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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땅거미/나태주

빈지게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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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땅거미/나태주



차마 빗장도 지르지 못한
대문간을 지켜 불그레
꽃을 피운 능소화
종꽃부리의 우물 속으로
빠져드는 매미 울음

마당 가 좁은 텃밭을 일궈
김장 채소 씨앗을 묻을
채비를 서두르는 아들은
나이보다 많이 늙었다

얘야, 시장할 텐데
연장이나 챙기고 밥이나 같이
먹자꾸나
저녁상을 차리는 어머니는
더 많이 늙었다

허리 숙인 담장
키 낮은 담장 너머
휘휘휘휘 키가 큰
어둠이 기웃대는 여름이라도
늦여름의 땅거미

꽈리나무 꽈리 주머니
주먹 쥔 꽈리알 속으로
스며들어가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황토빛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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