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09.08.10 01:36:45 (*.126.202.81)
1414
4 / 0

수원에서 친구가 찾아와 만났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한기가 느껴져 소주 한 병 나누어 마시고 9시쯤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고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 뒤적거리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 액정에 친구의 이름이 보였고 반가움에 후다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여, 친구야~"
"알어.ㅎㅎ"
"어디냐?"
"왜?"
"가까이 있음 술 한잔 하자고..."

올려다 본 시계가 9시 3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친구가 부르면 새벽에도 달려 나가던 나였지만 그날만은 아니었다.
몸도 기분도 영~ 바닥이라서 좀 귀찮기도 했다.

"왜, 무슨 일 있어?"
"나... 지금 기분 엄청 나쁘거든?"
"뭔 일인데..."
"그건 만나서 이야기 하고 일단 나와라, 술 한 잔 하자"
"저기... 종근아, 내일 만나면 안될까? 내가 좀 멀리 있거든."
"어딘데... 거리가 멀어?"
"응... 낼 보자, 응?"
"그래, 그럼 내가 내일 점심시간에 맞춰 전화할게"
"그래, 오늘은 그만 마시고 낼 나랑 마시자."
"아니, 혼자 조용히 한 잔만 더 하고 들어가지, 뭐..."
"그러지 말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 내일 나랑 흠씬 취해보자"
"하하하... 그래, 일찍 들어갈게. 딱 한 잔만 더 하고..."

다음 날 기다려도 전화가 안 오길래 내가 걸었다.
전원이 꺼져 있다는 공허한 멘트만 앵무새처럼 반복해 들린다.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는 친구였기에 이상하기는 했지만 곧 연락이 오겠지... 란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고 다음 날이 되었다.

"이 녀석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구를 향해 궁시렁대며 다시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아, 이 번호... 안종근씨 전화 아닙니까?"
"맞는데요."
"그래요, 잠시 통화좀 할 수 있을까요."
"지금 통화는 좀 그렇고...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예... 친굽니다만..."
"지금 병원 응급실입니다. 검사중이라서 통화는 좀..."
"예? 응급실이라니요?"

순간 번개같이 스치는 생각들,
이 웬수가 또 어제 술 많이 마시고 넘어졌구나.
그렇게 일찍 들어 가라고 했건만 말 안 듣고...

다시 물었다.
"어디가 많이 다쳤습니까?"
"그게 아니고 쓰러져서..."
이게 대체 뭔 소린지 머릿속이 어지럽게 회전했지만 당최
어떤 답도 얻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게 좀... 직장 동료라서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뭐, 아무 일도 아니겠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내 털어내려 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
"여보세요, 어제 전화드렸던 종근이 친굽니다"
"아, 예..."
"지금도 통화, 어렵습니까?"
"그게 좀..."
"그래요, 그럼 지금 병실입니까?"
"예..."
"몇 호실인지..."
"409호실입니다"
"알겠습니다..."
기재와 영규랑 친구가 입원해 있다는 수원 성 빈센트 병원으로 달렸다.

병실앞에 걸린 이름을 확인하고 들어선 순간 쿵~ 가슴이 내려 앉았다.
며칠 사이에 수염이 자라 온 얼굴을 덮었고 초췌해진 얼굴로 나를 보며
힘없이 웃어주던 친구의 쓸쓸한 미소가 명치끝을 누른다.

병실을 지키던 친구 아우에게 들은 이야기는 나를 더욱 아프게 했다.
나와 통화를 끝내고 바로 집으로 갔던 친구는 혼자 쓰러졌고 첫사랑을 못잊어
아직도 싱글인 친구는 그렇게 꼬박 이틀을 혼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힘든 사투를 벌여야 했단다.

옆에 누군가만 있었더라도, 빨리 병원을 찾기만 했더라도 내 소중한 친구를
이렇게 슬픈 모습으로 마주하지는 않아도 됐으련만...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답안지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저리다.

뇌졸증,
평소에 혈압도 정상이었고 산악회 회원으로 산에도 휴일마다 가던 아주
건강했던 친구였는데 요즘 다니는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에 시달려 그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나 보다.
이야기를 들으니 내게 전화했던 그 날이 바로 부도처리 되어 최종 확정 발표된 날이었단다.
오른쪽 수족이 마비됐고 언어장애로 말문까지 닫아버린 친구의 기막힌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비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친구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날 전화 했을 때 나가기만 했더라도..."
"몸이 좀 불편했어도 같이 있기만 했더라면..."
"답답한 속내 털면서 술 한잔 했음 이렇게 혼자 쓰러지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을..."
"미안하다, 친구야..."
울음섞인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내 말을 듣던 친구는 내게 도리질을 한다.
일그러진 웃음을 머금은 채...

내일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친구 손 한번 힘주어 쥐었다 놓은 후
병실을 나서며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기가 막히고 너무 가여워서,
또 다른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두려운 마음에,
밤새 안녕이라더니 어떻게 이런 일이...

나랑 낚시가자더니,
늙어 죽을 때까지 끝까지 손 놓지 말자더니,
너...
이럼 안되는 거 알어?
나쁜 친구야...


※ 쓰러져 병원에 있는 친구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댓글
2009.08.10 07:33:37 (*.27.111.232)
고이민현
지나간 후면 애닲다 어이하리!
후회 할때는 이미 지나간 일인것을......
이 불청객도 친구분의 쾌유를 빕니다.
댓글
2009.08.10 11:18:25 (*.95.187.35)
한공주
진심으로 빠른 쾌유를 빕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조회 수 1377
기적같은 현실 (1)
허정
2009.08.20
조회 수 1495
조회 수 1576
가을 바람 외 / 임 화 (2)
琛 淵
2009.08.18
조회 수 1622
아지매는 할매되고... (2)
달마
2009.08.17
조회 수 2060
♬♪^ . 어머 어머 어머머 (7)
코^ 주부
2009.08.17
조회 수 1901
님의 손길 외 / 한용운
琛 淵
2009.08.17
조회 수 1693
조회 수 2223
조회 수 1812
조회 수 1571
내 탓으로 돌리면..
좋은느낌
2009.08.12
조회 수 1392
꽃 외 / 김춘수
琛 淵
2009.08.11
조회 수 1593
그거 아세요. / 詩 : 이명분
♣해바라기
2009.08.10
조회 수 1444
시인들 외1 / 이제하
琛 淵
2009.08.10
조회 수 1383
조회 수 1414
추천 수 4
노을 외 / 이제하
琛 淵
2009.08.09
조회 수 1708
침묵하는 연습 (5)
尹敏淑
2009.08.08
조회 수 1427
♬♪^ 오지라바 & 오지레비 (5)
코^ 주부
2009.08.04
조회 수 1634
조회 수 1421
조회 수 1694
참 좋은 사람 / 詩 : 오광수 (1)
♣해바라기
2009.07.30
조회 수 1432
사랑과 집착 (5)
장길산
2009.07.27
조회 수 1694
조회 수 1701
조회 수 1411
호반의 그리움 / 詩 : 박광호 (3)
♣해바라기
2009.07.23
조회 수 1397
사랑 (9)
尹敏淑
2009.07.21
조회 수 1611
사랑하고.. 있거든요 (4)
장길산
2009.07.20
조회 수 1467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9)
별빛사이
2009.07.18
조회 수 1590
그대와 나 / 詩 : 김선숙 (3)
♣해바라기
2009.07.18
조회 수 1420
하늘이 파란 날이 그리우시죠?? (15)
尹敏淑
2009.07.17
조회 수 1557
싸우지 말고 삽시다 (2)
장길산
2009.07.15
조회 수 1472
조회 수 1702
조회 수 1831
들꽃언덕에서 알았다 (15)
尹敏淑
2009.07.13
조회 수 1588
나는 늘 꼴찌의 삶 입니다 (4)
장길산
2009.07.13
조회 수 1416
조회 수 1404
사랑은 아름다워 / 詩 : 장진순 (1)
♣해바라기
2009.07.06
조회 수 1492
♬♪^ . 바닷가에서 (6)
코^ 주부
2009.07.02
조회 수 1796
문학이 있는 인생은 / 詩 : 김춘경 (3)
♣해바라기
2009.07.01
조회 수 1429
♬+♥ = "아름다운 수작" (2)
코^ 주부
2009.06.30
조회 수 1701
조회 수 1409
석잔 술의 깊은 뜻 (2)
장길산
2009.06.29
조회 수 1496
혼자라는 외로움에.. (6)
장길산
2009.06.23
조회 수 1582
♬♪^. 운명 (運命) (5)
코^ 주부
2009.06.20
조회 수 1693
본 적이 없어도 행복을 주는 사람 (1)
새매기뜰
2009.06.20
조회 수 1473
조회 수 1445
초롱이 아주 쬐금은 이뽀욤? (28)
고운초롱
2009.06.18
조회 수 1845
조회 수 1438
슬픈 침묵 / 詩 : 카암 (3)
♣해바라기
2009.06.09
조회 수 1742
중년의 진정한 사랑 (8)
장길산
2009.06.06
조회 수 1798
조회 수 1635
조회 수 1347
보리수 나무 열매의 효능 (4)
별빛사이
2009.05.30
조회 수 2049
불타는 열정 (7)
尹敏淑
2009.05.29
조회 수 1623
황홀한 약속 / 詩 : 박현진
♣해바라기
2009.05.28
조회 수 1482
조회 수 1806
조회 수 1489
조회 수 1354
비 오는 날 (18)
尹敏淑
2009.05.16
조회 수 1824
스승의 기도,,도종환, (7)
은하수
2009.05.15
조회 수 1715
느린 행복 / 詩 : 김춘경 (1)
♣해바라기
2009.05.14
조회 수 1457
조회 수 1697
조회 수 1831
사랑한다면 / 詩 : 장호걸 (1)
♣해바라기
2009.05.07
조회 수 1584
어머님께 드리는 노래.. (9)
은하수
2009.05.07
조회 수 1728
마음을 한번 안아보세요....<펌> (4)
별빛사이
2009.05.05
조회 수 1620
꽃과 바람의 사랑 / 詩 : 대안 박장락 (1)
♣해바라기
2009.05.05
조회 수 1812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펌) (4)
별빛사이
2009.05.04
조회 수 1576
조회 수 1697
조회 수 2201
웃음으로 시작하라 (11)
尹敏淑
2009.05.01
조회 수 1644
베트남 하롱베이 유람기! (6)
슬기난
2009.04.30
조회 수 2283
♬♪^ 나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5)
코^ 주부
2009.04.26
조회 수 1898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라 (13)
尹敏淑
2009.04.25
조회 수 1810
♬♪^ 옛날 아이들 처럼 (8)
코^ 주부
2009.04.20
조회 수 1812
조회 수 1703
잔잔히 퍼져가는 파문처럼... (6)
은하수
2009.04.18
조회 수 1605
아름다운 만남 (5)
별빛사이
2009.04.16
조회 수 1714
봄맞이 / 詩 : 오광수 (1)
♣해바라기
2009.04.13
조회 수 1480
제비꽃에 대하여........ (15)
尹敏淑
2009.04.11
조회 수 1713
♬♪^ "에고 에고 빡^빡^머리" (2)
코^ 주부
2009.04.09
조회 수 1741
남 때문인줄 알았습니다. (6)
별빛사이
2009.04.04
조회 수 1932
달과 나무 / 詩: 청하 권대욱 (2)
♣해바라기
2009.04.01
조회 수 1602
조회 수 1883
* 향기와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 * (4)
별빛사이
2009.04.01
조회 수 1788
조회 수 1501
조회 수 1590
봄 편지 / 詩: 김춘경 (2)
♣해바라기
2009.03.26
조회 수 1915
살다보니....<펌> (9)
별빛사이
2009.03.24
조회 수 1706
행복. 그거 얼마예요 (13)
尹敏淑
2009.03.23
조회 수 1806
♡...힘이 되는 하루...♡ (4)
화백
2009.03.20
조회 수 1730
진달래 유혹/ 詩: 박장락 (3)
♣해바라기
2009.03.18
조회 수 1996
늘 배우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4)
좋은느낌
2009.03.18
조회 수 1612
그리움과 사랑 (3)
장길산
2009.03.17
조회 수 1698
(7)
尹敏淑
2009.03.16
조회 수 1816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