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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닮음

성묘(省墓)

동행 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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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성묘(省墓)


/고은


아버지, 아직 남북 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제 시대 소금 장수로


이 땅을 떠도신 아버지.


아무리 아버지의 두만강 압록강을 생각해도


눈 안에 선지가 생길 따름입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두만강의 회령 수양버들을 보셨지요.


국경 수비대의 칼날에 비친


저문 압록강의 붉은 물빛을 보셨지요.


그리고 아버지는


모든 남북의 마을을 다니시면서


하얀 소금을 한 되씩 팔았습니다.


때로는 서도(潟) 노래도 흥얼거리고


꽃 피는 남쪽에서는 남쪽이라


밀양 아리랑도 흥얼거리셨지요.


한마디로, 세월은 흘러서


멈추지 않는 물인지라


젊은 아버지의 추억은


이 땅에 남지도 않고


아버지는 하얀 소금이 떨어져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남북 통일이 되면


또다시 이 땅에 태어나서


남북을 떠도는 청청한 소금 장수가 되십시오.


“소금이여”, “소금이여”


그 소리, 멀어져 가는 그 소리를 듣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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