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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마차

동행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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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幌馬車


/정지용 


이제 마악 돌아나가는 곳은 時計집 모롱이, 낮에는 처마끝에 달어맨 종달새란 놈이 都會바람에 나이를 먹어 조금 연기 끼인 듯한 소리로 사람 흘러나려가는 쪽으로 그저 지줄거립데다.

그 고달픈 듯이 깜박깜박 졸고 있는 모양이-가여운 잠의 한점 이랄지요- 부칠 데 없는 내맘이 떠올릅니다. 쓰다듬어 주고 싶은, 쓰다듬을 받고 싶은 내 마음이 올시다. 가엾은 내 그림자는 검은 喪服처럼 지향없이 흘러 나려갑니다. 촉촉히 젖은 리본 떨어진 浪漫風의 帽子 밑에는 金붕어의 奔流와도 같은 밤경치가 흘러나려갑니다. 길옆에 늘어슨 어린 銀杏나무들은 異國斥候兵의 걸음세로 조용조용히 흘러나려갑니다.


슬픈 銀眼鏡이 흐릿하게

밤비는 옆으로 무지개를 그린다.


이따금 지나가는 늦인 電車가 끼이익 돌라나가는 소리에 내 조고만 魂이 놀란 듯이 파다거리나이다. 가고 싶어 따뜻한 화로갛을 찾어가고 싶어.

좋아하는 코-란 經을 읽으면서 南京콩이나 까먹고 싶어, 그러나 나는 찾어 돌아갈 데가 있을나구요?


네거리 모퉁이에 씩 씩 뽑아 올라간 붉은 벽돌집 塔에서는 거만스러운 12시가 避雷針에게 위엄있는 손까락을 치여들었소. 이제야 내 목아지가 쭐 삣떨어질 듯도 하구료. 솔닢새 갚은 모양새를 하고 걸어가는 나를 높다란 데서 굽어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을 게지요.

마음놓고 술술 소변이라도 볼까요. 헬멧 쓴 夜警巡査가 필일림처럼 쫓아오겠지요!


네거리 모통이 붉은 담벼락이 훔씬 젖었소. 슬픈 都會의 뺨이 젖었소. 마음은 열없이 사랑의 落書를 하고 있소. 홀로 글성글성 눈물 짖고 있는 것은 가엾은 소-니야의 신세를 비추는 빩안 電燈의 눈알이외다. 우리들의 그 전날밤은 이다지도 슬픈지요. 이다지도 외로운지요. 그러면 여기서 두 손을 가슴에 념이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릿가?


길이 아조 질어터져서 뱀눈알 같은 것이 반쟉 반쟉어리고 있오. 그두가 어찌나 크던동 거러가면서 졸님이 오십니다. 진흙에 챡 붙어 버릴 듯하오. 철없이 그리워 둥그스레한 당신의 어깨가 그리워. 거기에 내 머리를 대이면 언제든지 머언 따뜻한 바다 울음이 들려오더니......


......아아, 아모리 기다려도 못오실 니를 ......

기다려도 못 오실 니 때문에 졸리운 마음은 幌馬車를 부르노니, 회파람처럼 불려오는 幌馬車를 부르노니, 은으로 만들은 슬픔을 실은 원앙새 털 깔은 幌馬車, 꼬옥 당신처럼 참한 幌馬車, 찰 찰찰 幌馬車를 기다리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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