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때/이효석
저녁때/이효석
벌써 저녁때인가 보다,
-장 복판을 아까부터
왠 여자 하나가 빙빙 돌아다닐 제는
꽤 오랜 동안의 주저와 선택 뒤에
그는 겨우 세 개의 붉은 사과를 골랐다.
- 리본으로 수놓은 새빨간 사과를.
그리고 바구니 속에는
한 무더기의 나물과 계란히 수북히 담겼다.
그러나 가만 있거라, 이것은 또 웬 모험인가?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의 대담스런 분발과 결단으로
빨간 렛텔 붙은 박래품 포도주 한 병이
그의 가난한 바구니를 오래간만에
풍족과 사치로 장식하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만족과 희열로 빛난다.
-시집 "신 한국의 명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