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8.03 21:06:04 (*.243.128.61)
1517
1 / 0


                                        
                        
                
                





    "어머니의 가을"

    딸 셋 아들 셋을 둔 여자는
    봄마다 참깨 씨를
    앞가슴 같은 텃밭에 자식처럼 뿌렸다.
    오뉴월 볕 살에 찔려 익어 가는 푸른 별들
    여름 시작부터 가을 설핏 해 질 무렵까지
    참깨 털이는
    동 서로 뜀박질하듯 툭툭 터져 나갔다
    추수 끝나 비틀어진 깻단 들을
    양지바른 툇마루에 올곧게 세워 말려
    곳간에 祖王神 (조왕신)섬기듯 고이 모셨다.
    자식들 대처로 유학 가는 날 아침이면
    까만 젖꼭지처럼 마른 꼬투리 깻단을
    燒紙(소지)처럼 사뤄 지은 밥을 먹여 보낸 후
    왼 종일 두 손의 지문 지우며 애간장을 태웠다.
    더운 밥상가에 모여 앉은 식솔들
    피어오르는 뽀얀 김이 목젖을 삼키는 동안
    아랫목에 묻어 두었던 여인의 간절함
    탯줄에 묶여 애틋한 불씨로 피어올랐다
    무르익은 깨 알맹이 밥숟갈 끝에서 일렁일 때
    흰 머리칼 날리는 쓸쓸한 눈가에
    배추나비 떼지어 날아 올랐다
    가슴에 精恨(정한)으로 돋은 별
    여든 평생 장지문 쪽으로 귀 세워 노루잠 자고
    휘어진 등뼈 마디마디 깨꽃이 하얗게 쏟아졌다.






        
        



                
                                
                        

                
댓글
2006.08.05 01:13:49 (*.87.197.175)
빈지게
방관자님!
저도 어릴때 어머니께서 들깨나 참깨를
털때 많이 도와드렸었는데 참 쉬운일이
아니다는 것을 체험 했습니다.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8.05 11:07:10 (*.239.184.67)
윈스톰
감미로운 음악과 글 가슴에 젖어듭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128250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40025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57159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57751   2013-06-27 2015-07-12 17:04
1852 ♣ 청포도 ♣ 10
간이역
1182 13 2006-08-04 2006-08-04 10:15
 
어머니의 가을 <정 경미> 2
방관자
1517 1 2006-08-03 2006-08-03 21:06
"어머니의 가을" 딸 셋 아들 셋을 둔 여자는 봄마다 참깨 씨를 앞가슴 같은 텃밭에 자식처럼 뿌렸다. 오뉴월 볕 살에 찔려 익어 가는 푸른 별들 여름 시작부터 가을 설핏 해 질 무렵까지 참깨 털이는 동 서로 뜀박질하듯 툭툭 터져 나갔다 추수 끝나 비틀어진 ...  
1850 세월은 아름다워/유안진 2
빈지게
1398 8 2006-08-03 2006-08-03 13:45
 
1849 8월에는/이향아 1
빈지게
1528 12 2006-08-03 2006-08-03 11:57
 
1848 아침 이슬 1
고암
1188 10 2006-08-03 2006-08-03 10:19
 
1847 고독하다는 것은 7
달마
1475 6 2006-08-02 2006-08-02 22:20
 
1846 8월/이외수 4
빈지게
1542   2006-08-02 2006-08-02 00:40
 
1845 백일홍 편지/이해인
빈지게
1381 5 2006-08-02 2006-08-02 00:22
 
1844 그 바다에 가고싶다 2
소금
1556 1 2006-08-01 2006-08-01 14:09
 
1843 흙 속의 풍경/나희덕 4
빈지게
1273 7 2006-08-01 2006-08-01 12:59
 
1842 매미의 절규 2
포플러
1524 14 2006-07-31 2006-07-31 21:24
 
1841 새 이름 ... 4
더워서
1412 1 2006-07-30 2006-07-30 18:18
 
1840 彷 徨 1
바위와구름
1607 1 2006-07-30 2006-07-30 14:45
 
1839 믿고 살아야 15
우먼
1443 8 2006-07-29 2006-07-29 16:27
 
1838 힘겨운 선택 2
김미생
1616 11 2006-07-29 2006-07-29 13:26
 
1837 바람편에 보낸 안부/윤보영 4
빈지게
1443 5 2006-07-29 2006-07-29 11:48
 
1836 친구들/류정숙 1
빈지게
1524 9 2006-07-29 2006-07-29 10:56
 
1835 꿈, 견디디 힘든/황동규 4
빈지게
1614 1 2006-07-29 2006-07-29 10:31
 
1834 기도/김옥진 8
빈지게
1413 1 2006-07-28 2006-07-28 00:29
 
1833 한국의 명승지 (名勝地) 3
보름달
1557 9 2006-07-27 2006-07-27 23:57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