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5.24 10:06:06 (*.232.69.64)
1462
2 / 0

또 한바탕 눈이라도 뿌릴듯 찌푸린 날, 식구가 머리염색을 한단다. - 염색을 시작 한지가 벌써  2 년째?
아마, 지난 가을 무렵 부터 그랬던 것도 같다.
Fashionable 하게 칼라를 넣는 그런 것이 아닌, 흰머리를 감추기 위한 서글픈 작업인 것.
미용실 가서 하면 비싸기도 하고 맘에 드는 색을 고르기도 쉽지 않아서
홈쇼핑에다 주문해서 집에서 염색을 한다는데, 미용사 노릇은 당연히 딸내미의 몫.
모녀가 도란도란 거리면서 염색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서글픔"이 와락 느껴짐은 왜일까......

미인의 머리(카락)을 두고, '흑단' 같은 머리채 라고 했던가 ? - 동양에서는
25 년전, 그 여자의 머리 색깔은 정말 기막히게 좋았다.
'흑단'은 결코 아니었지만. 너무 짙지도 않은 밤색 ? 하여간 뭐라고 적절하게 표현이 안되는 색...
동,서양의 색이 아주 적절하게 배합된 그런 색깔의 머리를 어깨까지 찰랑거렸던, 그네의 눈부셨던 날들 !

하지만,
염색을 한 이후로, 그 머리의 색깔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원래의 머리색깔대로 염색을 하면, 나이들어 생긴 흰머리가 진하게 염색이 되지 않기 때문에
'흑단' 비스무리한 색을 써야 한단다.
요즘들어, 어쩌다 그 머리칼을 만져 보면 거친 감이 들어서 "안됐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당신, 몇 년전만 해도, 정말로 봐 줄 만 했는데, 이젠 진자로 '아지매티컬' 하다야..."
"이기 다 누구 때문에 그렇는데, 20년 넘게를 쪼그라졌으니 그렇지...... 물리도."
"물리는게 아니고, 내가 '리콜' 해달라 해야겠다, 장모님 한테....,  참, 사람도 리콜 해 주는 그런 것 없나 ~~"
" 내가 하고 싶은 소리다, 치 ~~"

"엄마, 아빠,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예요......" - 윽, 딸내미가 끼어 든다 !
"음, 인정한다. 첫 작품이라서 예술성을 고려할 수 없었거든 ㅎㅎㅎ"

구경만 하지 말고 "봉사"를 하라기에 "커피" 두 잔 끓여다 주고서 물끄러미 바라본 창 밖,
텅 빈 놀이터를 북서풍만 한 바퀴 휘잉~ 돌다 가는구나 !
세월은 염색이 안되는거야, 이미 가버렸으니까......
세월 뒤에 남은 우리만 겉치레 하는거지.

※ 아니,
    세월은 제자리에 있는데, 우리네가 지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세월은 늙지 않는데, 우리만 늙는 것 아닌가 ?                     2005/12/18
댓글
2006.05.24 10:59:05 (*.105.151.145)
오작교
古友님.
저의 가슴을 언제 훔치셨어요?
염색을 하는 아내를 대할 때마다 느끼는 가슴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월은 채색을 할 수 없지요.

세월은 제자리에 있는데, 우리네가 지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세월은 늙지 않는데, 우리만 늙는 것 아닌가 ?

가슴이 아퍼지는 의문사입니다.
댓글
2006.05.24 11:05:52 (*.17.47.227)
Jango
안녕하세요?
좋은사람들의 방은 가끔 일등하는데 벌써 쥔장께서 일등하셨습니다.
뭣이고 일들은 좋답니다.
이승과 이별하는것 빼고는~~~ㅋㅋㅋ
오늘은 인사만 하고 갈께요.....넘 반갑습니다.
역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어른들의 말씀 실감합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2006.05.24 12:49:28 (*.232.69.64)
古友
오작교님,

살풋 ~
졸음이 올락말락 하는 시간 입니다.
비빔국수와 커피는 좀 격이 안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얼얼한 입안에, 그래도 희한한 별미 입니다, 커피가 !

염색을 한 머리이건, 아님 희끗한 서릿발- 눈발이건
함함 해 줄 수 있으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살랍니다. ㅎㅎ

서늘한 '가슴'은 누구 할 것 없이 같나 봅니다. 虛虛
댓글
2006.05.24 12:51:05 (*.232.69.64)
古友
장고님 !
동분서주 뛰어다니시는 소리가 너무 잘 들립니다.
그래도, 그루터기에 앉아 기타도 치시고... 그렇게 망중한을 가지소서.
몸살 나시면 아니 되옵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5.24 13:33:25 (*.252.104.91)
사철나무
고우님!

세월도 염색을 할수 있다면
염색을 하고 싶습니다

세월을 염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ㅎㅎㅎ

댓글
2006.05.24 13:55:23 (*.232.69.64)
古友
모든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바램하는
"세월의 색깔"은 글쎄... ,
무슨 색일까요 ?
에구~ 넘 어려운 물음 입니다, 사철나무님 !
지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ㅎㅎ
삭제 수정 댓글
2006.05.24 14:19:44 (*.252.104.91)
사철나무
사람의 개성에 따라
세월의 "색깔"이 다르겠죠
고우님! 감~사 *^.^**
댓글
2006.05.24 23:18:14 (*.176.172.122)
반글라
글을 읽고 반성 좀 해야겠네요.
우리집에서도 아내가 염색을 시작한지는
몇년전 부터였는데...

늘~ 염색은 딸애가 도맡아서 했었죠.
나는 그냥 별다른 생각없이 무덤덤하게
바라보기만 했을뿐 이었답니다.

저 많이 변하게 해버린 머리카락 속에는
내자신이 저렇게 하얗게 만든 부분도 분명
있었을 것인데 말입니다.

오늘부터 반성 좀 하렵니다.

댓글
2006.05.24 23:26:16 (*.87.197.175)
빈지게
세월은 늙지 않는데 우리만 늙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요즘에 머리 염색을 시
작 할 단계가 되었다고 판단을 하는데 아
직까지는 안하고 있습니다.
염색을 하기 시작하면 더 서글퍼질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버틸데까지 버텨보자는 생
각으로 말예요.ㅎㅎ
댓글
2006.05.25 00:42:15 (*.36.158.133)
cosmos
저도 염색을 합니다.

세월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은 멋을 내긴 위한 목적으로
들여보는 칼라이긴 하지만...

매우 공감하는 글입니다
그리고 아내사랑이 몹시 부럽습니다 古友님....^^


댓글
2006.05.25 00:53:44 (*.248.153.210)
尹敏淑
古友님!!
나이를 먹어가는 징조가 제일먼저 나타나는걸
느끼는게 흰머리가 하나둘 생길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엔 어찌 서글프던지
죄없는 이슬이만 비웠지만
지금은 자연의 섭리대로 받아들인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안스러워하고 마음아퍼하는 가족이 있기에
그래도 살맛나는게 아닐까요.

이제 돌이킬수없는
세월앞에서 어쩌겠어요.
나이들어가면서 원숙미로 살아야겠지요.

고운꿈 꾸세요^^*
댓글
2006.05.25 01:31:08 (*.92.8.132)
구성경
여자들 흰머리는 좀 그렇지만 남자분들 머리가 약간씩 희끗희끗해질때
전 보기가 참 좋던데요. 제가 별난가요?
흰머리도 주름진 얼굴도 염색과 성형으로 바꿀수 있는 세상이지만,
마음의 넉넉함은 바꿀수 없잖아요.
그 넉넉함은 중년이 되어야 나올수 있으니 모두 힘내십시오.
댓글
2006.05.25 09:50:45 (*.2.66.183)
우먼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이런 느낌들이 가슴에 와락 밀려 오겠지요?ㅎㅎ
힘 내세요. 홧~~~~~~~~팅....
댓글
2006.05.25 10:24:00 (*.232.69.64)
古友
반글라님,

아마도, 일부분은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

반성 씩이나요 ? ㅎㅎ
그냥, 조용히 있어 주면서, 커피 심부름만 좀 해 주세요 ㅎㅎㅎ
댓글
2006.05.25 10:27:42 (*.232.69.64)
古友
빈지게님,
제가 염색을 하게 된지 벌써 5년 되는 듯 합니다. - 미루고 미뤘다가, 돌아 댕기는 직업상
업무에 지장 없으면, 저도 가능한한 안하고 싶습니다.
최대한 버텨 주세요, 아쟈 ㅅ~ !
댓글
2006.05.25 10:36:02 (*.232.69.64)
古友
cosmos 님 !
'멋'을 위한 염색은
참 즐거운 것이겠지요. 부러버라 ~~

'아내사랑 ...' 모든 남편들, 아저씨들은 다 '아내사랑' 합니다. 저만 유별난게 아니고요
다른 이들은 진중하게 마음에만 담고 있을 뿐.
'사랑' 이란 것도, 말로 표현되는 순간 많이 희석이 되어 지는 듯 ㅎㅎㅎ

cosmos 님,
'멋 있는' 날들 꼭 되십시오.
댓글
2006.05.25 10:40:51 (*.232.69.64)
古友
장태산님 !

말씀대로, 자연의 섭리를
있는대로 받아 들이고 그에 조화될 줄 아는 '원숙미' 가 정작에
우리 삶에 필요한 것 이겠습니다.

굳이 표시는 내지 않아도,
"안스러워 하고 마음으로 같이 아파 하는 가족" 들이 있지 않습니까 !

일간, 비라도 오면 더욱 장태산 가기가 좋을건데요 ㅎㅎㅎ ㅎㅎㅎ
댓글
2006.05.25 10:39:24 (*.232.69.64)
古友
구성경님,
그 사람의 중후한 경륜이 언뜻 언뜻 내비치는 희끗희끗한 머리 !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 속은 별로 중후하지 않아도요 ㅎㅎㅎ

말씀대로, "마음의 넉넉함" 이라도
제대로 갖추어 보자고, 늘 마음 다지는 시절 입니다.

아름다운 말씀, 감사 합니다.
댓글
2006.05.25 10:42:52 (*.232.69.64)
古友
슈퍼우먼 님,

슈퍼우먼의 힘을 좀 실어 주세요 ~~
"슈퍼맨 2" 에선가 ? 슈퍼맨은 시간도 뒤로 돌리 두만요 ㅎㅎㅎ

아쟈~~~ㅅ !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125617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137405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154450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155014  
1472 국보 1~100호 2
구성경
2006-05-25 1549 2
1471 나이에 대한 호칭 2
구성경
2006-05-25 1493 9
1470 사랑이다. 6
우먼
2006-05-25 1441 2
1469 오월은 왜 이리 푸르더냐 3
고암
2006-05-25 1545 4
1468 -----맨 밥---- 9
모베터
2006-05-25 1617 2
1467 집근처 공원 산책 하는길에^^* 2
전소민
2006-05-25 1628 3
1466 소가죽북/손택수 6
빈지게
2006-05-25 1658  
1465 새벽, 정동진에서/김예강 3
빈지게
2006-05-24 1613 11
1464 행복/김용관 4
빈지게
2006-05-24 1484 6
1463 비우는 만큼 채워지고 11
사철나무
2006-05-24 1619  
세월은 염색이 안된다 19
古友
2006-05-24 1462 2
1461 사라져간 옛것들 9
구성경
2006-05-24 1577 5
1460 그는 떠났습니다 4
하늘빛
2006-05-24 1554 4
1459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9
古友
2006-05-23 1636 7
1458 들꽃 언덕에서........ 11
尹敏淑
2006-05-23 1609 5
1457 어느 직장인의 기도문/펌 4
김남민
2006-05-23 1512 2
1456 ★고시조 50수★ 5
구성경
2006-05-23 1440 5
1455 morning coffee 5
디떼
2006-05-23 1621 5
1454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6
하늘빛
2006-05-23 1587 7
1453 옷깃 24
cosmos
2006-05-23 1680 14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