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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딸과 어머니가 사는 셋방은 둑방가에 있었다
어머니가 다니는 시멘트 벽돌찍어내는 공장이 가까이에 있어서 이사한곳이었다


딸은 전에 살던 산동네 보다도 그곳이 좋았다
봄이면 둑방에 올라 네잎클러버를 찾으면서 놀았고
여름이면 질펀하게 피어나는 달맞이꽃을꺾으면서 놀았다


한가지 흠이라면 비가올때마다 집안으로 빗물이 넘쳐흘러들기때문에
옷보퉁이를 싸는일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해뜨기전부터 일터로 나가곤했다
새벽밥을 해서 몇숟갈들고 일터로 나가 머리로 시멘트 벽돌을 이어서 차에 실어주는 일을 했다


어떤날은 먼데 있는 아파트 건설현장까지 날라다 주기도 했다
그리고는 밤이늦어 새끼줄에 연탄 몇장을 꿰어 들고 오기도 했고


봉지 쌀을 사고 안고 오기도 했다
그해에는 장마가 일찍들이 다쳤다
그런데 장마보다도 더큰걱정거리가 모녀에게 찾아왔다



시멘트 벽돌공장 주인이 빛에 쪼들려 밤사아에 도망가 버렸다는것이다
어머니는 일터를 바꾸었지만


그동안의 품삯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늘끼니를 걱정했다
그러나 딸의 학교만은 절대쉬어선 안되다며.꼬박꼬박 납부금을 대주었다


그날도 어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을 지었다
그리고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도시락을 둘을 쌌다



딸은 그날이 마침 당번이어서 도시락을 엄마보다먼저 챙겨 들고 집을 나왔다
그날 넷째 시간은 체육시간이었다


그렇게 체육이 넛째시간인날은 셋째시간이 끝나자마자 도시락을 먹어치우는 학생이 많았다
딸도 당연히 도시락을 풀었다


그런데 도시락뚜껑을 무심히 열던 딸은 황급히 도시락뚜껑을 닫아 책상속에 밀어넣고
밖으로 나왔다 목아 말라서 수곳가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


물은 그대로 눈물이되어 버렸는지 눈으로 펑펑 쏟아져 나왔다

딸은 체육선생님한테 몸이 아프다고 꾸며대고는 내내 운동장가의 잔디밭에 앉아 있었다


모처럼 갠푸른하늘이 그렇게 슬픈것은 그때 처음 알았다
딸은 이내 교문을 헐레벌떡 들어오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손에는 일터로 들고나간 딸의 것과같은 작은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딸은 어머니가 도시락을 바꾸어 가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도


얼른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다
딸은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그쳐지지 않는 울음을 울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도시락에는..
하얀 행주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펌)





            


This Little Bird /Marianne Faitfull
댓글
2006.06.20 12:23:52 (*.232.69.64)
古友
이제하 님이 - 시인, 화가. "모란동백"을 작사 작곡, 노래까지 ...
가장 좋아 했다는 "Marianne Faitfull " , 그리고 This little bird !
이 글과 너무도 적절히 조화 됩니다.

'보이지 않는' 어버이의 '정'을
왜 이리 감박 깜박 까먹고 사는지요 ...

어머님, 거의 완쾌하신듯 합니다.
이제, 한시름 놓으시겠군요.
댓글
2006.06.20 19:22:06 (*.92.7.149)
구성경
古友님! 님들의 염려로 퇴원하셨구요.
이제 7월 1일 깁스 풀고 난 뒤 걷기 연습을 많이
하셔야 하겠지만 괜찮답니다.
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6.20 21:04:09 (*.2.66.183)
우먼
가슴이 뭉클~~
눈물 찔금 짤끔 ....

감사 합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6.20 22:02:53 (*.120.143.44)
사철나무
우리들의 어머니는
저렇게 어렵고 힘들게 살았지요

그시절에는 모든게 풍족하지 못해
배 골아가며 우리 어머님들이 살았어요

어머님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다시한번 어머님의 사랑이 문뜩 떠오르네요
감~사 해요 *^.^** 어머님의 하늘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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