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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바람 속을 걷는 법

오작교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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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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