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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3 14:16:53 (*.159.174.223)
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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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행/이근배

1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발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2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단신의 적삼에 배이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 가지를 꺽던 눈밭의
당신의 언발이 짚어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거립니다.
댓글
2005.12.14 20:04:55 (*.47.213.45)
파도
나 어릴때
어머니 생각에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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