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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8 23:13:45 (*.87.19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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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복희


나는 오늘 너에게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시킨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자리의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오늘 날짜는 생략하기로 하자
의뢰인이 나였고 수취인이 너였다는 사실만 기억했으면 한다
통장에 사랑이 무수히 송금되면
너는 전죽 어디에서나 필요한 만큼 인출하여 유용할 수 있고
너의 비밀 구좌에 다만 사랑을 적립하고픈
이 세상 어디에서도 우리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서는 사랑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은행으로 들어간다
무통장 입급증에 네 영혼의 계죄번호를 적어 넣고
내가 가진 얼마간의 사랑을 송금시킨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정기적으로 건네는 돈이 전부라면 사람
사이는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기계적으로 입금시키고 기계적으로 찾아가
는 물질적 관계로 전락하여 버리고 말았다면 그건 인간적인 관계가 끝나버
린 것이다.

알게 모르게 물질적인 가치로 계산하고 물질화 되어가는 세상살이를 비판
하며 이시의 화자는 의무로써 사랑하지 말고, 빚이라 여기고 갚을 생각을
하는관계로 인간이 맺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건네는 것은 사랑이어야 하는 것이다. 몯든것이 전산화
되고 수치화되어 나타나는 세상이 되었지만 우리가 보내고 받고 적립하는
것이 사랑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설령 돈을 보냈다 할지라도 내가 적은
것이 영혼의 계좌 번호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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