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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건강, 색깔에서 길을 찾다’ ③레드 푸드

노화 일으키는 활성산소 없애고 고혈압 예방, 비만 억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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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은 젊음·정열의 상징이다. 나이가 들면 빨간색이 좋아진다는 말도 있듯이 레드 푸드는 노화를 억제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심장이 붉어서일까? 레드 푸드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고혈압·동맥 경화를 예방한다. 중국인들은 붉은 색을 나쁜 기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색으로 여겼다.

우리 선조는 요사함을 물리치는 벽사(酸邪)의 색으로 간주했다. 아들을 낳으면 새끼줄에 고추를 꿰어 걸고 장을 담근 후 독 안에 고추를 넣은 것은 이래서다.

고추·토마토·석류·사과 등 적색식품은 예부터 우리 국민과 친숙한 식품이다. 여기엔 라이코펜·쿼세틴·식물성 에스트로겐·캡사이신 등 각종 식물영양소(파이토케미컬)가 풍부하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tkpark@joongang.co.kr

토마토 자주 먹으면 전립선암 예방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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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파프리카와 프레시 모차렐라 샐러드.
토마토의 힘은 라이코펜이란 식물영양소에서 나온다. 라이코펜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암 등을 부르는 반(反)건강물질인 유해(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준다. 토마토에 가장 많이 들어있으며 수박·자몽·살구·구아바(열대 과일) 등에도 상당량 함유돼 있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라이코펜은 위암·대장암 등 소화기계통의 암과 전립선암 등에 항암효과가 있다”며 “혈관에 쌓이는 유해산소를 제거해 동맥경화 예방도 돕는다”고 조언했다.

 라이코펜을 더 많이 섭취하려면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 토마토를 고른다. 라이코펜은 껍질의 붉은 색소 성분이기 때문이다. 온실이 아닌 자연에서 재배한 토마토에 라이코펜이 더 많이 들어 있다. 자연의 태양을 많이 받는 토마토일수록 색깔이 더 짙어지고 환경오염 등의 외부자극에 대항할 능력도 극대화된다. 가열·조리하면 토마토 껍질에서 라이코펜이 더 많이 빠져 나온다. 지용성(脂溶性)인 라이코펜을 기름과 함께 먹으면 체내에서 잘 흡수된다.

사과 잘 익은 붉은 껍질 먹어야 좋아

레드 푸드는 엄밀히 말하면 사과의 속살이 아니라 껍질이다.

 한양대병원 영양과 강경화 영양사는 “사과껍질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쿼세틴(quercetin)이란 항산화 성분이 있다”며 “쿼세틴은 노화를 억제하고 불포화지방의 산화를 막아 혈액을 맑고 튼튼하게 하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뇌졸중·고혈압을 예방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쿼세틴은 폐암 등 폐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며 구강암·췌장암·전립선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쿼세틴은 주로 사과의 껍질에 존재하며 푸른 아오리 사과보다 빨간 껍질 사과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사과를 고를 때나 사과의 영양소가 함유된 제품을 고를 때 원료나 제품이 어떻게 재배되고 생산되는지 신경 써야 한다. 쿼세틴은 양파 껍질·녹차·감귤류에도 많이 들어 있다. 사과엔 또 식이섬유인 펙틴과 칼륨이 풍부하다. 사과의 칼륨은 나트륨(소금성분)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미네랄이다. 고혈압 환자에 유익하다. 펙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당을 조절해준다.

석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갱년기 증상 완화 작용

양귀비·클레오파트라 같은 세기의 미녀가 즐겨 먹었다는 석류는 여성용 과일로 알려졌다. 루비처럼 반짝이는 촘촘한 씨는 부귀와 다산의 상징으로 통했다.

 차움 푸드테라피 이기호 원장은 “석류엔 칼륨·펙틴이 많이 들어 있다”며 “시큼한 맛은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고 조언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파이토에스트로겐)도 함유돼 있다. 일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석류 씨 1㎏당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량은 10~18㎎이다. 과육보다는 씨에 훨씬 많이 들어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몸에서 마치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한다. 폐경 뒤 얼굴이 갑자기 확 달아오르는 등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석류나 콩을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실제 호르몬제(에스트로겐)를 대신하기엔 양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호르몬제 한 알을 대체하려면 석류를 씨까지 남기지 않고 700~800개는 먹어야 한다. 과일에서 100% 충족할 수 없는 영양소를 비타민·미네랄 제품 등으로 채워 영양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추 비타민C 사과의 40배 … 씨 붙은 부위 꼭 먹어야

고추엔 비타민 C(100g당 140㎎)·베타카로틴(3.8㎎)·비타민 E(0.8㎎) 등 3대 항산화 비타민이 모두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 C 함량은 사과의 40배, 귤의 2배에 달한다. 게다가 고추의 비타민 C는 조리 도중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고추를 ‘유태인의 페니실린(항생제)’라고 부르는 것도 비타민 C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목이 컬컬하고 기침이 나는 등 감기 증상이 있으면 유태인은 뜨거운 닭국물에 고추·마늘을 잘게 썰어 넣고 수시로 마셨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고추의 대표적인 식물영양소는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이며 “캡사이신은 적당량 섭취하면 입맛·소화력을 높여주고 위를 튼튼하게 하며 열을 발생시켜 비만을 억제하고 항산화·항염증·항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캡사이신은 고추의 껍질에도 있지만 대부분은 태좌(胎座, 씨가 붙는 부위)에 몰려 있다. “고추를 다듬을 때 태좌를 버리지 말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풋고추보다는 빨갛게 익기 직전의 고추에 더 많다. 칠레의 타바스코·베트남의 월남고추는 우리나라 고추보다 캡사이신이 5배 가량 많다. 국산 고추는 적당량의 캡사이신을 함유하며 단맛이 나는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고추 자체를 먹는다면 국산 고추, 캡사이신 추출 제품이라면 칠레·베트남 고추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토양에 따라 영양소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국적 건강기능식품기업에선 원료별로 최적의 토양을 가진 세계 각지의 원료농장을 직접 운영·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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