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3.04 02:56:37 (*.87.197.175)
1550
23 / 0




그저께 오전 11시경이었다. 사무실에 나이 드신 민원인 두
분이 찾아오셨는데 한분은 77세 할아버지 한국인이시고,
또 한분은 같이 오신분의 4촌 동생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살다가 중국을 큰집 드나들 듯 자유롭게 왕래를 했던 194
6년경 13살 때 부모님들과 같이 중국으로 이사를 가서 살
다가 6.25전쟁이 나고 해서 한국에 오지 못하고 현재까지
그곳 중국에서 살고 있는 분이었다.

중국에서 오신분이 한국에 남아있는 호적의 생년월일과 중
국에서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생년월일 중 년도는 맞은데 월
일만 다르게 사용하여 와서 여권에도 한국 호적과 일치하지
않아 77세 되신 4촌 형과 확인을 하는 절차 등 두 분의
어르신을 상대로 약 2시간동안에 조사를 마쳤다.

조사를 마치고 나니 중국에서 오신 어르신께서 그동안 국
적회복 방법에 대하여 여러 차례 편지로 물어보았을 때 성
의 있게 답장을 해주었고 전화까지 해서 자세하게 알려 주
어서 너무 고마웠고, 오늘도 이렇게 친절하게 해주어서 고
맙다며 나한테 몇 차례 인사를 하셨고, 77세 드신 어르신은
자기 집이 면소재지 농협 뒤에서 자전차포를 하고 있으니
언제 그쪽에 나오면 꼭 들리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내가 그
렇게 친절하게 해드린 것 없이 평소에 하는 대로 행동했는
데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살면서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그런데 77세 드신 어르신께서 옛날이야기를 하시다가 요즘
세상에는 듣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가 장남이었고 남
동생 2명이 있었는데 그분이 22살때 군대 영장이 나오자 그
때당시 19살이던 바로 아래 동생이 장남인 형이 군대를 가
면 죽어서 돌아오지 못할지 모르고 장손이 자녀를 못 낳으
면 안 되니까 형이 군대에 가면 안 된다고 하고 형 대신 군
대에 입대를 했었단다. 그 동생은 1년 정도 근무를 하다
전쟁터에서 수류탄 파편을 맞고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
지만 의가사 제대를 하였는데, 어느 날 동생의 영장(입영통
지서)이 나와 그때는 자신이 입대를 하여 6.25 전쟁이 있고
하여 5년 동안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 왔다고 했다.
소설 속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고 형을 생각하는 동생
의 마음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어르신한테 “그 동생은 지금도 살아 계셔요?” 하고
여쭤봤더니 “죽고 없어. 그 동생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이
나와”하고 말씀 하시기에 언제 세상을 떠나셨냐고 차마 물
어볼 수도 없었다. 나는 “어르신 집안에 형제간의 우애가 그
렇게 좋은 것은 타고나신 천성 때문에 그러셨을 거예요.” 하
고 말하자 하시는 말씀이 77세인 노인이신데도 “시골 마을
에서 자녀들은 객지로 나가 버리고 할머니 혼자 사시거나 남
자분이어도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하여 벌초를 할 수 없는
집의 산소를 자진해서 벌초를 해드리면 참 좋아하고 나중에
그 집 자녀들도 선물을 가지고 찾아오고 그러데.” 라고 말씀
하시며 평소에 베푸시면서 생활하시는 것을 한마디 더 말씀
해 주시는 것이었다.

그 어르신과 이미 세상을 떠나신 그분의 동생은 언제나 마음
이 따뜻하시고 평생 덕을 베풀면서 생활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나의 가슴이 찡해 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댓글
2006.03.04 03:43:36 (*.192.220.229)
an
에궁~!

장문의 댓글을 남겼구만
홀라당 날라가 버렸어욤~!

우찌 이리도 황당한 일이 내게~ㅋ
에구구~시차때몬에 다시 잠수해야겠셤~우히힛~!

빈지게님의 찡~한 사랑에 잠겼다 갑니다욤~히~!
댓글
2006.03.04 08:56:11 (*.36.158.133)
cosmos
남다른 형제애에
가슴 찡한 사연이네요.

빈지게님
실화 맞쥬?

좋은 주말 보내세요 빈지게님...^^

우히힛~...
독특한 웃음 소리의 주인공,
an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구랴
공기 맑은 토론토 하늘 아래에서..^^

댓글
2006.03.04 09:25:15 (*.87.197.175)
빈지게
an님은 지금쯤 주무시고 계실 것 같기도
하고 cosmos님은 지금 창에서 뵙고 있어
반갑습니다.

cosmos님! 실화입니다. 제가 직접 들은 이
야기지요. 아무리 형제라 하더라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 정말 쉬운일은 아니었을 텐데
요...
댓글
2006.03.04 19:42:44 (*.151.17.229)
반글라
처음에 제목을 보구 형이 동생을 대신해 군대두 가구 감방두 가는
한국영화 '역전의 명수'가 갑자기 생각 나더라구요?
그건 다분히 재미로 꾸민 영화일뿐 이겠지만
이글을 보며 구구 절절이 묻어나는 감동적 사연이네요.

an님, cosmos님, 빈지게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댓글
2006.03.04 20:33:51 (*.87.197.175)
빈지게
반글라님!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3.05 08:53:20 (*.193.166.126)
푸른안개
가슴이 찡해오네요.
감동적인 글 잘읽고 갑니다.
댓글
2006.03.05 09:37:21 (*.87.197.175)
빈지게

푸른안개님!
아침부터 일찍 고운흔적 내려놓고
가셨군요.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되시길 바라바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110521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12201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138940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139449  
1772 당신의 수명은,,,,?? 재미 있는 한국의 속담 3
보름달
2006-07-14 1428 10
1771 그래서 당신/김용택 12
빈지게
2006-07-14 1328 1
1770 오직 하나의 기억으로 19
cosmos
2006-07-14 1529 3
1769 고향가는길 3
전소민
2006-07-14 1477 10
1768 마음이 예뻐지는 인생차 5
김남민
2006-07-13 1445 2
1767 동그라미/정호승 3
빈지게
2006-07-13 1339 1
1766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도종환 2
빈지게
2006-07-13 1388 1
1765 추억의 얼굴 1
고암
2006-07-13 1408 1
1764 옛날 옛적에(때론 옛날이 그립습니다) 7
보름달
2006-07-13 1555 4
1763 오작교 23
우먼
2006-07-12 1587 2
1762 쌍거풀 15
길벗
2006-07-12 1501 1
1761 비속에 나부끼는 영혼/펌 1
김남민
2006-07-12 1444  
1760 비오는 날 창가에 기대어/이채 8
빈지게
2006-07-12 2978  
1759 뉴질랜드 최대의 국립공원 (밀퍼드사운드 ) 3
보름달
2006-07-12 1318 1
1758 들꽃의 사랑 5
김노연
2006-07-12 1478  
1757 당신을 알게되어 행복합니다./펌 5
김남민
2006-07-11 1280 4
1756 웃긴 초딩(펌) 21
Diva
2006-07-11 1595 2
1755 동의보감 자료실 3
보름달
2006-07-11 1557 38
1754 오늘의 포토뉴스[06/07/11] 2
보름달
2006-07-11 1470  
1753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마종기 6
빈지게
2006-07-11 1396 1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