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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7.10.22 13:09:07 (*.25.245.47)
1107
2 / 0

 

며느리를 시집보낸 퇴계선생

 

퇴계선생의 맏아들이 21 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한창 젊은 나이의 맏며 느리는 자식도 없는 과부가 되었다.
퇴계 선생은 홀로된 며느리가 걱정이었습 니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젊은 며느리가 어떻게 긴 세월을 홀로
보낼까?'

그 리고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집이나 사돈집 모두에게 누(累)가 될 것이기에,
한밤중이 되면 자다가도 일어나 집안을 순찰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밤 ,  집안을 둘러보던 퇴계선생은 며느리의 방으로부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퇴계 선생은 얼어 붙는 것 같았습니다.
점잖은 선비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며느리의 방을 엿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며느리 가 술상을 차려 놓고  짚으로 만든 선비 모양의 인형과 마주앉아 있는 것이 었습니다.
인형은 바로 남편의 모습이었다.

인형 앞에 잔에 술을 가득 채운 며느리는 말했습니다. "여보, 한 잔 잡수세요."

그리고는 인형 을 향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남편 인형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며느리..한밤중에 잠못 이루고 흐느끼 는 며느리.퇴계 선생은
생각했습니다.

'윤리는 무엇이고 도덕은 무엇 이냐?
젊은 저 아이를 수절시 켜야 하다니.........
저 아이를 윤리 도덕의 관습으로 묶어 수절시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인간의 고통을 몰라주는 이 짓이야말로 윤리도 아 니고 도덕도 아니다. 여기 에 인간이 구속되어서는 안된다.
저 아이를 자유롭게 풀 어주어야 한다.'

이튿날 퇴계 선생은 사돈을 불러 결론만 말했습니다 .
"자네, 딸을 데려가게 ."

"내 딸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잘못한 것 없네. 무조 건 데려가게."

친구이면서 사돈관계였던 두 사람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딸을 데리고 가면 두 사 람의 친구 사이마저 절연 하는것이기 때문에 퇴계선생의
사돈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안되네. 양반 가문에서 이 무슨 일인가 ?"

"나는 할말이없네. 자네 딸이 내 며느리로서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 는 아이지만 어쩔 수 없네.
데리고 가게." 이렇게 퇴계선생은 사돈과 절연하고 며느리를 보냈습니다.

몇 년후 퇴계선생은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날이 저물기 시작했으므로 한 집을 택하여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저녁상 을 받아보니 반찬 하나하나가 퇴계선생이 좋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더욱이 간까 지 선생의 입맛에 딱 맞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집 주인도 나 와 입맛이 비슷한가 보다.'

이튿날 아침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반찬의 종류는 어제 저녁과 달랐지만 여전히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만 올 라온 것입니다.

나의 식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이토록 음 식들이 입에 맞을까? 혹시 며느리가 이 집에
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퇴계선생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막 떠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버선 두 켤레를 가지고 와서
'한양 가시는 길 에 신으시라'며 주었습니다.  신어보니 퇴계선생의 발에 꼭 맞았습니다 .

아! 며느리가 이 집에 와서 사는구나.'  퇴계선생은 확신을 하 게 되었습니다.
집안을 보나 주인의 마음씨를 보나 내 며느리가 고생은 하지 않고 살겠구나.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짐작만 하며 대문을  나서는 데 한 여인이 구석에 숨어
퇴계선생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퇴계선생은 이렇게 며느리를 개가시켰습니다 .
이 일을 놓고 유가의 한 편에서는 오늘날까지 퇴계선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선비 의 법도를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윤리를 무시한 사람이다."
하지만 또다른 한 편에서는 정반대로 퇴계선생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퇴계 선생이야말로 윤리와 도덕을 올바로 지킬 줄 아는 분이시다.
윤리를 깨뜨리면서, 윤리를 지키셨다."며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

이런 훌륭한 분들이 이 나라의 선구자가 아닌지요?

 

 옮 김

 

댓글
2007.10.22 16:02:59 (*.202.158.74)
Ador
총무님, 좋은 글을 올려주셨군요~
윤리와 도덕에 대한 교훈을 배웁니다~

윤리와 도덕의 바탕은,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울타리를 그어 놓은거지요~
거기에다, 선비정신, 누구나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보편타당성에 조금의 희생을 얹은 대의명분......
이것이 선비 정신이지요~

흐믓하면서도, 애처로운 선비정신을 보았습니다~
댓글
2007.10.23 01:30:41 (*.25.245.47)
윤상철
Ador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런글은 좋아하시는 분이 별로 없을것 같아요
Ador님은 좋아 하실것 같아서 올려 봤습니다
혹시 제가 그랫으면
돌상놈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댓글
2007.10.23 11:03:57 (*.85.49.69)
cosmos
좋은글을 올려주셨네요.

요즘에도 퇴계선생같은 시아버지
만나기 쉽지 않은 세상인것을...

참으로 흐뭇한 글에
잠시 생각에 잠겨 보는 시간이였습니다.



댓글
2007.10.23 13:10:47 (*.5.77.112)
미주
profile
정말 귀한 글
잘 보고 갑니다~감사하고요
댓글
2007.10.23 17:55:04 (*.202.159.206)
Ador
ㅎㅎ 무슨 말씀을요~
며느리를 보게 되면, 청상의 슬픔을 같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마땅한 마음이지요~
어긋난 선비정신이 고집을 피우게하고, 며느리의 일생을 가문을 위해 희생 시켜온 걸,
자랑으로 여기던 시대였으니요~
아마, 총무님도, 그리하실거라 생각합니다~
댓글
2007.10.24 14:46:38 (*.204.44.4)
빈지게

따뜻하고 아름다답고 양심적인 퇴계선
생님의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 시절에 지금의 현대인 처럼 마음을
쓰셨군요.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행복한 가을날 보내세요!!
댓글
2007.10.25 00:39:32 (*.7.145.98)
sawa
감사합니데이
감사합니데이
감사합니데이
댓글
2007.10.25 15:31:58 (*.25.245.47)
윤상철
여러분들 이런글도 관심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SAWA님 한동안 바쁜거 좀 지니갔나 봅니다
갑자기 여유가 보입니다
모쪼록 먼곳에서
자나깨나 몸조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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