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빈지게
2005.09.30 11:16:28 (*.159.174.222)
1660
1 / 0




애인/김용택


이웃 마을에 살던 그 여자는

내가 어디 갔다가 오는 날을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마을 앞을 지날 때를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집 앞을 지날 때쯤이면 용케도 발걸음을 딱 맞

추어 가지고는

작고 예쁜 대소쿠리를 옆에 끼고 대문을 나서서

긴 간짓대로 된 감망을 끌고

딸가닥딸가닥 자갈돌을 차며

미리 내 앞을 걸어갑니다

눈도 맘도 뒤에다가 두고

귀도, 검은 머릿결 밖으로 나온 작고 그리고 희고 이쁜

귀도 다 열어 놓고는

감을 따러 갑니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저만큼 서있는 길

샛노란 산국이 길을 따라 피어있는 길

어쩌다가 시간을 잘못 맞추는 날이면

그여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높이높이

올라가서는 감을 땁니다

월남치마에다 빨간 스웨터를 입은 그여자는 내가 올 때

까지

소쿠리 가득 감이 넘쳐도 쓸데없이 감을 마구 땁니다

나를 좋아한 그 여자

어쩔 때 노란 산국 꽃포기 아래에다 편지를 감홍시로 눌

러놓은 그 여자

늦가을 시린 달빛을 밟으며 마을을 벗어난 하얀 길을 따

라가다 보면

느티나무에다 등을 기대고 달을 보며 환한 이마로 나를

기다리던

그여자

내가 좋아했던 이웃 마을 그 여자

들 패랭이 같고

느티나무 아래 일찍 핀 구절초꽃 같던 그 여자

가을해가 이렇게 뉘엿뉘엿 지는 날

이 길을 걸으면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살아나와

저만큼 앞서가다가 뒤돌아보며

단풍 물든 느티나무 잎사귀같이 살짝 낯을 붉히며 웃는,

웃을 때는 쪽니가 이쁘던 그 여자


우리나라 가을 하늘같이 오래된 그 여자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126689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38496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55566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56116   2013-06-27 2015-07-12 17:04
청산도(靑山道)/박두진 (2)
빈지게
2006.04.10
조회 수 1385
추천 수 10
너의 뒷모습 (22)
尹敏淑
2006.04.10
조회 수 4939
추천 수 185
봄은 간다/김억 (13)
빈지게
2006.04.10
조회 수 1605
추천 수 1
김란영 가요교실
밤의등대
2006.04.10
조회 수 1522
인생 거울 /매들린 브리지스 (6)
빈지게
2006.04.09
조회 수 1571
추천 수 3
조회 수 1512
추천 수 2
입춘단상/박형진 (1)
빈지게
2006.04.09
조회 수 1638
추천 수 4
천년사랑/낭송-전향미님 (1)
시김새
2006.04.09
조회 수 1584
추천 수 12
그리운 추억 (1)
바위와구름
2006.04.09
조회 수 1305
추천 수 3
꽃이 되는 건/이해인 (2)
빈지게
2006.04.09
조회 수 1572
추천 수 4
아름다운 열두달 우리말 이름 (2)
구성경
2006.04.09
조회 수 1590
추천 수 8
오늘의 포토뉴스[06/04/09] (2)
구성경
2006.04.09
조회 수 1401
추천 수 10
내 삶속의 단 하루만 (6)
cosmos
2006.04.09
조회 수 1446
추천 수 10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6)
빈지게
2006.04.08
조회 수 1476
추천 수 1
수준 낮은 노벨,소귀에 경 읽기지! (2)
밤하늘의 등대
2006.04.08
조회 수 1269
추천 수 7
(1)
李相潤
2006.04.08
조회 수 1638
추천 수 15
하늘/ 박두진 (6)
빈지게
2006.04.07
조회 수 1560
봄밤의 회상 / 이외수 (2)
빈지게
2006.04.07
조회 수 1228
추천 수 7
조회 수 1230
추천 수 12
마중 (4)
소금
2006.04.07
조회 수 1592
추천 수 6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