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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난의 날을 기억하며 ◆

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머나먼 남양에서 올라온
태풍이 기어이 이땅을 스치니
하늘에 가득한 먹구름에서
천둥 번개가 치던 날
폭포처럼 쏟아지던 장대비에
산도 들도 무너지고
그들의 작은 소망마저 무너졌다

방에 넘치는 물줄기에
찢기어 몸부림치던 산과 들
긴 수난의 날들이 가고
안개비 조용히 내리던 아침
작은 소망이 자라던 논밭은
돌더미가 되어 있었다
짓푸른 논밭에 자라던
그들의 소망은 그렇게 사라졌다

나뿐인 생명같던 소망마저
폭우에 쓸려간 절망 앞에
망연자실 주저앉은 이들에게
하늘은 드높아 가을 이건만
수확의 기쁨은 오지 않고
허전한 곳간에는 근심만 쌓여
풀뿌리같은 질긴 삶의
의욕마저 잃어가는 이 안타까움을...

 높이 계신 하늘이시여
굽어 살피시어
모든걸 잃은 이들의 어두운 앞길에
밝은 빛을 내리사
그들의 앞길을 밝혀 주소서

2005.10/동산의솔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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