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오세영
바닷가에서/오세영
사는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얋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있다
**살다보면 높고 가파른 길을 만나게 된다, 그 길을 넘기 위해 더 높이 올라
가야 하고 가파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더 사는 게 힘든 날, 물
처럼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방법이다. 스스로 자신을 낮추면 길이 보이고 평
안을 얻는다.
살다보면 어둡고 막막한 길를 만나게 된다. 어둠에 묻히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는라 힘겨울 때가 있다. 그런 날 더 어두워지기로 마음먹으면 도리어 빛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어둠의 끝에 여명이 오듯 포기하고 얻는 충족이 있다.
살다보면 슬프고 외로운 날이 있다. 그런 날 멀리 외롭게 떠 있는 섬을 보
며 홀로 견딘다는 것. 멀리 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노라면 길이 보인
다.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를 통해 외로움을 이기는 길이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사는 길이 힘들고 어둡고 슬프게 느껴지는 날 바닷가에 가보라. 거기 어디쯤
에서 이런 시를 만나보라.**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읽어야 할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