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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8.11.07 12:29:45 (*.175.39.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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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나라)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 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입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城(성)과도 같습니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 합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합니다.

어느 때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합니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합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셋째는 말합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 없습니다”라고.
그는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넷째는 말합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갑니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내’들은 살면서 아내처럼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첫째 아내는 육체를 비유합니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합니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 못합니다.

셋째 아내는 일가 친척, 친구들입니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문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버릴 것이니까요.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뿐입니다.

[어두운 땅속 밑이든 서방정토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던
마음이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고요,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 다니던 밝고 환한 길이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죽고 난 뒤 보다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듯이
복은 스스로 지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남편이 미울 때마다 아내는
나무에 못을 하나씩 박았습니다.
바람을 피우거나 외도를 할 때에는
큰 못을 쾅쾅 소리나게 때려 박기도 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때리고 욕을 할 때에도
못은 하나씩 늘어났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남편을 불렀습니다.
"보세요, 여기 못이 박혀 있는 것을... 이 못은
당신이 잘못할 때마다 하나씩 박았던 못입니다."
나무에는 크고 작은 못이 수 없이 박혀 있었습니다.
남편은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남편은 아내 몰래
나무를 안고 울었습니다.
그 후 부터 남편은 변했습니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며 아꼈습니다.
어느 날 아내는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이제는 끝났어요. 당신이 고마울 때마다
못을 하나씩 뺏더니 이제는 하나도 없어요."
그러자 남편이 말했습니다.
"여보! 아직도 멀었소,
못은 없어졌지만 못자국은 남아 있지 않소?"
아내는 남편을 부둥켜 안고서
고마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댓글
2008.11.07 19:55:18 (*.105.214.122)
동행
고운 글에 마음을 내려놓고
침묵으로 출렁거려 본다.
인생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길목마다
훈장처럼 딱지 내려앉은 사랑이
고마운 눈물자국으로 얼룩지고
늙고 초라한 지혜로움은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한 가닥
실낱같은 아쉬움이어라.
너의 눈에서 세상을 보고
너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먼 길을 떠남도
빛바래가며 남겨짐도
연대기로 기록되어질 수 있겠다.
댓글
2008.11.07 22:12:34 (*.175.39.15)
보름달
지나가는 인생바람. 스쳐가는 나그네바람 지나간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동행님~ 언제나 머물고 가시는 걸음마다 맘에 닿는 글 살며시 두고
가주셔서 제 맘이 참 행복해집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2008.11.08 09:33:02 (*.27.111.109)
고이민현
有一 無二한 하나밖에 없는
마눌님을 넷째 마누라로
다시 호적 정정 해야겠네요.
아 !
세 여자는 얼굴도 모르는데.....ㅎㅎㅎ
댓글
2008.11.08 12:07:02 (*.175.39.15)
보름달
■ 增內<아내에게> ■
生爲同室親 (생위동실친)살아서는 한 방에서 사랑하고
死爲同穴塵 (사위동혈진)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리라
他人尙想勉 (타인상상면)다른 사람도 부부의 도를 지키는데
而況我與君 (이황아여군) 하물며 그대와 나는 더 할 나위 있겠는가 ?
黔婁固窮士 (검루고궁사) 검루는 가난한 선비였으나
妻賢忘其貧 (처현망기빈) 현명한 처는 가난을 잊었고
기缺一農夫 (기결일농부) 기결은 한낱 농부였으나
妻敬儼如賓 (처경엄여빈) 처는 그를 귀빈처럼 공경했고
陶潛不營生 (도잠불영생) 도연명은 생계를 못 꾸렸으나
翟氏自찬薪 (적씨자찬신) 부인 적씨는 스스로 살림 꾸렸고
梁鴻不肯仕 (양홍불긍사) 양흥은 벼슬살이 물리쳤으나
孟光甘布裙 (맹광감포군) 그의 처 맹광은 베옷에 만족했네
君雖不讀書 (군수불독서)그대 비록 책은 읽지 못했어도
此事耳亦聞 (차사이역문)귀로는 들어 알고 있으리라
至此千載後 (지차천재후)천년이 지난 오늘에
傳是何如人 (전시하여인) 그들이 어떠한 사람이라 전하는가를
人生未死間 (인생미사간)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있는 동안은
不能忘其身 (불능망기신) 육신의 존재를 잊을 수는 없어
所須者衣食 (소수자의식)배를 채우고 몸을 가리기 위해
不過飽與溫 (불과포여온)먹고 입어야 하지만
蔬食足充饑 (소식족충기)배 고픔은 나물로 때우면 그만이지
何必膏梁珍 (하필고량진) 어찌 기름진 음식이 필요하며
繒絮足禦寒 (증서족어한) 거친 솜옷으로 추위만 막으면 되지
何必錦繡文 (하필금수문) 어찌 비단 옷에 무늬가 필요하겠는가
君家有貽訓 (군가유이훈) 그대 집에 내려오는 가르침에도
淸白遺子孫 (청백유자손)청렴결백을 자손에게 전하라 하였으니
我亦貞苦士 (아역정고사) 나 또한 고지식한 선비로서
與君新結婚 (여군신결혼)그대와 부부가된 이상에는
庶保貧與素 (서보빈여소)모쪼록 가난과 소박함을 지키어
偕老同欣欣 (해로동흔흔)기쁜 마음으로 부부 해로하리라

댓글
2008.11.09 20:38:47 (*.175.39.15)
보름달
나를 선택해준 당신의 그 마음이 사랑스럽고
의연히 삶에 대처해 가는 그 용기가 더욱 사랑스럽고
아무리 잊으려고 애써도 떠오르는 그모습이 사랑스럽고
내뜻을 존중하려는 당신의 겸손함이 사랑스럽고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믿어주고 도와주는 당신의 격려가 사랑스럽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당신의 무던함이 사랑스럽고
지치고 힘들 때에도 자신보다 나를 위로하는 그 따뜻함이 사랑스럽고
막간을 이용하여 나를 웃기려는 애교 섞인 그 목소리가 사랑스럽고
희망이 없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당신의 의지가 사랑스럽고
망설이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미는 그 앙증맞은 입술이 사랑스럽고
고객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당신의 마음 씀씀이가 사랑스럽고
의롭지 않은 일에 분노하는 당신의 순수함이 사랑스럽고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에 행복해 하는 당신의 미소가 사랑스럽고
복이 많을 것 같은 당신의 그 얼굴이 사랑스럽고
이른 아침에 나를 깨우는 당신의 그 따뜻한 손길이 사랑스럽고
영원히 나와 함께 가려는 당신의 끈기가 사랑스럽고
원망할 때도 내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당신의 배려가 사랑스럽고
하루 종일 나만을 기다려도 행복해 하는 당신의 알 수 없는 인내심이 사랑스럽고
소리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을 적시는 당신의 그 은은함이 사랑스럽고
서운한 일이 이써도 내색하지 않고 돌아서 소리 없이 우는 당신의 그 작은 몸짓이 사랑스럽습니다.

고이민현님~ 이렇게 서로의 반쪽에게 고마워 하며 살아야 하는게 진정한 부부가 아닌가 합니다.
발자국 남겨주시고 가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2008.11.08 18:44:54 (*.2.244.224)
여명
보름달님 아름다운 이야기에...
또한 진정한 아름다운 부부예찬론에....
지독히 좋아하는 노래와 곁들여...ㅎㅎ
고맙습니다.
댓글
2008.11.09 19:19:15 (*.67.120.107)
부산남자
사람을 아름답게하는
좋은 글이군요

좋은 글 한참이나 머물다
갑니다.
댓글
2008.11.09 20:54:30 (*.175.39.15)
보름달
여명님~ 제가 20살무렵 청춘이란 노래가 나왔답니다. 그때 듣고는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즐겨 부르고 좋아하는 노래이지요. 여명님도 지독히 좋아 하신다니
제 맘이 행복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맘 전해주고 가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빈마음, 그것은 삶의 완성입니다

빈 방이 정갈합니다.
빈 하늘이 무한이 넓습니다.

빈 잔이라야 물을 담고, 빈 가슴이래야
욕심이 아니게 모든 것을 안을 수 있습니다

비어야 깨끗하고 비어야 투명하며,
비어야 맑디 맑습니다
그리고 또 비어야만 아름답습니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빈 마음이 좋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비워지지 않아서 산다는 일이
한없이 고달픈 것입니다.

터어엉 빈 그 마음이라야 인생의
수고로운 짐을 벗는다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라야만 당신과 나 이해와 갈등의
어둠을 뚫고 우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빈 마음, 그것은 삶에 완성입니다.
댓글
2008.11.09 20:58:21 (*.175.39.15)
보름달
부산사또님~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고 느끼신 님의 글에
가슴안쪽에 행복감이 듭니다. 글 올리고 난 뒤에 님들의 맘에
조그마한 기쁨이라도 줄수 있는걸 알게 되면 즐겁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흔적 남겨 주고 가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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