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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촛불

우먼 1855

3
복효근

마늘촛불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가운데에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내 비유법이 좀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삼겹살 함께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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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글쓴이 2008.07.22. 18:09

복효근 시인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현제 남원중학교 재직중

울 홈가족들과 함께 감상 하고자 들고 왔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한 존재가 되었으면...
오작교 2008.07.23. 08:01
마늘에 돋는 싹을 보고 '촛불'을 생각해내는
그 마음은 역시 시인이라야 가능한 것인가 봅니다.
좋은 詩, 감사합니다.
Ador 2008.07.26. 12:49
우먼님~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오래만에 님이 올리신 글을 대합니다~
이 여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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