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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의 기러기 아빠들이여~

산이슬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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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를 한자로는 안(雁), 또는 홍(鴻)이라 하네. 기러기는 새들 중에서 자기 위치를 가장 잘 아는 것으로 유명하지. 가을에 끼룩끼룩 울며 질서정연하게 푸른 하늘을 날아갈 때 기러기는 V자 모양의 순서를 흩뜨리는 법이 없거든. 안행(雁行)이란 말이 그래서 생겼다네. 기러기 행렬처럼 인간도 형제간에 위치와 순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걸 높여 부르는 말이지. 기러기는 부부간 금실도 지극해서 암놈이 알을 품는 30여 일 간을 수놈은 자리를 뜨지 않고 보호한대. 암놈이 죽었을 때는 수놈이, 수놈이 죽었을 때는 암놈이 재가하지 않고 독신으로 여생을 마친다구. 기러기의 자식사랑은 유별나지. 야산에 불이 나 위기일발에 처했을 때 품에 안은 자식과 함께 타 죽을지언정 어린기러기 홀로 내버리고 도망갈 줄 모른다 하데. 흔히 부부애가 두터운 것을 원앙새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사실 원앙은 바람둥이고, 진짜 절개를 지키며 사랑하는 새는 기러기야. 그래서 전통혼례에서 목안(木雁)을 전하는 의식이 있었지. 옛날에는 아들을 둔 집에서는 기러기를 집 안에서 기르다가 아들이 장가 가는 날 기럭아범[雁夫]이 등에 지고 신랑 앞에 서서 갔다네. 이것이 불편하여 나중에는 조각하여 채색한 나무기러기로 대용하였지만, 기러기는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신랑이 신부의 양친 또는 친척 앞에서 신부와 백년해로의 서약을 할 때 전달하는데 이 식을 전안(典雁)이라 했어. 이런 습성 때문인지 기러기는 노래나 문학작품에서 인간사에 대한 비유로 자주 등장한다네. 기러기아빠(雁夫), 기러기엄마라는 말이 그래서 사용되었을 꺼야. 기러기아빠는 조기 유학 가는 아이들과 함께 아내마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 뼈 빠지게 일해 학비를 모아 보내는 자네들 같은 중년 가장이지. 21세기 한국교육의 파산을 풍자하는 말이 되었네. 얼마 전 아들딸과 아내를 외국에 보낸 한 아빠가 자살을 했다느만. 다른 곳도 아니고 자기 아버지의 묘소 옆 소나무에 목을 맸다는 거야. 유서에는 "조금 있는 자산은 처분해 처에게 보내주고, 자살했다고는 말하지 말라. 먼저 가서 미안하다." 고 적었대. 묘소 앞엔 소주병과 과일이 놓여 있었고, 자기를 낳고 키워준 아버지 앞을 이승을 떠나는 출발장소로 택해야 했던 그의 가슴에 담긴 말들이 어찌 유서의 그 내용 뿐이었겠는가. 자기위치를 지키며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다는 기러기의 미덕이 이렇게 우울하게 결말지어지는 우리네 현실이 무참하지 않은가. 그래도 힘 내시게. 예까지 온게 아깝지 않은가? 먹는 거 소홀하지말고... 참으로 슬픈 현실입니다. 너무도 높은 교육열 때문에 아빠들은 가족과 생이별을 하면서... 문득 멀리 호주에 두 자녀를 유학보내고 10년넘게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오랜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제홈 여기저기 퍼다가 옮겨놓은 그림들 그리고 음악 짜집기 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08년 7월 마지막날 너무덥고 갑자기 쓸쓸하여 잠못이루는 밤에 이슬이가 이땅의 모든 기러기 아빠들에게 이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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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2008.07.31. 02:10
산이슬님
글과 그림과 음악
다 이뿌네요
늦은밤까지 수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기대 됩니다
" 먹는 거 소홀하지말고... " 대목에서
찡~ 하군요
고이민현 2008.07.31. 06:43
눈에 이슬이 촉촉히 송글송글
맺침니다.
교육열로 인한 기러기 아빠,엄마가
생겨나는 가정이 하루 빨리 없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동행 2008.07.31. 07:21
산이슬님,

기러기


/시현



맑아서 차거운
가을하늘 쓸쓸하고
조각달은 하늘에 높다.


허옇게 쏟아지는
달빛에 뭉게구름 뒤척이고
푸른 물살이
소리도 없이 흐르는 밤


삶을 위한
차분한 질서 앞에서
힘겨운 날갯짓이
멀고도 높아라.


찬서리 가슴에 품고
울어대는 눈물로
어둠은 뜨겁게 타오르고


전설의 고향을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의 사랑이 애처럽다.
보리피리 2008.07.31. 08:50
이 달의 마지막 날,
이 글을 읽으면서 왜 이리도 허탈한지.
누굴 위해서
무얼 바라고들 저러는지 몰라.
평생 쌀 한 가마를 먹어보지 못하고
고구마만 먹고 출가한 어느 딸과 아들이
성공이랄 것도 없이 평범하게 나이 들어
어릴 적 살던 욕지도 그 섬으로 다시 돌아와
노부모 모시고 오손도손 사는 걸 보며
'저래도 되는데,
저만 하면 충분한데...'란 생각이 드는 것은
안목 좁은 내 푸념일까?
산이슬 글쓴이 2008.07.31. 13:59
윤 총무님!
늦은밤 접해있는 모습을 뵈었는데
제가 여기 문턱 닳도록 들락거리며
일하는걸 보셨군요 ㅎㅎ
찡~ 하지요?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것 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오는데~ 하물며
남자분들 혼자 때 거르는 일이 다반사 일겁니다.
산이슬 글쓴이 2008.07.31. 14:04
고이민현님!

<교육열로 인한 기러기 아빠,엄마가
생겨나는 가정이 하루 빨리 없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
아무리 기대해도 점점 늘어만 갈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지금 현실이 그러하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산이슬 글쓴이 2008.07.31. 14:07
히야~
동행님 ~ 또 줄줄... 아름다운 시어들이
마구마구 쏟아 지십니다요~
간략하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댓글로
다는것도 제겐 버거운데
참 부러울 뿐입니다..
느끼는건 비슷할진대 그걸 저렇게 멎지게
시한편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산이슬 글쓴이 2008.07.31. 14:10
보리피리님!

<'저래도 되는데,
저만 하면 충분한데...'란 생각이 드는 것은
안목 좁은 내 푸념일까? >
저도 그말씀에 동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슴 한켠에서 조금 더한 욕심이
생길거도 같내요~
아마도...모든 사람들이 조금 더..조금더
하고 욕심을 부린탓이 아닐까요?
햇빛농장 2008.08.12. 10:20
이 땅의 참교육이 실종되었다?
참 슬픈 현실이다.난 절대로 유학보내지 않을거다.가정이란 함께 꾸려나가야지요.
산이슬 글쓴이 2008.08.12. 18:09

햇빛농장님!
반가워요 이곳에서 인사 드립니다.
그래요 유학보내지 않을 수 있다면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지내는것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유학 다녀왔다고 다 성공하고 그러는건
아니더라구요
유학 다녀온 아이들 개중에는 적응못하고
나쁜길로 빠지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슬픈 현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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