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나무/김진경
키 작은 나무/김진경
시골 간이역
연착하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철길 건너 들판이라도 볼까 해서
발돋움을 하는데
가지런히 잘라 놓은 전나무 울타리
너무 높아
잘 보이지 않는다
무슨 자갈밭이었던가
마침 울타리의 한 구석 잘 자라지 못한 전나무들이 있어
움푹 들어간 사이로 들판을 보다
들판이 멀리까지 펼쳐져 있고
엷게 낀 아침 안개 속에
마을의 집들이 흐릿하다
참 사는 게 별 게 아니어서
이 작은 풍경들로 가득해지기도 하는 것을
나는 혹시 혼자 그득해지고자
키 큰 전나무 울타리처럼
남의 시선이나 가리고 살았던 건 아닌지
때로는 키 작은 나무들의 한 생애가
훨씬 커 보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