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9.09 22:24:33 (*.87.197.175)
1216
10 / 0

 


 


 


 



쓸쓸함이 따뜻함에게/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춘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 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 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 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대래눈
저너기 떡취 얼러지 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2006.09.09 23:45:26 (*.231.165.201)
An


가을을 느끼려면
가슴에 젖어드는
가을 바람 속을 걸어 들어가라

thanks 칭구~
댓글
2006.09.10 11:25:02 (*.87.197.175)
빈지게
An칭구!
칭구가 좋은 길을 가르쳐 주는군.ㅎㅎ
잘 아라써!!
편안한 휴일 보내시길...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112295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123729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14068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141252  
2552 멋진 골프 8
An
2007-06-23 1073 12
2551 여름날의 기도 /문병란 8
빈지게
2007-06-23 1431 3
2550 어느 여름 5
부엉골
2007-06-23 1075 2
2549 모닝커피 한잔 6
빛그림
2007-06-22 1474 2
2548 너를 생각하면 3
김미생-써니-
2007-06-22 1077 3
2547 홀로 가는 길 / Lermontov 14
An
2007-06-22 1078 12
2546 외 도 2
숯고개
2007-06-21 1276 5
2545 장마 7
부엉골
2007-06-21 1502 3
2544 낡은 타이어 11
우먼
2007-06-20 1180 4
2543 * 水菊의 여름 9
Ador
2007-06-19 1425 5
2542 컴퓨터 유머 15
尹敏淑
2007-06-19 1113 3
2541 하지 볕 4
부엉골
2007-06-19 1502 2
2540 못 채운 일기 4
늘푸른
2007-06-18 1074 2
2539 가슴 싸하던 날 6
부엉골
2007-06-18 1499  
2538 요즘 소리없이 유행하는 말 10
프리마베라
2007-06-17 1227 1
2537 임 생각 1
바위와구름
2007-06-16 1041 11
2536 * 무제 90 3
Ador
2007-06-15 1481 9
2535 * 무제 103 2
Ador
2007-06-15 1435 11
2534 우리 만나는 날 6
부엉골
2007-06-15 1422 2
2533 ♣ 영혼의 눈물 ♣ 1
간이역
2007-06-15 128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