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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6.04.16 02:13:20 (*.159.174.212)
1976



낙타의 꿈/이문재

그가 나를 버렸을 때
나는 물을 버렸다
내가 물을 버렸을 때
물은 울며 빛을 잃었다

나무들이 그자리에서
어두워지는 저녁, 그는 나를 데리러 왔다

자욱한 노을을 헤치고
헤치고 오는 것이

그대로 하나의 길이 되어
나는 그 길의 마지막에서
나는 그의 잔등이 되었다

오랫동안 그리워 해야 할
많은 것들을 버리고
깊은 눈으로 푸른 나무들 사이의
마을을  바라보는 동안 그는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이미 사막의 입구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일부가
내길의 전부가 되었다

그가 거느리던 나라의 경계는
사방의 지평선 이므로
그를 싣고 걸어가는 모래 언덕은
언제나 처음이었다

모래의지붕에서 만나는
무수한 아침과 저녁을 건너는
그 다음의 아침과 태양

애초에 그가 나에게서 원한 것은
그가 사용 할 만큼의 물이었으므로
나는 늘 물의 모습을 하고 그의 명령에 따랐다

해빛이 떨어지는속도와 똑같이
별이 내려오고 별이 내려오는 힘으로
물은 모래의 뿌리로 스며들었다

그의 이마는 하늘의 말로 가득가득 빛나고
빛나는 만큼 목말라 했고
그때마다 나는 물이 고여있는 모래의
뿌리를 들추어 내 몸속에 물을 간직했다

해가뜨면 모래를 제외하고는 전부
해바람 불면 모래와 함께 전부 바람인 곳

나는 내 몸속의 물을 꺼내
그의 마른 얼굴을 씻어 주었다

그가 나를 사랑 하였을때
나는 많은 물을 거느렸다
그가 하늘과 교신하고 있을때
나는 모래들이 이루는 음악을 들었다

그림자 없는 많은 나무들이 있고
그의 아래에서 바라보는 세계는
늘 지나가고 그 나무들 사이로 바람 불고
바람에 흐느끼는 우거진 식물과 식물을
사랑하는 짐승들이 생겨나고
내 잔등 위에서 움직이는 그가
그 모든 것을 다스려 죽을 것은 죽게 하고
죽은 자리마다 그 모습을 닮은
나무나 짐승을 세워놓고 지나간다

도중에 그는 몇 번이나 내 몸속의
물을 꺼내 마시고 몸을 청결히 했다
모래 언덕이 메아리를 만들어 멀리 멀리로
울려 퍼지게 하는 그의 노래

그가 드디어 사막을 바다로 바꾸었을 때
나는 바다의 환한 입구에서
늙어가기 시작했다

출렁 출렁 바다에서 그를 섬기고 싶었지만
그는 뚜벅 뚜벅 바다위를 걸어 나갔다

오랜 세월이 흘러가고
또한 흘러와
사막이 아닌 곳에서 그를 섬기는 일이
사막으로 들어가는 일로 변하고
바다가 다시 사막으로 바뀌어
바다의 입구에서 내가 작은 배가 되지 못하고
종일토록 외롭고
밤새도록 쓸쓸한 나날

그가 나를 떠났을 때
나는 물을 버렸다
버리고 버리는 일도 다시 버리고
나도 남지 않았을 때...












삭제 수정 댓글
2006.04.16 02:57:27 (*.231.165.8)
an


그러고 보니 당신의 마음을
어떻게 그려야하는 지도 모르는 것 같애..

thanks 칭구~!
댓글
2006.04.16 03:57:14 (*.48.165.170)
sawa
(할라스 =사막의 모래바람...)
사막 저 머얼리서 몰아쳐 닥아오는 모래바람은...

작열하든 태양도 덮어버리면서...
한낯 초라한 인간의 삶조차 덮어 버린다.

저 모래바람 앞에 나란 존재는 작은 알갱이 하나인것을.
사막을 거닐든 낙타도 등을 돌리며.... 모래바람의 열기를.
피하려 하건만 나는 무엇을 위하여... 저바람과 맞서는가.

얼굴과.... 어깨위에.... 샇인 이모래는.
어쩌면 나의 찌든 욕심을 씻어려나...

방장니이임 ......
잠깐이나마 지난 중동생활의 사막을 떠올려봅니다
댓글
2006.04.16 04:57:40 (*.231.62.116)
an
시가 길어 지루한 듯 하지만
참 마음에 많은 의미가 남네요~ㅎ

자꾸만 자꾸만 보고싶은 여운이 남아요..
참, 잘 골라오셨샴~칭구~!!

잘 찍어오는 걸 보니
갑자기 예전에 학교앞에
뻔데기 뽑기판 있었잖아욤~ㅋ
돌려서 화살촉으루 찍는 거
그거 잘했을 꺼 가터욤~~~푸하하하~!

역쉬나 내 칭구여~~ㅋㅋㅋ
댓글
2006.04.16 05:02:48 (*.231.62.116)
an
sawa 님의 글에서 황량한 사막의 고독이 느껴집니다욤~ㅎ
에궁~~!! 썰렁해라~~~ㅋ

노래 조코~~~ㅎ
마지막 한가지 못 그린 것은~♥~요거라네욤~!!

빈지게 칭구, 아름다운 시 실어 나르느라 고생 마니하셨샴~ㅎ
sawa님, 남은 날들도 온제나 테네시와 행복하시고욤~ㅎ

아자~! 아자~! 나가자~!!
댓글
2006.04.16 07:03:07 (*.159.174.212)
빈지게
sawa님!
예전에 중동에서 생할하셨었군요. 고생 많이
하셧을 것 같아요.
저는 군대 생활때 바닷가에서 생활 했었습니다.
폭풍이 부는 날이면 모래바람을 맞으며 바람을
향하여 몸을 15도 각도정도 기울이고 걸으려
면 모래가 얼굴을 때리고 그랬지요.ㅎㅎ
저도 잠시 옛 추억에 잠시 젖어 봅니다.^^*

댓글
2006.04.16 07:07:18 (*.159.174.212)
빈지게

an 칭구!
시가 좋다하시니 고맙구료. 이 시가 지고
오려고 했더니 카피 방지를 해놓아 길바
닥에 깊이 박힌돌 같은걸 일일이 한두줄
씩 여기에 옮겨 적느라 시간꽤나 소비 했
다오. ㅎㅎ

댓글
2006.04.16 07:14:37 (*.48.165.170)
sawa
an 니이임...
마지막 한가지 못그린 것은 an 니이임 멋대로 그리뿌소...
당신의 마음이 아닌..... an 니이임의 마음으로요...그라몬 될낀데.

나혼자 착각인가요 ㅎㅎㅎ...ㅋㅋㅋ?
삭제 수정 댓글
2006.04.16 07:17:32 (*.231.165.8)
an
오쨘지~~~feel이 딱 꽂히더라니~~ㅋㅋ~!!
그걸 우찌 다 일일이 적어내리셨샴??

참, 칭구의 정성에 감동에
맛사지를 열씨미 해야겠단 생각이~푸하하하~!
고마우이~칭구~ㅎ
댓글
2006.04.16 07:17:47 (*.48.165.170)
sawa
빈지게 방장니이임........

땀많이 흘렸는 갑심니데이 수고 많이 마아니이 억수로 했심데이.

고맙심데이,
댓글
2006.04.16 10:04:07 (*.87.197.175)
빈지게
sawa 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댓글
2006.04.16 21:56:33 (*.118.25.116)
古友
방장님의 이 정열과 열정이라니,
하루에도 몇 개씩의 글을, 음악을......

휴일 저녁을, 방장님 올리신 글들 보면서 잠시 아늑해졌습니다.
댓글
2006.04.16 22:19:47 (*.87.197.175)
빈지게

古友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감사합니다. 음악은 an님께서 고맙게
올려 주셨답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
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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