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이것은 괴로움인가 기쁨인가/황동규

빈지게 990

3



이것은 괴로움인가 기쁨인가/황동규

1

내 그처럼 아껴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했던 어린 나무들이 얼어 쓰러졌을 때 나는 그들을 뽑으러 나갔노라. 그날 하늘에선 갑자기 눈이 그쳐 머리 위론 이상히 희고 환한 구름들이 달려가고, 갑자기 오는 망설임, 허나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은 목, 오 들을 이 없는 고백. 나는 갔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인가 그 어린 나무들의 자리로.
그런데 어느날 누가 내 젊음에서 날 부르는 소리를 들었노라. 나즉히 나즉히 아직 취하지 않은 술집에서 불러내는 소리를.


날 부르는 자여, 어지러운 꿈마다 희부연한 빛 속에서 만나는 자여, 나와 씨름할 때가 되었는가. 네 나를 꼭 이겨야겠거든 신호를 하여다오. 눈물 담긴 얼굴을 보여다오. 내 조용히 쓰러져 주마.


2

갑자기 많은 눈이 내려 잘 걸을 수 없는 날
나는 너를 부르리
그리고 닫힌 문 밖에
오래 너를 세워두리
희부연한 어둠 속에 너의 머리 속에
소리없이 바람은 불고
문이 열리면
칼로 불을 베는 사내를 보게 해 주리
타는 불 머리의 많은 막막함
흩어진 머리칼 아래 무심한 얼굴
혼자 있는 사나이의 청춘
그물 속의 불빛 그물 속의 불빛
뒤를 보려무나
그 사이에 나는 웃으리, 금간 얼음장에 희부연한 빛으로,
그물 속의 불빛 그물 속의 불빛
나는 너를 보리.


3

나무들이 요란히 흔들리는 가운데 겨울 햇빛은 떨어지며 너를 이끌어 들인다, 얼은 들판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나에게로. 잘 왔다 친구여, 내 알려줄 것이 있다. 저 캄캄해 오는 들판을 바라보라. 들판을 바라보는 그대로 너를 나에게 오게 하는 법을 배웠느니라.


이제 무엇을 말하겠는가. 혹은 다시 보겠는가. 네 허전히 보낸 나날의 표정 없는 얼굴을. 네 그처럼 처음을 사랑했던 꿈들을.


보여라, 살고 싶은 얼굴을. 보아라, 어지러운 꿈의 마지막을. 내려서라, 들판으로, 저 바람 받는 지평으로.




* 시집 [三南에 내리는 눈] (민음사, 1995)

공유
3
산머루 2005.11.05. 19:33
빈지개님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그동안 편안하셨는지요^^ 하루에 서너번씩 방문해도 댓글다는것이~~~
성의가 부족한 탓이라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루에 한건도 댓글달기가 쉽지않은데 우리 오작교님께선 일일히 신경써야 되니
그 심정 알만합니다. 그리고 존경스럽답니다. 댐에 또 들르겠습니다.
유리 2005.11.05. 21:10
아~~~~~~~~~~~~~,,빈지게님??
잘 보고 갑니데이,,thank you~~~,,
빈지게 글쓴이 2005.11.07. 17:47
산머루님!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리님! 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주일 열
어가시길 바랍니다.^^*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오작교 22.04.26.16:57 64703 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오작교 14.12.04.10:33 78733 0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오작교 14.01.22.17:09 95383 0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3.06.27.09:38 96005 0
768
normal
황혼의 신사 05.11.05.13:26 1216 0
767
normal
고암 05.11.05.10:39 929 +4
normal
빈지게 05.11.04.20:39 990 +1
765
normal
김남민 05.11.04.17:49 1220 +1
764
normal
빈지게 05.11.04.09:38 1220 +1
763
normal
차영섭 05.11.04.04:42 1213 +1
762
normal
안나 05.11.04.03:59 1289 0
761
normal
안개 05.11.04.00:02 1312 +2
760
normal
정용인 05.11.03.23:15 1196 +5
759
normal
고선예 05.11.03.20:28 1078 +14
758
normal
빈지게 05.11.03.13:10 1190 +1
757
normal
하늘빛 05.11.03.13:10 1260 0
756
normal
하늘빛 05.11.03.13:09 1243 0
755
normal
하늘빛 05.11.03.13:08 1258 0
754
normal
빈지게 05.11.03.10:07 1192 +4
753
normal
동산의솔 05.11.03.06:43 1055 +7
752
normal
차영섭 05.11.02.18:58 1274 0
751
normal
안개 05.11.02.15:43 5279 +174
750
normal
향일화 05.11.02.15:11 1215 +2
749
normal
하늘빛 05.11.01.20:22 1309 0
748
normal
하늘빛 05.11.01.20:21 1243 +2
747
normal
김남민 05.11.01.18:19 990 +4
746
normal
안개 05.11.01.14:53 1076 +4
745
normal
고선예 05.11.01.13:23 1747 +16
744
normal
진리여행 05.11.01.13:06 121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