 수 1692
    추천 수 11
    12월의 시 - 이해인 (3)
    야달남
    2008.12.02
    조회 수 6259
    조회 수 1636
    인생 노을 (4)
    보름달
    2008.12.02
    조회 수 1945
    당신밖에 없습니다 (2)
    장길산
    2008.12.01
    조회 수 1743
    자전거 이야기 (4)
    윤상철
    2008.11.30
    조회 수 1913
    오랜만에 오른 삼각산! (10)
    슬기난
    2008.11.30
    조회 수 1709
    조회 수 2224
    사람보다 나은 개 이야기 (6)
    보름달
    2008.11.29
    조회 수 2019
    빵 껍질에 담긴 사랑 (4)
    보름달
    2008.11.27
    조회 수 1815
    사랑이라는 돌 (4)
    보름달
    2008.11.26
    조회 수 1774
    조회 수 1842
    우리집 김장하는 날 (11)
    발전
    2008.11.23
    조회 수 1813
    마음이 마음을 만날때^^* (펌) (4)
    별빛사이
    2008.11.23
    조회 수 1870
    조회 수 1635
    착한 아내와 나쁜아내 (6)
    보름달
    2008.11.22
    조회 수 1749
    오래 남을 사랑법 (2)
    장길산
    2008.11.22
    조회 수 1812
    하루를 즐겁게 사는 방법 (5)
    야달남
    2008.11.21
    조회 수 1791
    고향에 대한 시 모아모아 (8)
    보름달
    2008.11.19
    조회 수 3042
    有我無蛙 人生之恨 (5)
    윤상철
    2008.11.18
    조회 수 1781
    낚시로 맺은 소중한 인연 (4)
    발전
    2008.11.18
    조회 수 1686
    행복해지는 법 (5)
    장길산
    2008.11.18
    조회 수 1776
    가을 비 내리는 날... (9)
    은하수
    2008.11.15
    조회 수 1825
    인생 / 초혜 신미화 (1)
    산들애
    2008.11.15
    조회 수 1824
    오직 하나 너 뿐인걸 / 무정 (1)
    산들애
    2008.11.15
    조회 수 1841
    이것이 사랑인가요 / 무정
    산들애
    2008.11.15
    조회 수 1786
    오십과 육십사이 (3)
    장길산
    2008.11.14
    조회 수 1946
    연필의 다섯 가지 특징 (4)
    보름달
    2008.11.13
    조회 수 1836
    조회 수 1752
    조회 수 1745
    그립다는 것은...... (15)
    尹敏淑
    2008.11.12
    조회 수 184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