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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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09:09:07 (*.145.21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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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_hwa_200_227


가을 바람 

임  화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데
무어라고 네 마음은 종이풍지처럼 떨고 있니
나는 서글프구나 해맑은 유리창아
그렇게 단단하고 차디찬 네 몸
어느 구석에 우리 누나처럼 슬픈 마음이 들어 있니

참말로 누가 오라고나 했나
기다리거나 한 것처럼 달아와서
그리 마다는 나무 잎새를 훑어놓고
내 아끼는 유리창을 울리며 인사를 하게

너는 그렇게 정말 매몰하냐
그렇지만 나는
영리한 바람아 네가 정답다
재작년 그리고 더 그 전해에도 가을이 올 적마다
곁눈 하난 안 떠보고 내가 청년의 길에 충성되었을 때
내 머리칼을 날리던 너는 우렁찬 전진의 음악이었다
앞으로 앞으로 
누구가 퇴각이란 것을 꿈에나 생가했던가
눈보라가 하늘에 닿은 거칠은 벌판도 승리에의 꽃밭이었다

오늘 오래된 집은 허물어져 
옛 동간들은 찬 마루판 위에 얽매여 있고
비열한들은 이상과 진리를 죽그릇과 바꾸어
가을비가 낙엽 위에 찬데
부지런한 너는 다시 그때와 같이 내게로 왔구나

정답고 영리한 바람아
너는 내 마음이 속삭이는 말귀를 들을 줄 아니
왜 말이 없느냐
필연코 길가에서 비열한들의 군색한 푸념을 듣고 온게로구나
입이 없는 유리창이라도 두드리니깐 울지 않니
마음 없는 낙엽조차 떨어지면서 제 슬픔을 속이지는 않는다.

짓밟히고 걷어채이면서도
웃으며 아첨할 것을 잊지 않는 비열한들을
보아라 영리한 바람아 저 참말로 미운 인간들이
땅에 내던지는 한 그릇 즉을 주린 개처럼 쫓지 않니

불어라, 바람아 
모질고 싸늘한 서릿바람아, 무엇을 거리끼고 생각할까
너는 내 가슴에 괴어 있는 슬픈 생각에도 대답지 말아라
곧장 이 平壤城의 자욱한 집들의 용마루를 넘어
숲들이 흐득이고 강물이 추위에 우(鳴)는 겨울 벌판으로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았으니까


내 청춘에 바치노라  

그들은 하나도 어디 태생인지 몰랐다
아무도 서로 묻지 않고
이야기하려고도 안 했다

나라와 말과 부모의 다름은
그들의 우정의 한 자랑일 뿐
사람들을 갈라놓은 장벽이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얽어매듯 한데 모아

경멸과 질투와 시기와
미움으로밖엔
서로 대할 수 없게 만든 하늘 아래
그들은 밤바람에 항거하는
작고 큰 파도들이
한 대양에 어울리듯

그것과 맞서는 정열을 가지고
한 머리 아래 손발처럼 화목하였다
일찍이 어떤 피일지라도
그들과 같은 우정을 낳지는 못했으리라

높은 예지, 새 시대의 총명만이
비로소 낡은 피로 흐릴
정열을 씻은 것이다

오로지 수정 모양으로 맑은 태양이
환하니 밝은 들판 위를
경주하는 아이들처럼 그들은
곧장 앞을 향하여 뛰어가면 그만이다

어미를 팔아 동무를 사러 간다는 둥
낡은 고향은 그들의 잔등 위에
온갖 추잡한 낙인을 찍었으나
온전히 다른 말들이 부르는
단 한줄기 곡조는 얼마나 아름다웠느냐

미어진 구두와 헌옷 아래
서릿발처럼 매운 고난 속에
아 슬픔까지가
자랑스러운 즐거움이었던
그들 청년의 행복이 있었다


향    수  

고향은 이제 먼 반도에
뿌리치듯 버리고 나와

기억마저 희미하고
옛날은 생각할수록 쓰라리다만
아아 
지금은 오월 한창때다

종달새들이 팔매친 돌처럼
곧장 달아 올라가고
이슬 방울들이 조으는

초록빛 밀밭 위 어루만지듯
미풍이 불면
햇발들은 花粉처럼 흩어져

두 손은 벌려
호랑나비를 쫓던 또랑가의 꿈이
아직도
어항 속에 붕어처럼 맑다만
지금은 오월 한창때

소낙비가 지나간
도회의 포두 위 한줌 물 속에
아아 나는 오월의
푸른 하늘을 보며
허위대듯 
잊기 어려운 나비를 쫓고 있다




1908 10월 13일 서울 낙산에서 출생  
1921 보성중학에 진학  
1925 졸업직전에 중학교 중퇴  
1926 12월 경 카프에 가입  
1927 임화(林和)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  
1928 <유랑>,<혼가>등의 영화에 주연배우로 출연 
1929 박영희의 후원으로 동경으로 떠남
     동경에서는 무산자사(無産者社)에서 활동 

1931 귀국, 영화 <지하촌>에 주연으로 출연 
     카프 1차 검거시 검거됐으나 9월경 불기소 석방  
1932 4월 카프 서기장이 됨. 기관지 <집단>의 편집책임 
 
1937 학예사 대리 경영. <사해공론>,<인문펴온> 편집에도 참여  
1943 문인보국회 참여, 평론 수필부회에서 활동  
1945 조선문학건설본부 조직, 서기장  
1946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  
1947 월북  
1953 사형 언도받고 처형됨  
 

본명은 임인식(林仁植). 아호로는 청노(靑爐), 
필명으로는 성아(星兒).임화(林和).
쌍수대인(雙樹臺人)을 사용했고
특히 일제강점기하에서 진보적 문화운동을 주도해 
나갔던 시인이자 평론가이다. 

1925년 집안의 파산과 더불어 5년급에서 중학교를 중퇴하였다. 
이 시기에 다다이즘과 더불어 미래파 표현파 등의 
최신 유행의 예술 사조를 만나게 되면서 
다다이풍의 습작을 시도하게 되었다. 

그 후 문학적 방황을 하다가 계급문학에 대한 입장으로 
확고히 하게 되면서 1927년 카프의 이론지도자 
박영희 문하에 들게 되면서 카프에 가입하여 조직 
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하여 1929년 와 의 시를 발표하면서 카프계 
단편 서사시의 최고 시인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김팔봉을 공격하는 논전인 를 씀으로써 
프로 예술의 대중화 문제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그 해 동경으로 유학을 하기 위해 현해탄을 
건넜고 거기서 무산자사(無産者社)에 가담하여 김남천, 
안막과 더불어 예술운동과 동시에 당 재건을 위한 
정치운동에 종사하면서 국내 카프의 2차 방향 
전환론을 주장하게 된다. 

1931년 귀국하여 카프의 서기가 됨으로써 
카프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1933년에는 김남천의 , 이기영의 에 대해서 작품 평을 
둘러싸고 김남천과 격한 논쟁을 벌이게 된다. 
이 논쟁은 이후 임화와 김남천의 리얼리즘을 둘러싼 
이론적 모색의 출발점이 된다. 
1934년 카프전주사건이 터지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1935년 카프가 해산된다. 

그 후 임화는 전향축에 가담하고, 
이후 왕성한 시작 활동을 통해 시집 을 출간하게 된다. 
또한 문학사의 관심이 카프 해산 후에 와 을 썼다. 

1941년까지 시작활동과 비평활동 그리고 문학사 
연구를 중심으로 문학 관계 작업을 해 오다가 해방 직후, 
‘문화건설중앙협의회’를 조직하고 주도하였으며 
1947년 겨울 자신의 정치노선에 따라 월북하여 
1953년 8월 6일 이승엽, 설정식 등과 함께 
미제의 간첩이라는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게 됨으로써 
생애를 마감한다. 



임화 월북후 발표 시 3편의 시를 발표하였다

일제 때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 
(KAPF) 서기장을 지냈고 
해방 이후엔 조선문학건설본부 의장을 맡았던 
좌파문단의 선봉장 임화가 
47년 월북 후 발표한 시 
[평양].[모쓰크바]'[四0년] 이 
시사월간 ''WIN'' 에 최초로 공개됐다.


 
Oscar Lopez - Loving You
profile
댓글
2009.08.19 14:28:08 (*.116.113.126)
오작교
과문한 탓인지, 임화라는 시인은 좀 낯이 설군요.
당연히 '가을바람' ~ '향수'라는 시도 처음이구요.

이렇듯 미려한 필체의 詩가 있었는데도 이제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저의 좁은 시야인 탓도 있겠지만 '민족의 비극'이 이 부분에도 나타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좋은 詩를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댓글
2009.08.19 16:59:57 (*.145.213.130)
琛 淵
profile
월북을 한 탓에 이곳에서도 묻혀버리고 위에서도 미제앞잡이로
사형까지 당했으니 참으로 불운의 시대에 태어나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시대의 풍운아~~어디서도 환대 받지 못하고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탓에
결국은 앞잡이란 오명으로 ~~차라리 조금의 인내로 월북만은 참았더라면
좀 더 좋은 시어들로 우리들이 만날 수 있었을텐테~~
시절과 시대를 잘못만나 태어남이 애통하게
여겨집니다..그놈의 이데올로기는 아마도 통일이 되어도 쉽게
풀어지진 않겠지요?~~~흔적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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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1 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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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yee
2009-03-26 1581
208 봄 편지 / 詩: 김춘경 2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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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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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진달래 유혹/ 詩: 박장락 3
♣해바라기
2009-03-18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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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느낌
2009-03-18 1604
202 그리움과 사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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