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강계순
거미
/강계순
나의 집은 가늘고 질긴
꿈의 직조
흔들리며 떠 있는 약속이다.
몸 속에 갇혀 있는 환상의
줄을 풀어서
벗은 나무와 나무 사이
허공에 집을 짓고
한 마리의 나비 혹은 떠 다니는 벌레
한밤중 명료하게 보이는
맑은 별 한 개 불러들이고
저 하늘의 세상에 피는 꽃
하늘의 하늘에 날아다니는 나비 또는 벌레도 불러들이고
날 선 비수 들이대는 한떼의 바람
때없이 틈입하는 허공에서
결사의 힘으로 매달려
결사의 힘으로 매달려
어둠을 건너는 꿈의
디딤돌 풀어내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떠 있는
가늘고 질긴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