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13.08.31 10:38:23 (*.156.211.24)
2990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 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 년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혼자 4 년간 똥오줌 받아내고,잘 씻지도 못하고,
딸내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4 년간 남편품에 단 한번도 잠들지 못했고,


힘이 없으셔서 변을 못누실땐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이었지만 안힘들다고,
평생 이짓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이 멀쩡하셨던


그 5년간 베풀어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롭고 어진 이를 본적이 없습니다.


알콜중독으로 정신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때 집나가서 소식없는 엄마..
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던 오빠..


그밑에서 매일 맞고..울며 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줄 착각하는 신랑과
신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천만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
어디 나라에서는 남의집 귀한딸 데리고 올때
소팔고 집팔아 지참금 주고 데려 온다는데
부족하지만 받으라고...


그돈으로 하고싶은 혼수,
사고싶은거 사서 시집오라 하셨던 어머님...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있던 아파트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댁 들어가서 셋이 살게 되었습니다.


신랑 10살도 되기 전에 과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


50 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니 화내시는걸 본적이 없다 하시네요.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망정
튀김 위에 설탕병을 깨트려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거 몸에 안좋다고 초콜렛 쩝쩝 먹고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셋다 술이 과했는지 안하던 속마음 얘기 하다가,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시어머니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니가 내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줄테니 이제 잊어라..잊어라...
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때 상차린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먹었다 방에 가있어라"하시곤
소리 안나게 살금 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됐었죠...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험한 말씨 한번 안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 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날 저에게 " 아이고 이쁘네~
뉘집 딸이고~~" 하시더이다.


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여사님(시어머님 함자십니다)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 했더니 "있지~~
서미X(제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이분 마음속엔 제가,
딸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저에게...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걸...


정신 있으실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분을 진짜 엄마로 여기고 대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 매일 해드리진 못했는지..
형편 어렵고 애가 셋이라
병원에 얼굴도 안비치던 형님..


형님이 돌보신다 해도 사양하고
제가 했어야 당연한 일인데,
왜 엄한 형님을 미워했는지..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무치고
후회되어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밤 11시쯤,,
소변보셨나 확인 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이게 뭐에요?" 했더니 소근소근 귓속말로
"아침에~ 옆에 할매 가고 침대밑에 있드라~
아무도 몰래 니 맛있는거 사묵어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때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셨고,
첫째, 둘째 시누도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셨어요~?"
(자식들 몰라보셔서 언젠가부터 그리 부릅니다)


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으시곤
당신 자식들에겐 안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거였어요.


그리곤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셨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번 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시킨 시아주버님과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슬퍼하시게
우리 우애좋게 잘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 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렛,
사탕을 사들고 오시던 까만 비닐봉지.
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배게 밑에 넣어두고..
매일 어머님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곳으로 가시길..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하고
평생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며


살으시길 기도 해주세요.

profile
댓글
2013.08.31 10:49:40 (*.220.180.224)
해금옥

눈시울 시큰 합니다

못받았던  사랑을 대박으로 받으셨네요   며느님.....^^

댓글
2013.08.31 17:32:15 (*.201.54.147)
여명

기도해  드리지요~~~

댓글
2013.08.31 17:38:24 (*.53.119.59)
바닷가

좋은 글 감명 있게 읽었습니다.

 

이 세상이 삭막하지만 않은 것은 이런 아름다운 사랑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댓글
2013.09.01 10:24:57 (*.126.224.217)
새롬

천국도 3천층이 있다는데,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천국에서도 제일 높은 충에 계시겠네요...

댓글
2013.09.01 12:10:41 (*.217.56.191)
쉼표
profile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저의 어머님과 비슷하신 분이라서...

더욱 어머님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좋은곳에서 편히 계시리라 믿습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13.09.09 11:36:15 (*.244.220.253)
산세

감동스러운 글입니다. 요즘 어느 며느리가 그렇게 할수 있을까? 의문스럽습니다.

서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감동이었습니다. 착학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일이 잘 되고 복 받으리라 봅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조회 수 1417
기적같은 현실 (1)
허정
2009.08.20
조회 수 1526
조회 수 1617
가을 바람 외 / 임 화 (2)
琛 淵
2009.08.18
조회 수 1650
아지매는 할매되고... (2)
달마
2009.08.17
조회 수 2084
♬♪^ . 어머 어머 어머머 (7)
코^ 주부
2009.08.17
조회 수 1933
님의 손길 외 / 한용운
琛 淵
2009.08.17
조회 수 1729
조회 수 2257
조회 수 1841
조회 수 1610
내 탓으로 돌리면..
좋은느낌
2009.08.12
조회 수 1425
꽃 외 / 김춘수
琛 淵
2009.08.11
조회 수 1622
그거 아세요. / 詩 : 이명분
♣해바라기
2009.08.10
조회 수 1466
시인들 외1 / 이제하
琛 淵
2009.08.10
조회 수 1409
조회 수 1451
노을 외 / 이제하
琛 淵
2009.08.09
조회 수 1733
침묵하는 연습 (5)
尹敏淑
2009.08.08
조회 수 1463
♬♪^ 오지라바 & 오지레비 (5)
코^ 주부
2009.08.04
조회 수 1668
조회 수 1450
조회 수 1717
참 좋은 사람 / 詩 : 오광수 (1)
♣해바라기
2009.07.30
조회 수 1458
사랑과 집착 (5)
장길산
2009.07.27
조회 수 1731
조회 수 1734
조회 수 1445
호반의 그리움 / 詩 : 박광호 (3)
♣해바라기
2009.07.23
조회 수 1431
사랑 (9)
尹敏淑
2009.07.21
조회 수 1635
사랑하고.. 있거든요 (4)
장길산
2009.07.20
조회 수 1490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9)
별빛사이
2009.07.18
조회 수 1614
그대와 나 / 詩 : 김선숙 (3)
♣해바라기
2009.07.18
조회 수 1449
하늘이 파란 날이 그리우시죠?? (15)
尹敏淑
2009.07.17
조회 수 1586
싸우지 말고 삽시다 (2)
장길산
2009.07.15
조회 수 1496
조회 수 1733
조회 수 1876
들꽃언덕에서 알았다 (15)
尹敏淑
2009.07.13
조회 수 1618
나는 늘 꼴찌의 삶 입니다 (4)
장길산
2009.07.13
조회 수 1445
조회 수 1430
사랑은 아름다워 / 詩 : 장진순 (1)
♣해바라기
2009.07.06
조회 수 1521
♬♪^ . 바닷가에서 (6)
코^ 주부
2009.07.02
조회 수 1821
문학이 있는 인생은 / 詩 : 김춘경 (3)
♣해바라기
2009.07.01
조회 수 1459
♬+♥ = "아름다운 수작" (2)
코^ 주부
2009.06.30
조회 수 1728
조회 수 1437
석잔 술의 깊은 뜻 (2)
장길산
2009.06.29
조회 수 1532
혼자라는 외로움에.. (6)
장길산
2009.06.23
조회 수 1618
♬♪^. 운명 (運命) (5)
코^ 주부
2009.06.20
조회 수 1723
본 적이 없어도 행복을 주는 사람 (1)
새매기뜰
2009.06.20
조회 수 1509
조회 수 1474
초롱이 아주 쬐금은 이뽀욤? (28)
고운초롱
2009.06.18
조회 수 1878
조회 수 1475
슬픈 침묵 / 詩 : 카암 (3)
♣해바라기
2009.06.09
조회 수 1771
중년의 진정한 사랑 (8)
장길산
2009.06.06
조회 수 1825
조회 수 1670
조회 수 1385
보리수 나무 열매의 효능 (4)
별빛사이
2009.05.30
조회 수 2082
불타는 열정 (7)
尹敏淑
2009.05.29
조회 수 1650
황홀한 약속 / 詩 : 박현진
♣해바라기
2009.05.28
조회 수 1515
조회 수 1840
조회 수 1517
조회 수 1395
비 오는 날 (18)
尹敏淑
2009.05.16
조회 수 1846
스승의 기도,,도종환, (7)
은하수
2009.05.15
조회 수 1751
느린 행복 / 詩 : 김춘경 (1)
♣해바라기
2009.05.14
조회 수 1484
조회 수 1730
조회 수 1864
사랑한다면 / 詩 : 장호걸 (1)
♣해바라기
2009.05.07
조회 수 1621
어머님께 드리는 노래.. (9)
은하수
2009.05.07
조회 수 1761
마음을 한번 안아보세요....<펌> (4)
별빛사이
2009.05.05
조회 수 1648
꽃과 바람의 사랑 / 詩 : 대안 박장락 (1)
♣해바라기
2009.05.05
조회 수 1838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펌) (4)
별빛사이
2009.05.04
조회 수 1610
조회 수 1724
조회 수 2230
웃음으로 시작하라 (11)
尹敏淑
2009.05.01
조회 수 1667
베트남 하롱베이 유람기! (6)
슬기난
2009.04.30
조회 수 2314
♬♪^ 나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5)
코^ 주부
2009.04.26
조회 수 1929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라 (13)
尹敏淑
2009.04.25
조회 수 1834
♬♪^ 옛날 아이들 처럼 (8)
코^ 주부
2009.04.20
조회 수 1856
조회 수 1731
잔잔히 퍼져가는 파문처럼... (6)
은하수
2009.04.18
조회 수 1628
아름다운 만남 (5)
별빛사이
2009.04.16
조회 수 1750
봄맞이 / 詩 : 오광수 (1)
♣해바라기
2009.04.13
조회 수 1509
제비꽃에 대하여........ (15)
尹敏淑
2009.04.11
조회 수 1741
♬♪^ "에고 에고 빡^빡^머리" (2)
코^ 주부
2009.04.09
조회 수 1768
남 때문인줄 알았습니다. (6)
별빛사이
2009.04.04
조회 수 1959
달과 나무 / 詩: 청하 권대욱 (2)
♣해바라기
2009.04.01
조회 수 1639
조회 수 1929
* 향기와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 * (4)
별빛사이
2009.04.01
조회 수 1818
조회 수 1528
조회 수 1623
봄 편지 / 詩: 김춘경 (2)
♣해바라기
2009.03.26
조회 수 1948
살다보니....<펌> (9)
별빛사이
2009.03.24
조회 수 1748
행복. 그거 얼마예요 (13)
尹敏淑
2009.03.23
조회 수 1844
♡...힘이 되는 하루...♡ (4)
화백
2009.03.20
조회 수 1760
진달래 유혹/ 詩: 박장락 (3)
♣해바라기
2009.03.18
조회 수 2024
늘 배우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4)
좋은느낌
2009.03.18
조회 수 1643
그리움과 사랑 (3)
장길산
2009.03.17
조회 수 1734
(7)
尹敏淑
2009.03.16
조회 수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