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눈이 없는 엄마』
우리 어머니는 한쪽 눈이 없다. 난 그런 어머니가 어린 마음에 너무 싫었다. 너무 밉고 쪽 팔리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는 시장에 조그마한 장사를 하셨다. 그냥 나물이나 약초나 여러가지를 닥치는 대로 캐서 파셨다. 난 그런 어머니가 정말 창피했고 싫었다.
초등학교 어느 날이었다. 운동회 때였는데 엄마가 그때 하필이면 학교로 오셨다. 나는 너무 창피해서 그만 학교에서 무턱대고 뛰쳐나왔다. 그냥 단지 창피해서 였다. 엄마가... 한 쪽 눈이 없는 엄마가....
다음 날 학교에 등교를 해서 교실에 들어오는데 여러 아이들이 나보고 "너네 엄마는 한쪽눈이 없는 병신이냐?"라고 놀렸다. 그때 당시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내가 놀림거리가 된 이유인 엄마가 그냥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왜 엄마는 한 쪽 눈이 없어? 진짜 쪽팔려서 죽겠어." 그 때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다. 조금 미안하단 생각을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해서인지 속은 후련했다. 엄마가 아무말도 하지 않으셔서 그런지 나는 그렇게 엄마가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가 보다하고 생각하였다.
그 날 밤이었다. 잠에서 깨어 입이 무척 텁텁하여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엄마가 숨을 죽이며 식탁에 앉아 울고 있었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냥 바라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까 한 말 때문에 어딘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도 한 쪽 눈으로 우는 엄마가 너무도 싫었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커서 성공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머리가 커진 후 나는 악착같이 공부했다. 엄마 곁을 떠나 서울로 상경하여 정말 악착같이 공부했다. 정말로.... 그렇게 공부한 결과 나는 서울대 의대를 합격했다. 장학금까지 학교에서 4년간 다 받으며 그렇게 엄마라는 존재를 잊으며 하루하루 살아갔다. 결혼을 했다. 내 집도 생겼다. 아이도 생겼다.
이제 나는 정말 엄마를 잊으며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겠구나하며 즐겁게 살아갔다. 엄마 생각이 나지 않아 좋았다. 이 행복이 깊어갈 때 쯤이었다.
바쁜 직업때문에 그런지 오래간만에 집에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일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었다. "누구야? 젠장!"
엄마였다. 여전히 한쪽눈이 없는 채로 내 집은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듯했다. 어린 딸아이는 무서워서 도망을 갔고 아내는 언청을 높이며 누구냐고 물었다.
결혼하기 전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그래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 아줌마는 누군데 우리집에 와? 이거 주거침입죄야! 빨리 안나가면 고소하든가 경찰서에 신고하든가 할테니까 빨리 꺼져!" 그러자 엄마는 "죄송합니다. 제가 아들찾으러 왔는데 잘못찾아온 모양이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 이 말을 하곤 묵묵히 사라지셨다. "역시 날 몰라보는 건가?" 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이대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어느 날, 집에서 동창회가 열린다는 편지가 왔다. 그 때문에 아내에게 출장을 핑계대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동창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려는데 귀신에 홀린 듯... 궁금한 마음에 잠시 옛날 집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그 집으로 갔다.
그런데 엄마가 쓰려져 계셨다. 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엄마의 손에는 꼬깃꼬깃한 종이가 들려있었다. 그 글을 읽어보았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아라. 엄마는 이제 살만큼 살은 것 같구나. 그리고 이제 다시 서울에 가진 않을 께. 그러니 니가 가끔씩 찾아와 주면 안되겠니? 엄마는 니가 너무 보고싶구나. 엄마는 동창회 때문에 니가 올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뻤단다. 하지만 학교에 찾아가지 않기로 했어. 너를 생각해서 말이다. 그리고 한쪽 눈이 없어서 정말 미안하다. 어렸을 때 니가 교통사고로 한 쪽눈을 잃었단다. 난 너를 그냥 볼수가 없어서 그래서 내눈을 주었단다. 그 눈으로 엄마 대신 세상을 하나 더 봐주는 니가 너무 기특했단다. 니가 나에게 가끔씩 짜증을 냈던건 날 사랑해서 그런거라 이 엄마는 생각했단다. 평생 좋은거 하나 못해줘서 이 엄마는 정말 미안할 따름이란다. 아들아 내 아들아 이 머저리 같은 어미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 해도 너는 신경쓰지 말고 니 하나뿐인 인생을 살아라. 이 어미가 마지막으로 부탁하는 말이다. 사랑한다 내 아들...
갑자기 알 수 없는 게 내 마음 한쪽을 조여왔다. 어머니께서 주신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 사랑하는 내 엄마 사랑한다는 말! 한번도 못해드리고 좋은 음식 못 사드리고 좋은 옷 입혀드리지도 못했는데 어머니께선 날... 죄송합니다. 엄마가 눈병신이 아닌... 제가 눈이 ...
이제야 모든 사실을 안 이 못난 놈...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제야 모든 사실을 알고 뒤늦에 후회를 하는 이 못난 놈... 어머니 용서해 주십시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껏 한 번도 들려 드리지 못한 말...............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남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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