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다가...
아무리 마음의 울타리를 수리해 나가도
그녀가 열고 싶을때만 열고
닫고 싶을땐 냉큼 닫아버리게
열쇠를 꼭 쥐고 있으려 해도
그대는 번번이 부드럽게 그 열쇠를 내놓으라 한다.
서로가 따뜻한 정도로만 기대고
사랑이든 애정이든 데지 않게
조심조심 다가가고 싶었는데......
그는 전부를 걸 마음도 없으면서
다가왔다고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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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해도 돼요?"
저도 모르게 나온 속삭임.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더니 건이 복잡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웃었다.
"나한테 하는 말? 안 돼요."
진솔이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가 그녀에게로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 내가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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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랑하는 게 정말 힘들면… 사랑하지 말아요.
내가 당신한테 아무 위로도 못 됐다는 거 아니까.
도망가지만 말아요. 내 인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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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어머니가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노래들..
언젠가 진솔은 텔레비전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아바특집 다큐멘터리를 녹화한 적이 있었다.
비요른과 아네타, 메니와 프리다. 두쌍의 부부 커플로 이루어진
스웨덴 출신 아바는 그들이 이혼을 하면서 자연히 그룹도 해체되었다.
그 후 세 사람은 각자 솔로 활동을 활발히 했지만,
아네타는 언젠가부터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바의 추억을 돌이키기 싫어 그 시절 자신의 음반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아네타를 인터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녀는 끝내 거절했다.
진솔은 아네타가 좋았다.
저 맑은 음색,사랑이 끝나면 노래도 끝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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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당신 사랑해요.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몰라요.
그럴지도요. 하지만 내 마음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 마음이.. 당신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이런 마음이,
사랑일 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대답할게요. 난.. 사랑이 뭔지 이제 잘 모르겠어.
내 마음 들여다보는 일이 이젠 익숙하지가 않아요.
기다릴게요. 당신 감정 알게 될때까지. 길게는 아니고짧으면 몇 달,
길어도 많이 길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나, 정리할 수 있어요. 오래는 안 걸려요.
당신이 힘들잖아. 그런건.
내 몫이니까. 괜찮아요. 내가 감당할 부분이니까.
좋은사랑할거에요.
사랑해서슬프고
사랑해서아파죽을것같은거말고
즐거운사랑할거에요.
처음부터애초에
나만을봐주는 그런사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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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설명해 주었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선 물을 10분 이상 끓여야 하고
따를 땐 될수록 높은 곳에서 따라 물 속에 산소가 많이 포함되어야 하며,
커피와 설탕은 물을 붓기 전에,
그리고 프림은 물을 붓고 나서 넣어야 제 맛이 난다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를 타는 사람의 마음과,
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마음이라구요.
커피 한 잔을 놓고 그는 참으로 소중한 연인을 만난 듯 했습니다.
그 대하는 따뜻함이 내게도 전해져
그날 나는 정말 따뜻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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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할게요.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사랑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도..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 밑에 피는 꽃이나..
그런 게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그게 사랑보다 더 천국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거.
나, 그거 느끼거든요?
당신하고 설령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많이 슬프고 쓸쓸하겠지만 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사랑은 지나가는 봄볕인 거고. 세상 끝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힘든 고통이니까 난 사절하고 싶거든요.
근데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가면서도
당신 만나면 금세 흔들리고, 잘 안 되고 말아요.
이도우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다가...
섬세하고 탁월한 문장..
수려한 필치는 아니라도 가슴속에 말들을 꼭꼭 심어주는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픈 들려주고픈 책 ...이도우 작가의 책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어제 이 책을 주문했습니다.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오늘 아침에는 좋은 영화를,
어제는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마셨더니
이젠 마실 때마다 생각나네 시팔"
다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정지해버린 글귀였습니다.
지금은 까마득하지만 그런 때가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