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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게
2007.10.21 00:04:40 (*.87.197.216)
1392



        어릴적 우리집 텃밭에는 아름드리 넓적 감나무 한 그루와  사립문 옆에  똘감나무 한그루
         가 있어 감이 많이 열리면 가지가 찢어질 정도여서 아래서 받쳐주어야 할 정도였다.  

         가을이 되어 홍시감이 익어가면  맛이 덜 들었어도 한 두개 따먹으며 배고픔을 달래기도
         하고 ,  제법 맛이 들때쯤엔 새끼줄을 길게 주전자나 양동이를 묶어  감나무에 올라가 가지
         에 매달아 놓고 먼 가지에 있는 홍시는 대나무 끝을 쪼개서 만든 간짓대를 사용해서 홍시를
         따고 가까운  위치에 있는 감은 손으로 따서 호주머니에 몇개씩 넣고 다시 양동이에 넣고 하
         면서 감을 따기도 하고,  감나무 아래에 있는 동생들한테 감을 던져주면 받기도 하면서 감을
         땄다.

         때로는 감나무에 올라가서 튼튼한 가지에 기대거나 겉터 앉아서  무려 10개가 넘게 홍시를
         먹고 했었는데  감홍시를 따서 감나무 위에서  여유있게 먹는  그 순간이야 말로 가을이 주는
         여유와 즐거움이 아닐 수 없었다.

          몇일전에 시골집에 가서  몇년전에 심어놓았던 단감나무 2그루에 올해는 홍시가  많이 생겨
         감나무에 올라가 홍시를 따면서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홍시를 먹는데 왜그리 맛이 있었
         는지 모른다.        

         이맘때쯤 늦가을이 되어 홍시가 많이 나오게 되면 그것을 따서 어머니께서는 우리들의 학비를
         보태기 위해 한접이 100개인데 10깨의 운수를 더 따서 꼭지를 가위로 예쁘게 잘라내고 하얀 양
         은 다라이에 차곡차곡 담아서 머리에 이고 집을 나서서  마을앞에서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 가끔
         오는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내다팔고 오셨는데 가을이면 감을 팔아서 상당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올 봄에도 시골집 텃밭에 감이 잘 열지 않아  베어낸 곳에 대봉 2그루와  곶감도 깎을 수 있
         는 일반감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 감나무에 감이 많이 열릴때 쯤에 내가 더 나이를 먹을 것을
         생각하면 씁슬하지만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ㅎㅎ          

         그래도 감나무는 우리들에게 달콤한 맛과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기쁨을 주는 푸짐
         하고 맛있는 과일이기에  또 봄이되면 적당히 거름도 주고 비료도 주면서 잘 가꾸려 한다.^^*

    
  
댓글
2007.10.21 15:08:28 (*.59.177.122)
간이역
profile
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아도 보이난다.
柚子(유자)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난. 품어 가 반기리(母) 업슬새 글노 설워 하나이다

소반 위에 놓인 홍시가 매우 곱게도 보인다.
유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몸에 품고 돌아갈 만도 하다마는,
(품속에) 품어 가도 반가워해 주실 분이(어머님) 없으므로 그것으로 인하여 서러워합니다...

박인로님의 早紅詩가 오늘따라 심금을 울리네여...
빈지게님! 감사합니다...
댓글
2007.10.21 04:17:46 (*.85.49.69)
cosmos
아름드리 넓적 감나무, 똘감나무...
생소한 이름이지만 참 정감이 가네요 빈지게님..

이젠 감도 직접 가져오시고
빈지게님 컴 실력에 놀라고 있습니다.^^

자식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홍시감을
정성들여 따서 읍내에 내다 파시던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
코끝이 찡해져 오네요 빈지게님.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2007.10.22 10:40:20 (*.204.44.4)
빈지게

간이역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아름다운 시 감사합니다.^^*
댓글
2007.10.22 10:45:13 (*.204.44.4)
빈지게


cosmos님!
잘 지내시죠? 님이 계시는 곳에도
가을 이 찾아왔나요?ㅎㅎ
저만큼 컴실력 없는 사람도 없을겁니다.
그냥 사진만 올렸을 뿐이예요.ㅎㅎ

우리들 어린 시절에는 참 힘겨운 생활이
었지요. 어려운 생활을 참고 이겨내면서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시고 노력하신 부모
님들과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오늘 우리는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감사해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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