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애닮음

초토(焦土)의 시(詩) 8

동행 1460

0
구상 

초토(焦土)의 시(詩) 8

적군 묘지(敵軍墓地)에서



/구상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 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욱 신비로운 것이로다.


이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30리면

가로막히고


무인 공산(無人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으로 흘러 가고

어디서 울려오는 포성(砲聲)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놓아 버린다.



공유
0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81586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78413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85609 +73
26 애닮음
normal
귀비 08.06.16.18:11 1592 +4
25 애닮음
normal
동행 08.06.03.00:07 2254 +3
애닮음
normal
동행 08.06.01.00:25 1460 +3
23 애닮음
normal
동행 08.06.01.00:13 1761 +2
22 애닮음
normal
Jango 08.05.31.10:23 1477 +10
21 애닮음
normal
귀비 08.05.30.17:07 1608 +1
20 애닮음
normal
동행 08.05.30.00:22 1388 +2
19 애닮음
normal
귀비 08.05.29.13:28 2051 +1
18 애닮음
normal
귀비 08.05.28.17:55 1916 +4
17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6.01:45 1367 +5
16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4.00:11 1944 +3
15 애닮음
normal
귀비 08.05.22.09:50 2414 +5
14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2.00:06 1811 +6
13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1.00:29 1733 +12
12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1.00:24 1954 +7
11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0.00:33 2276 +3
10 애닮음
normal
동행 08.05.20.00:32 2302 +17
9 애닮음
normal
동행 08.05.19.09:50 1515 +8
8 애닮음
normal
오작교 08.05.18.21:15 2162 +4
7 애닮음
normal
오작교 08.05.18.21:00 192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