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https://www.poem5351.com.ne.kr그대 사람이 그립거든/李相潤


그대 사람이 그립거든
가창댐 길목에 서 있는 유황 오리집으로 가 보아라
오늘처럼 하늘에서 흰 눈이 잘게 잘게 내리는 날
바쁘지 않게
그 집에 가 본 사람은 알리라

소나무를 잘라서 만든 둥근 식탁에
어깨가 따뜻한 원탁의 기사들처럼 둘러앉아서
마늘과 버섯을 곁들여 오리 고기를 굽거나
지붕으로 내리는 맨발의 눈 소리를 들으며
한 때나마 눈처럼 녹아 너에게 가 닿기 위하여
오늘 여기 모여 있는 우리들의 사랑이
얼마나 희고 깨끗한가를

옛날 가마솥에 구멍을 뚫어 만들었다는 솥 난로에는
연기도 없이 아득히 소나무 장작불이 타오르고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실내를 저음으로 채우며 흘러가는 유행가 가락에
생의 먼 날도 한 번쯤 그리워하게 되리

그러다가 문득 문소리 나거든
아무라도 가만히 고개 들고 한 번 바라보아라
누가 지금 막 산에서 내려온 한 그루 푸른 소나무나
눈이 맑은 산새처럼
어깨에 묻은 눈을 툭툭 털며 들어오는가를
여기 오는 사람 치고 어디 사람 아닌 사람이
하나라도 섞여 있는가를

그대 사람이 그립거든
가창댐 길목에 서 있는 유황오리집으로 가 보아라
맛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고 사람에 젖어 울고 있을 때
땀내 나는 손으로 가만히 네 어깨 두드리며 다가와
맑은 오가피주 한 잔 권해 주는 이 있다면
아아 우리는 모두가 눈 내리는 날의 순한 짐승이 되리
사람이라는 이름 고운 짐승이 되리

https://www.poem5153.com.ne.kr

댓글
2007.02.27 02:50:39 (*.159.84.236)
An
    에효~
    그리버라..^^;;

    thanks lot!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139772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51736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68743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69442   2013-06-27 2015-07-12 17:04
2852 나와 잠자리의 갈등 5
민아
1105 1 2007-10-18 2007-10-18 10:02
 
2851 * 가을 단상(斷想) 2
Ador
1276 2 2007-10-17 2007-10-17 05:05
 
2850 화가 날때는 이렇게~~~ 1
데보라
1466 1 2007-10-16 2007-10-16 00:01
 
2849 * 늙운 소나무 아래에 서서 5
Ador
1492 1 2007-10-15 2007-10-15 13:21
 
2848 ♣ 중년의 외로움 ♣ 2
간이역
1546 1 2007-10-15 2007-10-15 04:07
 
2847 돈만 벌면 잘 살것 같지만 3
으정
1154   2007-10-14 2007-10-14 13:43
 
2846 가을 밤의 悲 歌 1
바위와구름
1480 4 2007-10-14 2007-10-14 13:21
 
2845 서른 강을 건너오니 4
민아
1109 2 2007-10-14 2007-10-14 10:33
 
2844 내가 여기에 오고픈 이유는... 5
달마
1268 1 2007-10-13 2007-10-13 22:57
 
2843 * 가을마다에 부치는 글 9
Ador
1349 3 2007-10-12 2007-10-12 20:47
 
2842 너를 만난 가을 14
cosmos
1503 7 2007-10-12 2007-10-12 12:47
 
2841 가을 사랑.. 2
1156   2007-10-12 2007-10-12 08:33
 
2840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기진호 4 file
빈지게
1476   2007-10-11 2007-10-11 21:07
 
2839 가을싸리는 연기를 내지 않는다/허만하 2 file
빈지게
1166 1 2007-10-11 2007-10-11 20:58
 
2838 ** 묻어버린 아품 ** 3
평정
1164   2007-10-11 2007-10-11 20:48
 
2837 여보! 등산 좀 자주 갑시다~ㅋㅋㅋ 4
미주
1155   2007-10-11 2007-10-11 09:57
 
2836 독수리는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 2
윤상철
1157 6 2007-10-11 2007-10-11 02:19
 
2835 * 젊은이여! 3
Ador
1510 2 2007-10-11 2007-10-11 00:42
 
2834 빈센트 반 고흐 미공개 수채화 한국에 있다 2
개똥벌레
1285 8 2007-10-10 2007-10-10 21:43
 
2833 아름다운 풍경 1
종소리
1287 5 2007-10-10 2007-10-10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