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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6 14:47:23 (*.85.2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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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름 어느 야심한 밤...



난 그날도 아르바를 마치고

막차에서 한 두세번째 정도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후덥지근한 밤이었지만,

활짝 열린 차창으로 불어오는 밤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아르바를 마치고 일을 했다는 그 보람에서 오는 기쁨이

밤바람을 더 시원하게 느끼게 해줬을 것이다.



나: 음~ 이 주체할 수 없는 뿌듯함!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행복한거야, 암!
후우... 그런데 이 기쁨도 모르고 그동안
이 멀쩡한 두손으로 일은 안하고는 주구장창
야동보고 밑동네(?) 스포츠마사지만 해댔으니...
이런 천부적으로 타고난 씨방새같으니!!-_-



난 그동안의 음지에서의 일들을 반성하는 의미로

내일부터 더욱 열심히 일하리라 굳은 결심을 해보였다.

그러던중 늦은 시간이라 한산하던 버스에

꽤 많은 사람들이 올라탄 것은 시내 XX아울렛 앞 정류장에서였다.



치이익......... 덜커덩!

우르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라타는데...

그런데 그러던 중 버스는 마지막 한사람때문에 출발을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한 22, 23살 정도 됐을까?

한 아가씨가 얼마나 술을 떡이 되도록 퍼마셨는 지,

그 짧은 두세계단 밖에 안되는 버스 출입계단을

엉금엉금 기어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객들: 아저씨! 왜 출발 안해요? 얼른 좀 갑시다!


기사: 예, 예! 이 아가씨때문에 그래요.
어이~ 아가씨! 얼른 좀 타! 손님들 기다리시잖어.
지금 뭐하는 거야? 거 계단 드러운데 기고 그래?! 빨리 좀 타!




하지만 이 술이 떡이 된 아가씨...

기사아저씨와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전혀 아랑곳하지않고

사람들의 얼른 올라타라는 다그침을

마치 자신을 성원해주는 응원가나 화이팅으로 착각이라도 한 듯

그 계단 한칸한칸 기어올라옴에 더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이 아가씨 두세계단되는 버스 출입계단을 어찌나 힘겹게 올라오는 지...

버스안에 올라와서 야호 외칠까 무서웠다.-_-

지금부터는 이 술에 잔뜩 꼴은 아가씨를

편의상 만취녀로 칭하겠다.







승객들: 아니, 아저씨! 왜 출발 안해요?!


기사: 아! 이사람들이... 계단에 아가씨가
저러콤 널부러져 있는데 어떻게 출발합니까?
아가씨! 아가씨! 지금 뭐하는 거야?! 얼른 타!
도대체 술을 얼마나 먹었길래...


만취녀: 네에~ 저 술좀 먹었습니다!
아쟈씨! 시내 KFC 앞에 XX호프 아세여?
거기 안주 대따 많이 주는데..푸히히~


기사: 안주고 나발이고 얼른 올라타라니까!
손님들 기다리잖어~ 아님 딴 버스 타던가!


만취녀: 12000원에 안주 4개 나오는데! 으컁컁~


기사: 거 참... 오늘 일진 좋나 싶었더만... 썅!!




시종일관 아버지처럼 차분한 어조로 타일르 듯 말하던 기사아저씨도

승객들은 얼른 출발하라고 난리지,

뒤에 버스와 승용차들은 길 막아섰다고 빵빵거리지

인내심이 폭발했는 지 점점 말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만취녀는 이런 그의 심정도 모르고

출입계단을 자리로 착각을 한 것일까?

문쪽을 바라본 채 계단을 의자삼아 철푸덕 주저앉아버렸다.

한참을 기어올라오려고 허우적대더만

거친 숨 몰아쉬며 주저앉아있는 것이 지도 끝내는 지쳤나보다.



그렇다...

두세계단되는 버스 출입계단이었지만

술에 떡이 될대로 된 그녀에게는

험난한 산악스포츠였으리라......

주저앉아있는 그 모양새가

담배라도 하나 꼬나물 것만 같았다.




어르신들: 쯧쯧쯧... 으이구~ 저 뉘집 딸래민지
쟤네 부모는 꽤나 속 좀 썩겄다! 쯧쯧쯧...


기사: 보고만 있지들 마시고 누가 이 아가씨 좀
부축해서 자리에 좀 앉혀주세요!




기사아저씨의 말에 승객들은 몇초간 누가 안나서나하고 눈치들만 볼 뿐이었다.

그러던 끝에 중간쯤에 앉아있던 검은 티셔츠의 건장한 청년이

더이상 안되겠다 싶었는 지 벌떡 일어서 출입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만취녀를 일으켜세우려고 하는데......



청년: 저기 아가씨! 여기서 이러면 위험해요.
이러지 말고 일어나세요. 자~ 얼른 제 손을 잡아요. 후훗~




그 청년 느끼한 말투와 행동들이 어린 아이 다루 듯

아주 여유있고 능숙했고 여자를 많이 상대해본 듯 했다.

그는 만취녀에게 일어나자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쳤다.

그런데........




만취녀: 꺄아아아아아악~!!!! >ㅁ<


청년: 왜..왜 그러세요?! ´ㅁ´


만취녀: 이 아저씨가 지금 어딜 만져?!!
제 몸에 손대지 마욧!!


청년: 아..아니 제가 뭘 어쨌다고.....;; ´ㅁ´;



만취녀: 내 몸에 손대지 말라면 손대지마!!
꺄아아아아아아악~!!!! >ㅁ<


청년: -ㅁ-;;




일어나자고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톡톡 친 것 뿐인데

만취녀는 청년에게 변태치한을 만난 것마냥 온몸을 잔뜩 웅크리더니

팔을 X 자로 교차해 가슴을 가린 채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아무리 술에 떡이 됐다지만 그녀 좀 너무했다.

그 청년.. 승객들 다 지켜보고 있는데 얼마나 무안하겠는가!




청년... 처음에 그 능숙하고 여유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냥 만취녀를 포기해버린 채

잔뜩 붉어진 얼굴로 도로 자기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승객들은 새끼 그냥 앉아있지... 왜 괜히 나서갖곤...

하는 눈빛으로 청년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고

심지어 무안을 당한 청년을 가여워하며 쯧쯧쯧 혀를 차는 어르신도 있었다.




자기자리에 도로 앉은 청년...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승객들 앞에

자신은 지금 전혀 무안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차창밖을 잠시 바라보더니,

아~ 저 슈퍼가 저기 있었구나! 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내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지켜보는 승객들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_-



애써 무안함을 감추려는 사내의 어색하기 그지없는 헛기침에...

버스 안에 우리 모두가 슬펐고.......
밤하늘에 달도 그 슬픔에 구름 속에 빛을 감추었으리라.......








출입계단에서 그렇게 한참을 객기를 부리던 만취녀는

이런저런 끝에 드디어 버스 안에 비틀비틀 올라탈 수 있었다.

기사아저씨는 그녀가 돈도 내지않고 그냥 탔지만

그녀가 올라탄 것만으로도 만족을 했는 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튼 만취그녀가 그렇게 버스에 올라타면서

드디어 버스는 우여곡절끝에 출발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만취녀... 버스 안에 올라타긴 했으나

심하게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금새 걸레질하는 자세로 바닥에 철푸덕 엎어져버렸다!

그리고는 그 자세에서 자기가 앉을 자리를 찾아 기어가는......-_-

백미러로 뒤를 보던 기사 아저씨가 큰소리로 다그쳤다.



기사: 저..저..저... 저 아가씨가! 일어나, 위험해!
자기가 무슨 사자여, 치타여? 왜 이렇게 기어다니는 걸 좋아해?!
어이~아가씨! 일어나! 거 드러운 바닥에서 뭐하는 거야?!
아가씨! 직립보행 몰라, 직립보행? 얼른 일어나래두!


만취녀: 아쟈씨~죄송요! 헤헤... 몸이 말을 안듣는 걸 어떡해요~
누군 기어다니고 싶어서 기나, 뭐! 헤헤헤....







몇분후 한 아줌마가 내리면서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서 멈춰섰고,

그 사이를 타 엎어져있던 만취녀는 비틀비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는 뒤쪽에 앉을 자리를 찾았는 지 한 곳을 응시하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러던 그때였다!!

한 아줌마를 내려주고 다시 스르르 출발하던 버스가

앞에 버스가 나중에 뛰어온 손님을 태운다고 갑자기 멈춰서면서

부딪힐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기며 화들짝 급정거를 해버렸다!!



끼이이이익!!!!!!



비틀비틀 자리를 찾아 걸어가던 그녀는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하는 바람에 몸에 중심을 잃어버렸고!



만취녀: 꺄아아아아아악~!!!!!




뒤에서 두세번째 되는 자리까지

훅~훅~훅~

서울랜드 다람쥐통처럼 연속 3회전 앞구르기로 떼굴떼굴 굴러가더니..



꽈다다당!!!!!!!



만취녀: 크어헉!!



발라당 대자로 널부러져버렸다!!

순간 무슨 굴렁쇤 줄 알았다.-_-




버스가 앞에 버스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음에도,

정작 그순간 모든 승객들의 눈이

예상치 못한 기계체조를 선보인 만취녀에게 쏠려있었다.-_-




꽤나 큰 부상이 예상되었고 한참이나 못일어날거라 생각됐던 만취녀...

하지만 술기운에 모든 신경세포가 천연마취가 된 탓인지,

승객들의 우려를 깨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

난 무슨 순간 WWE 언더테이커인 줄 알았다...



그녀는 긴생머리였는데,

앞으로 흘러내린 앞머리를 연신 손으로 쓸어넘겼다.

두세번의 넘김질에 머리가 단정하게 쓸려넘어갔음에도

그녀는 넘기고 또 넘기고... 미친 듯이 쓸어넘겼다...



그렇다...

그녀는 쪽팔린 것이었다......-_-



여성의 긴생머리를 쓸어넘기는 그 청순미의 대표적인 행위가

그렇게 을씨년스러워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그만 넘기라고 말리고 싶었으리라......




안하무인처럼 버스바닥에 엎어지고...기어다니던 그녀

3회전 앞구르기로 인한 그 가공할 쪽팔림때문인 지

이번에는 지가 알아서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마치 엄마한테 뒈지게 맞은 아이처럼 빈자리를 찾아가 얌전하게 앉았다.

그렇게 만취녀가 좌석에 앉으면서

버스도 다시 평화로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구르기에 대한 쪽팔림을 극복하지 못했는 지,

좌석에 앉아서도 한참이나 앞머리를 쓸어넘겼던 그녀-_-



1분 정도 지난 후였을까?

그녀는 갑자기 깜짝 놀라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더니 문자메세지가 왔는 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리고 그 문자의 내용이 웃긴 지 살짝 피식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이것또한 앞구르기로 인한 쪽팔림을 감추기 위한

머리넘김에 이은 그녀의 또 다른 연기라는 것을...-_-

그순간 갑자기 그녀의 뒷모습이

아버지의 뒷모습보다 더 슬퍼보였다.......




아까 출입계단에 널부러진 그녀를 부축하려다 개무안을 당해

명예퇴직 당한 중년처럼 잔뜩 위축되어 있었던 청년...

그순간 쪽팔려하고있는 만취녀의 모습에 쌤통이라고 생각했는 지,

무안함에 힘없이 축 쳐져있었던 그의 두 어깨가

형상기억합금처럼 되살아나고 있었다....


-_-



그렇게 한 두세정류장 지났을까...?

어느새 만취녀는 앞구르기에 대한 쪽팔림을 저멀리 떨쳐버리고는

술에 꼴은 취객답게 앞좌석에 쿵쿵 머리를 박아대며 졸고있었다..

기사아저씨는 백미러로 그런 만취녀를 보고는 크게 불러깨웠다.



기사: 거 아가씨! 아가씨!


만취녀: 저요..? 그렇지...날 불렀으니까
이변이 없는 한 나겠지...크흐흐.....


기사: -_-



만취녀...

잠시 졸더니만 술기운이 몸 곳곳에 더욱 크게 퍼졌는 지

상태가 더 악화되어 있었다....-_-




기사: 그러다 종점까지 갈라. 어디서 내려?
말해주고 자. 아저씨가 깨워줄테니까...


만취녀: 아이고~ 아니에요! 아저씨는 운전만 하세요.
안그래도 힘드신데 저같이 하찮은 것때문에....
제가 알아서 잘 내릴테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크흐흐...


기사: 그..그래!-_-




그런데 만취녀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커피속 프리마처럼 풀려버린 두눈으로 버스 안 승객들을 쭉 흩어보았다.

그러더니 피그미족 머릿결만큼이나 잔뜩 꼬여버린 혀로 말했다.



만취녀: 어디보자.....크흐흐.....-_-+


승객들: 저..저 여자 또 왜 저래..?-ㅁ-;


만취녀: 여기 앉아계신 분중에 XX아파트 앞에서
내리는 분 있으신가? 있으시다면 암내 걱정하지말고 퍼뜩 손을 들어보아요!



허억...!!!

나도 XX아파트 앞에서 내리는데!!

그녀가 손들라는 말에 순간 나도 모르게 슬며시 손을 들어버렸다...



나: 저..저요. 저 XX아파트에서 내리는데요...-ㅁ-)/


만취녀: 오우~ 빙고우~!!



그녀는 손가락총과 함께 빙고를 외쳐대며-_- 나에게 비틀비틀 다가왔고

비어있던 내 바로 앞자리에 철푸덕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허업....!!! 이 용서할 수 없는 술냄새!!!!

이뇬이 참이슬로 등목을 하셨나?!!-_-;

만취녀는 내 앞자리에 앉더니만 몸을 옆으로 틀어 나에게 생글거리며 말했다.



만취녀: 아저씨!


나: 아하하...아저씨라니요? 저 아저씨 아니..


만취녀: 아저씨!


나: 아하하.. 저 아저씨 아니에요. 저 대학새..


만취녀: 아저씨!


나: 네......-_-




그녀는 자기도 XX아파트에서 내린다며

자기는 잘테니 나 내릴 때 꼭 깨워달라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만취녀는 XX아파트에 살았고

그러므로 그녀와 난 같은 아파트 주민이었던 것이다.-_-




날 믿고 편하게 눈을 붙여보겠다며

그녀는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보이더니..乃

-_-

이내 차창 옆 벽면에다가 쿵쿵쿵 머리를 쳐박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왠지 모르는 씨바스러운 기분으로

멍하니 잠든 만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보니

어느새 그녀와 같이 내려야할 XX아파트였다.


삐이익~


침까지 질질 흘리며 깊은 잠에 빠진 만취녀...

난 그런 그녀를 간신히 깨웠고 내리는데만 1분여가 걸린 것 같았다.-_-




버스에서 내린 만취녀는 비틀비틀 몇발짝 전진하는가 싶더니

이내 보도블럭 위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참 고뇬... 바닥 좋아하네 그려!

이런 환경친화적인 뇬...-_-



그리고 그녀는 아까 버스안에서처럼 기어가기 시작했다.

기어가는 그녀를 뒤에서 보고있자니...

그 어깨쭉지의 움직임이 흡사 동물의 세계에서 봤던 사자같았다.

야심한 시간인데 젊은 여자를 저렇게 두면 안되겠다 싶어

결국 그녀를 부축해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뇬이 고마워하긴 커녕 나한테 땀냄새 난다고 투덜거린다...



만취녀: 어우~ 땀냄새!! 짜증나!!
안그래도 술먹고 넘어올려고 하는데....


나: (이 싸갈탱이가.....) -_-




알고보니 만취녀는 3동에 살고 있었고,

난 4동 그러니까 같은 아파트 주민에다가 바로 옆동이기까지 했다.

원래는 그녀가 사는 3동 입구까지만 데려다주고 집에 가려했는데,

내가 살짝 잡고있던 손만 떼도 길바닥에 발라당 널부러져버렸기에-_-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집문 앞까지 데려다주게 되었다.

버스에서 처음 본 여자를 말이다......

그렇게 엘레베이터를 둘이서 타게 되었다.



나: 몇층 눌러요?


만취녀: 19층... 근데 아저씨!


나: 예...?


만취녀: 나 지금 방구마린데 껴도 되여~? 푸히히~


나: 뭐..뭐욧?! -ㅁ-




이런 황당함으로 새역사를 쓰는 뇬!!

엘레베이터를 타자마자 갑자기 방구를 끼고싶다는 게 아닌가!

다른 곳이었다면 허락했겠지만

집에 다 왔는데 굳이 좁은 엘레베이터에서 끼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나: 아하하... 조금만 참으세요. 집에 다왔는데 집에서
끼시지 그러세요. 방구를 허락하기에는 이 엘레베이터가
너무 협소하네요... 조금만 참으세요...^^;;


만취녀: 에잇~썅!!! 참긴 뭘 참어?!! 난 지금 껴야겠다구~!!!^0^)/




뿌우웅~ 뿌부붕~


그외에 다수 소리 출연-_-





나: 커어헉!!!! 씨박!!! 도대체 뭘 쳐드신 거에........우우우웁!!!!!!


만취녀: 꺄르르륵~ *^0^*


나: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이게 도대체 무슨 짓거...........우우우웁!!!!!!!!


만취녀: 꺄아아아악~ *^0^*





헛구역질을 네다섯번 하고나니

엘레베이터가 그녀가 살고있는 19층에 멈춰섰다.

그리고 난 그 헛구역질이 쏟아지는 와중속에서도 만취그녀를 끝까지 부축해서

집문 앞까지 데려다주는 강인한 투지를 보여주였다.-_-

만취녀는 자기네 집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며 나에게 인사했다.



만취녀: 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 아님 저 집에도 못올뻔 했네요...
너무 고마운데 드릴 건 없고... 그래서 조촐하게나마 방구 드렸어요.*-_-*


나: 아~예.... 너무 감사해서 피눈물나네요...
오래오래 간직할게요......근데... 썩 조촐하진 않았어요...-_-
그리고 다음부터는 술 적당히 드시고, 취해도 직립보행
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기어다니는 건 그리 좋은 행위가 아닙니다.
그쪽이 무슨 사자치타가 아니잖아요? 꼭 직립보행하십시오.


만취녀: 예... 노력해봅죠.-_-






처음 본 여자를 집문 앞까지 데려다주게 될 줄이야.......

난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얼이 나가서는 멍하니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러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 지 19층에서 멈췄던 엘레베이터가 그대로 있었다.



몇분이 지나서 탔는데도 불구하고,

아까 그녀의 방구냄새가 소멸되긴 커녕

사골 국물 우러나 듯 한츰 더 진한 맛을 우려내고 있었다.-_-

그렇게 엘레베이터는 나와 방구냄새를 태우고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게 왠일인가!!!!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탈 사람이 없겠지 했던 엘레베이터가...

누가 타려는 것인 지 12층에서 멈춰서는 게 아닌가!!!

그리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아가씨가

방구냄새 여전한 이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는...

대형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아가씨1: 언니! 그 비디오집 아직도 문열었을까?


아가씨2: 열었대두 그러네. 거기 새벽 1시까지 해.


나: (제발제발제발제발)...........-_-;;



아가씨1: 읍!!! 누가 방구꼈나봐!! 콜록콜록...!!!


아가씨2: 커헉!!! 저..정말!!! 켁켁켁....!!!!


나: (나아냐!나아냐!나아냐!나아냐!)............-_-;;;



아가씨1,2: 소근소근~속삭속삭~


나: (속삭이지마! 씨부럴!! 나 아니란 말이야!!!!)..............T 0 T;;;






이때로부터 3년이나 지났지만......

난 이때 엘레베이터 안에서의 두 아가씨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때를 추억하면.....

코에서 만취그녀의 향기가 그대로 느껴져 오는 듯 하다........


------------------------------

<끝>

글쓴이- 활화산열혈남아.

출처- 활화산열혈남아 유머글카페 https://cafe.daum.net/hwalhwa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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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김남민
1759 80 2005-11-16 2005-11-16 14:47
2001년 여름 어느 야심한 밤... 난 그날도 아르바를 마치고 막차에서 한 두세번째 정도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후덥지근한 밤이었지만, 활짝 열린 차창으로 불어오는 밤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아르...  
493 당신이기에 사랑합니다 -용혜원- 2 file
하은
1740 2 2005-11-16 2005-11-16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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