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고독

쓸쓸한 봄날

오작교 1634

0
박정만

길도 없는 길 위에 주저앉아서
노방에 피는 꽃을 바라보노니
내 생의 한나절도 저와 같아라.

 

한창때는 나도
열병처럼 떠도는 꽃의 화염에 젖어
내 온몸을 다 적셨더니라.
피에 젖은 꽃향기에 코를 박고
내 한몸을 다 주었더니라.

 

때로 바람소리 밀리는 잔솔밭에서
청옥 같은 하늘도 보았더니라.
또한 잠 없는 한 사람의 머리맡에서
한밤내 좋은 꿈도 꾸었더니라.

 

햇볕이 아까운 가을 양지녘에서는
풍문처럼 떠도는 그리운 시를 읽고
어쩌다 찾아온 친구에게는
속절없는 내 사랑의 말씀도 전했더니라.

 

이제 날 저물고
팔이 짧아 내 품에 드는 것도
부피 없고 무게 없고 다 지친 것뿐.
가슴의 애도 제물에 삭고
긴 밤의 괴로움도 제물에 축이 났어라.

 

이제 모질고 설운 날은 지나갔어라.
빈 집에 홀로 남은 옛날 아이는
따뜻한 오월의 어느 해 하루
툇마루를 적시는 산을 벗삼아
잔주름 풀어가는 강물을 본다.


공유
0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97721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94524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101802 +73
49 사랑
normal
오작교 08.05.18.17:12 1815 +2
48 고독
normal
오작교 08.05.18.17:11 1565 +2
47 고독
normal
오작교 08.05.18.17:10 2583 +1
46 고독
normal
오작교 08.05.18.17:09 1811 +1
45 고독
normal
오작교 08.05.18.17:08 2475 +2
44 고독
normal
오작교 08.05.18.17:07 1876 0
43 애닮음
normal
오작교 08.05.18.17:06 1575 +1
42 사랑
normal
오작교 08.05.18.17:05 1718 +2
41 그리움
normal
오작교 08.05.18.17:02 2070 0
40 고독
normal
오작교 08.05.18.17:01 1917 +2
39 고독
normal
오작교 08.05.18.17:00 1682 +2
38 그리움
normal
오작교 08.05.18.16:59 1593 +1
37 사랑
normal
오작교 08.05.18.16:58 2039 +1
고독
normal
오작교 08.05.18.16:56 1634 +4
35 사랑
normal
오작교 08.05.18.16:55 1774 +2
34 그리움
normal
오작교 08.05.18.16:54 1941 0
33 그리움
normal
오작교 08.05.18.16:53 2257 +2
32 그리움
normal
오작교 08.05.18.16:51 1781 +1
31 사랑
normal
오작교 08.05.18.16:50 1925 +1
30 사랑
normal
오작교 08.05.18.16:49 200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