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쓸모없다고 내다버린 하나의 나무가 더


소록도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K목사 앞에
일흔이 넘어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섰다.
"저를 이 섬에서 살게해 주실수 없습니까?

느닷없는 노인의 요청에 K목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노인장께서는 정상인으로 보이는데
나환자들과 같이 살다니요?"

"제발 ~~"

그저 해본 소리는 아닌듯 사뭇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노인을 바라보며
K목사는 무언가 모를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저에게는 모두 열명의 자녀가 있었지요"
자리를 권하여 앉자 노인은
한숨을 쉬더니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중의 한 아이가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언제 이야기입니까?"
"지금으로부터 40년전,그 아이가 열한살 때였지요"
"......"

"발병사실을 알았을때 우리가 할수있는 행동은
그 아이를 다른 가족이나 동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로 왔겠군요"
"그렇습니다. 소록도에 나환자촌이 있다는 말만 듣고
우리 부자가 길을 떠난건 어느 늦여름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교통이 매우 불편해서
서울을 떠나 소록도까지 오는 여정은 멀고도 힘든 길이었죠.
하루 이틀 사흘….
더운 여름날 먼지나는 신작로를 걷고 타고 가는 도중에
우린 함께 지쳐 버리고 만 겁니다.


그러다 어느 산속 그늘밑에서 쉬는 중이었는데
나는 문득 잠에 골아 떨어진 그 아이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바위를 들었지요.
맘에 내키진 않았지만 잠든 아이를 향해 힘껏 던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만 바윗돌이 빗나가고 만 거예요.
이를 악물고 다시 돌을 들었지만 차마
또다시 그런짓을 할수는 없었어요.


아이를 깨워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록도에 다 왔을때 일어났습니다.
배를 타러 몰려든 사람들 중에 눈썹이 빠지거나
손가락 이며 코가 달아난 문둥병 환자를
정면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들을 만나자, 아직은 멀쩡한 내아들을
    소록도에 선뜻 맡길수가 없었습니다.
    멈칫거리다가 배를 놓치고 만 나는
    마주 서있는 아들에게 내 심경을 이야기했지요.
    고맙게도 아이가 이해를 하더군요.


    '저런 모습으로 살아서 무엇하겠니?
    몹쓸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차라리
    너하고 나하고 함께 죽는 길을 택하자.'


    우리는 나루터를 돌아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갔습니다.
    신발을 벗어두고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오던지….
    한발 두발 깊은곳으로 들어가다가 거의 내가슴 높이까지
    물이 깊어졌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아들녀석이 소리를 지르지 않겠어요?
    내게는 가슴높이였지만 아들에게는
    턱밑까지 차올라 한걸음만 삐끗하면
    물에 빠져 죽을 판인데 갑자기 돌아서더니
    내 가슴을 떠밀며 악을 써대는 거예요.


    문둥이가 된건 난데 왜 아버지까지 죽어야 하느냐는 거지요.
    형이나 누나들이 아버지만 믿고 사는 판에
    아버지가 죽으면 그들은 어떻게 살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완강한 힘으로 자기 혼자 죽을테니
    아버지는 어서 나가라고 떠미는 아들녀석을 보는 순간,
    나는 그만 그애를 와락 껴안고 말았습니다.
    참, 죽는것도 쉽지만은 않더군요.


    그후 소록도로 아들을 떠나보내고
    서울로 돌아와 서로 잊은채 정신없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아홉명의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을 나오고
    결혼을 하고 손자 손녀를 낳고…


    얼마전에 큰아들이 시골의 땅을
    다 팔아서 함께 올라와 살자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했지요.
    처음 아들네 집은 편했습니다.


    주는 대로 받아 먹으면 되고 이불 펴주면 드러누워 자면 그만이고.
    가끔씩 먼저 죽은 마누라가 생각이 났지만 얼마동안은 참 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애들은 아무 말도 없는데 말입니다.

    어느 날인가는 드디어 큰 아이가 입을 엽디다.
    큰 아들만 아들이냐고요. 그날로 말없이 짐을 꾸렸죠.
    그런데 사정은 그후로도 마찬가지였어요.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


    허탈한 심정으로 예전에 살던 시골집에 왔을 때
    문득 40년전에 헤어진 그 아이가 생각나는 겁니다.


    열한살에 문둥이가 되어 소록도라는 섬에 내다버린 아이,
    내 손으로 죽이려고까지 했으나,
    끝내는 문둥이 마을에 내팽개치고 40년을 잊고 살아왔던 아이,


    다른 아홉명의 아이들에게는 온갖 정성을 쏟아
    힘겨운 대학까지 마쳐 놓았지만 내다 버리고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아이,......


    다시 또 먼길을 떠나 그 아이를 찾았을때
    그 아이는 이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쉰이 넘은 데다 그동안 겪은 병고로 인해
    나보다 더 늙어보이는, 그러나 눈빛만은
    예전과 다름없이 투명하고 맑은 내아들이
    울면서 반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나를 껴안으며 이렇게 말했지요.
    "아버지를 한시도 잊은 날이 없습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40년이나 기도해 왔는데
    이제서야 기도가 응답 되었군요."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여유도 없이 물었죠.
    어째서 이 못난 애비를 그렇게 기다렸는가를...
    자식이 문둥병에 걸렸다고 무정하게 내다 버린 채
    한번도 찾지 않은 애비를 원망하고 저주해도
    모자랄 텐데 무얼 그리 기다렸느냐고….


    그러자, 아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되었노라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비참한 운명까지
    감사하게 만들었노라고.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번
    자기의 기도가 응답된 것에 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그때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의 힘으로 온 정성을 쏟아 가꾼 아홉개의 화초보다,
    쓸모없다고 내다버린 하나의 나무가 더
    싱싱하고 푸르게 자라 있었다는 것을....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내아들을 변화시킨 분이라면
    나 또한 마음을 다해 받아들이겠노라고 난 다짐했습니다.


    목사님, 이제 내아들은 병이 완쾌되어
    여기 음성 나환자촌에 살고 있습니다.
    그애는 내가 여기와서 함께 살아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 애와 며느리, 그리고 그 애의 아이들을 보는 순간,
    바람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눈빛에는 지금껏 내가 구경도 못했던
    그 무엇이 들어있었습니다.
    공들여 키운 아홉명의 아이들에게선
    한번도 발견하지 못한 사랑의 언어라고나 할까요.

    나는 그애에게 잃어버린 40년의 세월을 보상해 주어야 합니다.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애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요청을 받아들일 작정입니다.
    그러니 목사님, 저를 여기에서 살게해 주십시오"


    이 글은 성요한 신부님의 카페에서 몇년전 퍼온 내용으로
    다시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아
    우리 모든 님들과 다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소개를 했습니다.

    = 옮겨온 글 =

    ★민요감상

     

    (옮겨온 글)
    무심천 올림
    댓글
    2014.01.27 21:20:22 (*.120.212.55)
    청풍명월

    아들이 많으면 무었합니까 무모에게 효도 하는 아들은

    한샘병에 걸려서 소록도에 버렸던 아들이 였다는 실화

    감동하고 갑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128779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40569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57679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58256   2013-06-27 2015-07-12 17:04
    4612 마음을 열고 끝없이 자신을 낮추시요 2
    청풍명월
    2961   2014-02-02 2014-02-04 01:18
     
    4611 어머니의무덤 (실화) 1
    청풍명월
    2936   2014-02-01 2014-02-03 21:30
     
    4610 이렇게 하면 당신은 메너 짱 4 file
    청풍명월
    3060   2014-02-01 2014-02-03 21:32
     
    4609 지혜있는 사람의 인생덕목 1
    청풍명월
    2994   2014-01-31 2014-02-02 06:52
     
    4608 300여 억원을 기부한 77세 총각 할아버지 1
    청풍명월
    2928   2014-01-31 2014-02-01 21:43
     
    4607 자식은 이제 남 이다 2
    청풍명월
    3150   2014-01-30 2014-01-31 08:11
     
    4606 며누리와 시어머니의 눈물겨운 감동이야기 2
    청풍명월
    3288   2014-01-30 2014-01-31 08:08
     
    4605 사는것이 힘이 들때가 있습니다 1
    청풍명월
    2829   2014-01-29 2014-01-31 15:02
     
    4604 내가 빚진 어머니의 은혜 1
    청풍명월
    3001   2014-01-29 2014-01-31 14:53
     
    4603 인생은 한 조각의 뜬구름 1
    청풍명월
    2956   2014-01-28 2014-01-30 11:54
     
    4602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1
    청풍명월
    2921   2014-01-28 2014-01-30 11:47
     
    4601 시각 장애인과 자원봉사 여대생의 큰 사랑 1
    청풍명월
    3078   2014-01-27 2014-01-29 13:11
     
    4600 항상 즐거운 삶을살고 싶다면 1
    청풍명월
    2953   2014-01-27 2014-01-29 01:34
     
    4599 행복한 설 명절 되세요. 1
    고등어
    2960   2014-01-27 2014-01-27 10:52
     
    쓸모 없다고 내다버린 하나의 나무가 더 1
    청풍명월
    2992   2014-01-26 2014-01-27 21:20
    쓸모없다고 내다버린 하나의 나무가 더 소록도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K목사 앞에 일흔이 넘어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섰다. "저를 이 섬에서 살게해 주실수 없습니까? 느닷없는 노인의 요청에 K목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노인장께서는 정상인으로...  
    4597 하루를 좋은날로 만들려는 사람은 1
    청풍명월
    2967   2014-01-26 2014-01-27 21:14
     
    4596 삶의 이유들에 물음표를 달아 봅시다 1
    청풍명월
    2919   2014-01-25 2014-01-27 10:56
     
    4595 아버지 조심하세요 아들이 보낸 문자메세지 경고문 4
    청풍명월
    3039   2014-01-24 2014-01-26 18:32
     
    4594 될때까지 할때까지 이룰때까지 1
    청풍명월
    2979   2014-01-24 2014-01-26 02:41
     
    4593 새롭게 예상이 되는 보이스 피싱 1
    오작교
    2922   2014-01-23 2014-01-24 22:5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