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한 시인이 천국으로 떠났다
-가난했던 한 시인이 천국으로 떠났다-
조의금이 몇 백 걷혔다.
생전에 그렇게「큰돈」을 만져본 적 없는
시인의 장모는 가슴이 뛰었다.
이 큰 돈을 어디다 숨길까?
퍼뜩 떠오른 것이 아궁이였다.
거기라면 도둑이 든다 해도 찾아낼 수 없을 터였다.
노인은 돈을 신문지에 잘 싸서 아궁이 깊숙이
숨기고서야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시인의 아내는 하늘나라로 간 남편이
추울 거라는 생각에 그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 푸르스름한 빛이 이상했다.
땔나무 불빛사이로 배추이파리 같은 것들이 팔랑거리고 있었다.
조의금은 그렇게 불타버렸다.
다행히 타다 남은 돈을 은행에서 새 돈으로 바꾸어주어,
그 돈을 먼저 떠난 시인이 「엄마야」며 따르던
팔순의 장모님 장례비로 남겨둘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은 늘 「엄마」의 장례비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시인 천상병 家의 이야기이다.
여명 2012.06.14. 18:16
선배님 ..
그런사연이 있었군요.
천상병님 이야기 하시니
삐닥한 인사동 그옛날 歸天 이 생각납니다.
여명
인사동 '귀천" 찻집 주인이 천상병님의 안주인였으니
친정어머님의 장례비에 관한 이야기군요.
이주사 2012.06.15. 02:48
뭇 사람들의 눈에는 아주 고달팠을거 같은 세상살이를
하늘로 돌아가서는 아름다운 소풍 끝내고 왔다고 노래하리라던 시인....
세상은 그렇게 善하게 살아야 한다구 몸으로 보여주신분....
그런분에게 이런 사연도 남아있네요 ...
이주사
저도 처음 알게된 천상병가의 일화입니다.
욕심없이 청빈하게 살다간 천재시인이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