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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신경숙


바로 옆에 있는 것,
손만 뻗으면 닿는 것을
그리워 하진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것, 금지된 것,
이제는 지나가 버린 것,
돌이킬 수 없는 것을 향해
그리움은 솟아나는 법이다.

사랑이 와서,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사랑이 와서
내 존재의 안쪽을
변화시켰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사라지고 멀어져 버리는데도
사람들은 사랑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은 건,
사랑의 잘못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위력이다.

시간의 위력 앞에 휘둘리면서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우리들의 내부에
사랑이 숨어 살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아이였을 적이나
사춘기였을 때나 장년이었을 때나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관통해
지나간 이름은 사랑이였다는 것을.


신경숙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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