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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6.06.25 10:14:31 (*.243.132.49)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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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지역
     정경미


 굴피집 처마 끝에서 포크레인이 홰를 친다

 노란 살수차가 산동네의 새벽을 깨우며

 을씨년스런 거리를 적신다


 콘크리트 더미에서 요란하게 터져 나오는

 철지난 전화부가

 다이얼을 돌리며 안부를 묻는 동안

 재개발 택지 분양 프랭카드는

 부푼 몸을 날리는 햇살에 눈을 뜬다


 비닐 하우스의 골담초는

 봄을 기다리며 세간들을 살피고

 떠도는 개똥지빠귀새 추운 어깨에

 살풀이구름이 내려앉는다


 찢긴 연체료 고지서가 수화를 건네며

 검은 입술에 묻은 상처를 펄럭이고

 왼쪽 어깨가 밀려나간 외등이

 백밀러 속으로 뒷걸음질 친다


 멈춰버린 괘종시계는 언제나

 뜨거운 한낮에도 저무는 하늘을 가리킨다


 팽팽한 오후가 하수도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골목길은 말 잔등처럼 출렁거리며

 어두운 길목에서

 희미한 등불을 켜고 있다






댓글
2006.06.26 10:57:35 (*.159.174.197)
빈지게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사진작품과 아름다운
시 감사합니다. 저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떠
나는 모습을 상상하면 괜히 마음이 찡해지는
것 같아요.^^*
댓글
2006.06.27 06:04:57 (*.243.132.49)
방관자
감사 합니다.
경인 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친구의 글에,
옷을 입혀 봤읍니다.
아직 컴 초보라서 친구의 글에 누가되지 않을지,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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